황경신씨의 단행본 중에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이 있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빌려봤었는데 결국 샀다. 특히 그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이 글이 마음에 들었다. 황경신씨 특유의 유려한 문체가 잘 드러나는 시(?)다.
어릴 때의 내 꿈은 빨간 자전거 하나 갖는 거였다.
빨간 빛 고운 자전거 하나만 있으면 나는 어디든지 가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전거를 꼭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꼭 필요한 것을 가지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자전거는 참고서로, 옷으로, 한끼 밥으로, 카드 할부금으로 부수어져 갔다.
자전거뿐이었을까.
나는 동화를 쓰고 싶었고 연극을 하고 싶었고 사막에서 실종되고 싶었다.
바보같이 굴지 말라고, 그건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인생에서 쓸모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을 알지 못한 채 나는 나이를 먹는다.
나의 푸르고 아름다운 꿈들은 이제 먼 추억 가장 밑바닥에서 잠들어 있다.
아주 가끔, 그들을 들여다보며 바보처럼, 나는 운다.
이후로 황경신씨는 동화를 실제로 쓰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목표는 성취하신 것 같다.
이 글을 읽었을 때가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그렇다. 그 시절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는 MIT 미디어랩의 헤드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데 교수가 쓴 'Being Digital'이 있다. 자세한 책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역시 서문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의 인상에 대해서 짤막하게 써놓은 것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가 말한 "잘 훈련된 재능있는 인재들"이 나도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래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았다. 그래서 막연히 대학원 중에 좀 내가 관심 있는 공부를 하는 곳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리 될 것 같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 앞에 뭐가 펼쳐질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 바보처럼, 적극적으로 파헤치기엔 너무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 그러다가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아니 사건이 터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난 답답했다. 주변에선 이런저런 말들을 하고... 그럼 내가 뭘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눈앞에 있는 공부만 했다.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문제를 피한 게 아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뭘 해야될 지를 몰랐다.
뭔가 결정을 내릴 때, 뭐가 중요한 것인지 난 정말 몰랐다. 옆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은 미덥지 못하고 (실제로 그 사람은 나에게 사기를 친 거나 다름 없다) 딱히 뭔 액션을 취하기엔 난 너무 용기도,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은 내게 정말 많은 위안을 줬다.
딱히 뭔 해결책을 준 건 아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면서 살구나. 다들 자신의 꿈이 뭔지, 뭘 할 수 있는지 헷갈려 하면서 살구나... 누군가는 싸구려 위안이라고 하겠지만, 꾸며낸 말이 아니라 사실로 위안을 받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진실이기만 하다면 대부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위안을 받던 중, "잘 훈련되고 재능 있는 인재"를 향한 내 희망사항은, 우려했던대로, 아주 무참하게 박살났다. 몇날 며칠을 술만 먹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내가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이제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된다. 어쩌면 내가 가졌던 것들, 누렸던 기회들이 단지 내가 잘나서, 열심히 해서 내 것이었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중요한 시기에 멘토 대신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 끼어든 건 너무나 안타까운 불운이었다. 하지만 그 까지 그런 똥을 피해온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정말 사람의 능력이란 뭘까? 내가 그냥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잘하는 건 어쩌면 사소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어떻게 환경이 도와주느냐가 커리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면서 과연 사람의 능력이 뭔지 더더욱 아리송해졌다. 그럼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럼 뭘 해야될까?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건 뭘까?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적당히 힘든 일 피하고 좋은 일만 겪으면서 스트레스 안받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럼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황경신씨가 저 책을 썼을 때처럼, 나도 아직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뭘 목표로 해야 하는걸까?
어릴 때의 내 꿈은 빨간 자전거 하나 갖는 거였다.
빨간 빛 고운 자전거 하나만 있으면 나는 어디든지 가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자전거를 꼭 가져야 할 이유가 없었다.
