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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잔머리

나는 “잔머리 굴리는 행위”를 상대 모르게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려는 수작으로 정의했다.


“조금만 비겁하면 만사가 다 편하대잖아” 내가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가수 이승환의 노래 가사에 이런게 있다. 인생 살다보면 잔대가리를 굴리고 싶을 때가 많고, 그게 효율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커리어에 있어서는 그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은 뭐 그래보이진 않지만, 내가 세상을 다 아는 게 아니니 street smart함이 더 필요한 직업이 없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나. 하지만 인간관계, 그 중에 특히 소셜에 있어서 잔머리는 쓰지 않은 게 좋다는게 내 지론이다.


상대방이 나보다 똑똑하거나 경험이 많다면, 내가 아무리 기가 막힌 잔머리를 굴려봐야 다 안다. 난 내 앞에서 짱돌 굴리는 사람을 좋게 본 적이 한번도 없다.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행동은 나보다 똑똑하거나 경험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살 수 없게 만든다.


상대방이 나보다 멍청하고 경험도 없다면, 내가 수작을 부려도 들키지 않을 것이고 소기의 이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뭔 영양가가 그리 있나? 훌륭한 벗이 될 리가 없는 사람들에게나 통하는거다.


결론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는 행위는 영리하고 경험도 풍부한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덜떨어진 사람들만 꼬이게 만든다. 끼리끼리 논다는 조상님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사람들도 그렇다.정말 훌륭한 사람들은 대충 다 genuine하더라. 반면 잔머리나 존나 굴리는 애들 주변에는 멍청한 놈들 밖에 없더라고.


그러니 좋은 친구 사귀고 싶으면 잔머리 굴리는 수작 따위 부리지 말아라. 상대에게 솔직해라. 괜찮은 사람은 남고, 멍청한 놈은 떠난다. 그러다가 약은 놈한테 이용당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놈 빨리 걸러냈다는데 만족하고 쳐내라. 어차피 옆에 있어봐야 영양가 하나도 없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학부시절 있었던 일이 생각나네. 전공과목 기말 조별 프로젝트가 있어서 친구들과 뺑이를 쳤다. 흔히 그렇듯이 좀 주도하는 친구도 있었고, 노는 놈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심했다. 한명이 문자그대로 아무것도 안했다. 아예 그놈을 빼버려도 됐는데 우리가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그러지는 않았다. 나를 비롯한 나머지 팀원들의 노력으로 무사히 프로젝트 발표를 마쳤고, 우리는 아무것도 안한 놈에게 밥이라도사라고 했다.


병신… 처음에는 우리가 한 일을 밥 한끼로 퉁치니 좋다고 했다가 주머니에서 돈 나갈 생각을 하니 아까웠던 모양이다. 단 백원이라도 싼 밥을 사려고 수작을 부리는 꼴을 보자니 역겨웠다. 내가 비록 과외로 생활비를벌어쓰는 가난한 학생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얻어먹고 싶진 않았다. 자리를 박차고 나오려다 다른 사람들을 봐서 참았다. 말은 안했지만, 다 똑같이 느꼈겠지. 걔네들이 나보다 모자라는 애들도 아니고.


처음 본 사이도 아니고, 그 병신도 병신짓 한 게 그때 한번 뿐이겠나. 우리도 그 전부터 대충은 알고 있었다. 어쩌다 조가 좀 애매하게 짜여졌을 뿐이지. 결국 그때 같이 밤새던 친구들 중에 그 새끼하고 연락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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