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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난다

시간 참 빠르네. 벌써 할머니 돌아가신지 2달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잘 못받아들이고 있다. 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득문득 할머니 생각이 난다. 그러면 가슴이 아프고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일도 잘 안되고 책도 눈에 안들어온다.

미국에 살면 안좋은 점이 바로 이거겠지. 멀리서 할머니의 명복만 빌 뿐, 장례식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미 돌아가신 마당에 거기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나마 내게 위로가 되는 건, 나 때문에 기뻐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내가 할머니를 기쁘게 해드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다행일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후회스럽기도 하다. 별것도 아닌 것에도 참 좋아하셨는데… 조금만 더 해드리고 할머니 말씀을 잘 들었더라면 할머니의 좋아하시는 모습이 더 많이 생각날텐데. 그냥 내가 찾아뵙기만 해도 환하게 웃어주시던 할머니… 이제 그런 사람은 내 인생에 다시 없겠지.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되면, 할머니께서 맛있게 드셨던 과자를 사들고 찾아뵈어야겠다. 할머니는 정말 내게 바라신 것이 아무것도 없었구나. 내가 할머니 기쁘게 해드린 게 고작 과자라니.

가끔 너무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가장 따뜻한 기억으로 날 위로해야 할 때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했던 나날로 기억되어 있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오아시스와도 같은 기억들 덕분에 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게 그런 기억들을 남겨주셔서요.

더불어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이 날 버티게 했다. 아무리 억울한 일로 손가락질을 받고 병신 취급을 받아도, 난 알았다. 내가 아무리 밑바닥으로 내려가도 날 지지해주고 감싸주는 사람이 세상에 한명은 있다는 사실을. 그 믿음이 날 무너지지 않게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종교고, 돈이고 권력일 것이다. 그 마지막 보루가 말이다. 내게는 할머니였다. 이제는 그 분이 안계신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게 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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