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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안철수에게 실망했다

인생 살다보니 내 생각이 틀릴 때가 참 많더라. 환율이 오를 줄 알았는데 떨어지는 것도 봤고, 금방 망할 주식인 줄 알았는데 아직 버티고 있는 것도 있다. 그래, 정치인 안철수도 내가 사람 잘못 봤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네.


난 뼛속까지 엔지니어라, 뜬구름 잡는 소리 싫어한다. 거대 담론이란 게 있더라도 그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어야지 뜬구름만 잡아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난 안철수라는 사람을 꽤 괜찮게 봤다.


한국에서 살 때 안철수와 좀 비슷한 업계에 있었다. 전국적인 인사는 아니어도 업계의 스타여서 난 이 사람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들어보면 말이지, 그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알고 있더라. 내가 몸으로 겪으면서 느낀 바와도 비슷하고.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대기업의 횡포가 문제라면, 새로 법 만드는게 능사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는 공정거래법이 있고 그것만 잘 지켜져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거다. 이게 참 당연한 소린데, 이런 소리 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안철수가 정치를 한다기에 기대를 좀 했다. 뜬구름 잡는 소리나 헛소리 하는 사람들과는 좀 다르겠구나. 그런데 정치인 안철수는 뭐 또 다른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선문답만 하더라. 자기가 몇년 전에 말하던 대로만 말하고 일하면 될텐데 도대체 사람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다 사라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뭐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큰 성취도 작은 것들로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믿는다. 중간 과정 건너뛰고 한방에 큰거 간다는 사람들, 지금까지 한두명 봐온 것도 아니고…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게 안철수의 협상 능력이다. 협상이란 걸 하다보면 아쉬운 소리도 해야되고, 아까운 것도 내놔야 되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받아야 된다. 그런데 워낙 돈 많고 유명한 사람이다보니 이런걸 경험해보지 못한게 아닐까 싶네. 나도 그정도 되는 사람이었으면 차 살 때 그냥 집에서 가까운 BMW 딜러샵 가서 불러주는대로 사면 된다. 딜러도 내게 알아서 잘 대우해줄 것이고. 보통 사람은 중고차 딜러샵에 가서 악세사리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기를 쓰지만 말이야. 지난 대선 때도 딱 파토내자는 식으로 끌고가서 판을 엎어버리더니 이번에도 딱 그러네.


이왕 지난 대선 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난 협상이 저리 어이없게 끝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뭔 애들도 아니고 사회물 먹을만큼 먹은 프로들이 아닌가. 그래서 왜 이따구로 판을 엎었을까 이런저런 가설을 생각해놓고 글을 썼지. 나름 크게 빗나가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글 말미에 이 글을 부끄러워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해놨다. 그런데 정 반대의 이유로 쪽팔리네. 협상이 그따구로 끝났던 것은 다른 이유 다 아니고 안철수의 능력 부족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의 추천 도서 “협상의 법칙” written by “허브 코헨”.


좀 부끄럽지만, 지난번에 헛발 짚은 문제의 그 글

http://sharpe.tistory.com/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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