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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에서 살면 인종차별을 겪느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안겪는다.

 

중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이 미국에서는 흑인과 동양인이 사람 취급도 못받는다고 하시더라. 그게 1990년대 초반이니 진짜 그랬을 수도 있겠다. 대학교 때 새로 부임한 교수님도 비슷한 얘길 해주셨다. Michael Jordan은 Michael Jordan이다. 유색인종은 미국에서 차별을 받기 때문에 주류로 올라서기 어렵다. 아마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말이 아닐까 싶었다. 능력이 특출난 분이셨으니, 한계가 있다면 느낄 일이 많았겠지.

 

그런데 난 이렇다할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내가 무슨 미국의 대단한 사람들처럼 되거나 어울리고 싶은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톱 레벨의 성취를 이루거나 그 리그에 낄 주제가 못되다보니 그런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미국의 시카고에서 소시민으로 사는데는 불편이 없다. 버스기사가 날 태우길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이웃들도 친절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살 때보다 더 친하게 지낸다.

 

이건 시카고, 혹은 미국의 대도시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대도시와 그 외의 지역은 많이 다르다. 대도시에는 나같은 외노자도 많고 관광객도 차고 넘친다. 그러니 사람들이 유색인종들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대도시를 벗어나면 그렇지 않다. 그런데 가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험한 소리 들을 수 있다고는 하더라. 뭐 풍문이 그렇다는 얘기지 실제로 겪은 사람은 아직 못봤다.

 

사는 사람들이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다보니 생각도 많이 다르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났는데, 대도시 지역은 힐러리 표가 우세했고, 그 외에는 트럼프가 압도적이었다. 내가 사는 일리노이주도 마찬가지였다. 일리노이주 선거인단은 여유 있게 힐러리가 가져갔지만, 일리노이주 지도를 보면 시카고 빼고는 대충 다 빨갛다. 단순히 면적만 따지면 내가 사는 도시 같은 곳은 미국의 아주 일부다.



근데, 나같은 사람이 미국에 유학와서 직장 잡으면 어디겠나. 외노자 많은 동네지 뭐. 외노자들끼리 어울리면 뭐 유색인종이라고 차별하고 자시고 할 게 없고. 여기 코캐시언들도 나같은 애들도 말을 못해서 그렇지 다 같은 사람인거 안다.

 

굳이 얘기를 꺼내자면 차별 비슷한 것을 느낀 적이 있긴 하다. 유학생 시절 살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느 코캐시언 주민과 그 패거리들에게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뭐 대충 "니가 알아는 듣냐 씨발놈아" 이런 소리 하면서 지랄발광을 하더라고. 그 아파트가 그리 좋은 곳은 아니었고, 사는 사람들도 그랬고. 그 망할 백인도 오다가다 가끔씩 봤는데 질이 안좋아보였다. 더군다나 그날은 약이라도 했는지 더 이상했다.

 

이 일이란게, 뭐 인종차별로 볼 여지는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말을 못해서 생긴 일인 것 같다. 질 나쁜 새끼들이, 뭐 백인과 흑인 조합이였기도 하고, 내가 말 못하는 외국인인거 아니까 그지랄을 한거지. 어디 가서 말 못하는 놈이 사람 취급 받기 쉽지 않은건 세계 어디나 다 마찬가지이니. 인종차별이 아니라도 불쾌한 경험이었다. 난 졸업과 동시에 여기서 나가겠다고 다짐했고, 그대로 했다.

 

다른 한번은 미시건주 어느 휴양지에 갔을 때 일이다. 주차장에 성조기로 요란스럽게 장식된 트럭이 하나 서 있었다. 난 별난 사람이 있나보구나 하고 자세히 봤다가 얼어붙었다. "Yes, I’m an ignorant racist. How’s your PC?" 의역하자면, "그래 난 무식한 인종차별주의자다. 어쩔래?" 이정도 될까? 사람들이 평화롭게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는 동네였고 나도 그러려고 왔는데 이게 뭐냐. 누가 뛰어나와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 하여튼 머리가 복잡했다. 그럴 리 없다고는 생각했지만, 서둘러 그 동네를 떠났다.

 

안좋은 일을 발굴한게 이정도다. 어쨋든 불쾌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허나 이정도 일로 미국이 살 곳이 못된다면, 부산 사는 학생은 서울로 대학 가면 안된다. 정말이다. 내가 부산에서 살다가 서울에 왔을 때 당한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촌스럽다고 대놓고 무안주는 놈도 있었고, 사투리 쓴다는 이유로 술먹고 싸움거는 사람도 여러번 겪었다. 하지만 이걸로 서울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쓰레기는 쓰레기 짓을 한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는게 쓰레기다. 나 스스로도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살지 않나.

 

결론적으로 나는 우려했던 사태 없이 안락하게 살고 있다. 며칠 후에 있을 이웃집 파티에 무슨 와인을 사갈지나 고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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