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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파리 여행의 뮤지엄 패스 (Museum Pass)

대충 유명한 도시는 다 City Pass 비슷한 것이 있는 것 같다. 파리에 갔을 때는 뮤지엄 패스를 샀지만 런던에서는 이런걸 사지 않았다. 사실 고민 많이 했고, 파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다 그럴 것 같다.

 

뮤지엄 패스에는 두가지 장점이 있다고 광고한다. 하나는 줄서서 티켓을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개의 티켓을 사는 것보다 좀 싸다는 점이다. 그럼 이 장점들이 정말 도움이 되었는지 내 경험으로 말해보겠다.

 

첫번째 장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좀 무리가 있다. 입장을 하기 위해서는 두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안검열과 티켓을 사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중에서 티켓 사는 줄이 아니라 보안검열이 병목이다. 다시 말하면 뮤지엄 패스가 있어도 표 없는 사람들에 섞여서 짐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거 통과하면 표 사는 줄에는 사람이 몇명 있지도 않더만. 유일하게 표를 먼저 사고 짐검사를 받았던 곳이 개선문이다. 여기서는 뮤지엄 패스를 갖고 있으면 후딱 들어간다.

 

두번째는 표를 여러개 사는 것보다 좀 싸다는 것인데, 결론만 말하자면 글쎄다. 일단 패스를 사면 최대한 뽑아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가능한 많은 장소를 들러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애초에 가고 싶거나, 즐길 수 있는 곳은 르부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개선문 정도였다. 여기다 많이 쳐주면 오랑주리 미술관까지 들어가겠다. 저 장소들 표를 따로 샀다면, 내가 샀던 2일짜리 뮤지엄 패스보다 싸다. 나머지 장소는, 솔직히 말해서 패스가 없었다면 가볼 생각도 안해봤을거다. 딱히 재미가 있었다고 말하기도 뭣하고. 갔다가 줄만 오지게 서고는 후회했던 곳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하고 비슷하리라 본다.

 

바로 여기에 뮤지엄 패스의 폐해가 있다. 패스를 삼으로써 전체 여행이 왜곡된다. 오만 박물관을 다 시간에 맞춰 돌아다니는 건 정말 대단한 체력을 요한다. 빨리 찍고 돌아야 되니 충분히 감상했다고 말하기도 뭣한 적도 많다. 패스를 사지 않았다면, 그냥 박물관은 하루에 하나만 봤을거다. 대신 더 많은 시간을 거리를 구경하고 노천카페에서 차마시는 데 썼겠지. 아마 재밌는 곳에서 작품 감상도 더 오래했을거다. 오디오 가이드도 들어보고 설명도 읽어보고 말이야. 그런데 패스를 손에 쥐고나니 이거 뭐… 주마간산이 따로 없었다. 여행 자체가 더 힘들고, 덜 재밌고, 더 시간에 쫓기게 되어버렸다. 여기다 돈도 더 쓰고 말이야.

 

결국 뮤지엄 패스를 사느냐 마느냐는 본인이 뭘 원하느냐에 달려 있다. 최대한 많은 장소를 찍고 돌려면 패스를 사는게 돈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다. 나는 “나 여기 가봤어.”라는 소리를 하기 위해서 여행을 가지 않는다. 사진에서 본 게 똑같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하나를 봐도 좀 제대로 보고, 파리 사람들은 뭐하고 노는지에 관심이 더 많다. 나같은 사람은 뮤지엄 패스 사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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