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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고달픈 이번 여름

동료들이랑 밥먹다가 이런 농담을 했다. “서부에는 지진, 동부에는 허리케인, 남부는 토네이도, 우리 시카고는 그냥 춥다.” 이처럼 시카고의 겨울은 자연재해 수준으로 춥다. 하지만, 여름은 정말 좋다. 대부분 그렇게 덥지도 않고 습도도 낮아서 아주 쾌적하다. 2009년 여름 여기 와서 처음 산 물건이 가습기일 정도니까.

그런데 요즘 시카고는 마이애미보다 더 덥다. 화씨 85도를 넘어가면 아주 더운 편이고, 일년동안 화씨 90도(섭씨 32도)를 넘어가는 날은 며칠 되지 않는게 시카고다. 그런데 이번 여름엔 6월이 되더니 갑자기 허구헌날 90도를 넘기네. 옆에 미시건호가 있어서인지, 시카고는 온도가 높아지면 습도도 따라 올라간다. 덥고 습한 나날의 연속이다. 게다가 밤엔 계속 열대야다. 열대야라. 시카고 살면 참 떠올릴 일 없는 단어지.

생각해보니 지난 겨울부터 징조가 안좋았다. 시카고 치고는 이상하게 따뜻하더라고. 이대로 가면 이번 여름에 볼만 하겠다 싶었지. 예상대로 날씨가 더운 것에 더해서, 올 여름엔 유달스럽게 벌레도 많다. 이것도 겨울이 덜 추웠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니 당초에 생각했던 썸머라이프를 제대로 즐길 수가 없네. 여름이 오면 야외에 나가서 돗자리 깔고 김밥도 먹고, 테라스에 나가서 고기도 구워먹고 책도 읽을랬는데. 일단 더우니 나가기가 싫고 나가 앉아 있으면 벌레가 꼬이고… 정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던 여름인데 말이야. 심어논 상추 잘 자라는 것 말고는 도무지 좋은 게 없네.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6월말이다. 여름 치곤 시원한 날 아닌가. 8월이 되면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북극의 폴라볼텍스 신이 시카고에 시원한 여름을 내려주시길 빌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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