꼭 필요한 것을 가지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자전거는 참고서로, 옷으로, 한끼 밥으로, 카드 할부금으로 부수어져 갔다.
자전거뿐이었을까.
나는 동화를 쓰고 싶었고 연극을 하고 싶었고 사막에서 실종되고 싶었다.
바보같이 굴지 말라고, 그건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인생에서 쓸모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답을 알지 못한 채 나는 나이를 먹는다.
나의 푸르고 아름다운 꿈들은 이제 먼 추억 가장 밑바닥에서 잠들어 있다.
아주 가끔, 그들을 들여다보며 바보처럼, 나는 운다.
이후로 황경신씨는 동화를 실제로 쓰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목표는 성취하신 것 같다.
이 글을 읽었을 때가 내가 대학교 3학년 때였나 그렇다. 그 시절 내게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는 MIT 미디어랩의 헤드였던 니콜라스 네그로폰데 교수가 쓴 'Being Digital'이 있다. 자세한 책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역시 서문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의 인상에 대해서 짤막하게 써놓은 것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가 말한 "잘 훈련된 재능있는 인재들"이 나도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몰랐다. 그래 구체적인 계획이 있진 않았다. 그래서 막연히 대학원 중에 좀 내가 관심 있는 공부를 하는 곳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리 될 것 같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 앞에 뭐가 펼쳐질지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그리고 바보처럼, 적극적으로 파헤치기엔 너무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 그러다가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 터졌다. 아니 사건이 터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난 답답했다. 주변에선 이런저런 말들을 하고... 그럼 내가 뭘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눈앞에 있는 공부만 했다. 공부를 하고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문제를 피한 게 아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뭘 해야될 지를 몰랐다.
뭔가 결정을 내릴 때, 뭐가 중요한 것인지 난 정말 몰랐다. 옆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사람은 미덥지 못하고 (실제로 그 사람은 나에게 사기를 친 거나 다름 없다) 딱히 뭔 액션을 취하기엔 난 너무 용기도, 아는 것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이 글은 내게 정말 많은 위안을 줬다.
딱히 뭔 해결책을 준 건 아니다. 하지만 다들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면서 살구나. 다들 자신의 꿈이 뭔지, 뭘 할 수 있는지 헷갈려 하면서 살구나... 누군가는 싸구려 위안이라고 하겠지만, 꾸며낸 말이 아니라 사실로 위안을 받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진실이기만 하다면 대부분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나으니까.
그렇게 위안을 받던 중, "잘 훈련되고 재능 있는 인재"를 향한 내 희망사항은, 우려했던대로, 아주 무참하게 박살났다. 몇날 며칠을 술만 먹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내가 이런 피해를 받아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이제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된다. 어쩌면 내가 가졌던 것들, 누렸던 기회들이 단지 내가 잘나서, 열심히 해서 내 것이었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중요한 시기에 멘토 대신 그런 사람이 내 인생에 끼어든 건 너무나 안타까운 불운이었다. 하지만 그 까지 그런 똥을 피해온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럼 정말 사람의 능력이란 뭘까? 내가 그냥 공부 좀 열심히 해서 잘하는 건 어쩌면 사소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어떻게 환경이 도와주느냐가 커리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면서 과연 사람의 능력이 뭔지 더더욱 아리송해졌다. 그럼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럼 뭘 해야될까?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 건 뭘까?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는 것이 좋은 걸까 아니면 적당히 힘든 일 피하고 좋은 일만 겪으면서 스트레스 안받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그럼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황경신씨가 저 책을 썼을 때처럼, 나도 아직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 건지 모르겠다.
나는 뭘 목표로 해야 하는걸까?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철수 BW 특혜(?)에 대한 단상 (0) | 2012.03.02 |
---|---|
제정신인가... (1) | 2012.03.02 |
미국에서 직장인으로 살기 (0) | 2012.02.23 |
나라 생각을 하는 세력 (0) | 2012.02.01 |
빨갱이 출현 (0) | 2011.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