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뭘 올려본 지가 한참 되었다.
내가 페이스북을 쓰지 않는 이유는 기분이 좋지 않아서다. 페이스북의 사업 모델은 대충 이렇다. 누군가 새로 낳은 아이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동시에 페이스북은 그 사람에게 새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게 된다. 이 정보를 광고에 써먹으라며 기업에 판다.
광고업계에서는 타겟을 정밀하게 설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광고를 제대로 된 목표물에 꽂아넣는 것 자체가 아주 많은 비용이 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내밀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 타겟을 설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아주 많이 갖고 있다. 어찌 보면 광고를 위한 플렛폼으로써는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 생각은 이렇다. 아까 그 사람은 새 아이를 얻은 기쁨을 친구들과 나누기 위해서 사진을 올린거지 광고회사와 나누기 위해서 올린 건 아니다. 페이스북이 뭔데 나와 내 친구들이 나눌 이야기들을 광고회사까지 알게 만드느냐는 거다. 난 내 단골 가게가 어딘지를 광고회사와 나눌 생각이 별로 없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정말 내 정보를 아무에게나 다 노출해주는 것 같다. 가끔 옆에 친구 추천으로 뜨는 사람들 목록을 보고 기겁할 때가 있다. 이미 결혼해서 애 낳고 살고 있는 옛날 여자친구, 같이 일했다가 사이가 틀어진 전 직장 동료까지 다 나온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지금 뭐 하고 사는지 별로 말해주고 싶진 않다. 좀 안보고 살았으면 했던 사람들 사진이 뜨는게 불편하다. 마음만 먹으면, 혹은 그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나와 다시 연결되거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불쾌하다. 아마 내 사진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최악인 점을 하나 고르자면, 그런 사람들이 친구 요청을 해오는 경우다. 본인들은 껄끄럽지 않은지 몰라도 난 속이 벤뎅이 소갈머리라 아직까지 그런 사람들이 불편하다. 딱히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도 그렇다. 그냥 편하게 내가 뭘 하고 사는지 내보이기엔 좀 가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친구 수락을 하는 순간 내가 지난 주말 다운타운의 맥시칸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밥먹은 것까지 다 그 사람들이 알게 된다.
나도 나름의 해결책을 찾은 것이, 친구 요청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과연 내가 이 사람에게 내가 지난 수요일 직장동료들과 야외 콘서트에서 와인을 마시며 놀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가?'
No라는 답이 내려지면 그냥 거절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나 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나도 처음 시작할 땐, 그냥 남들 하니까 그냥 했었다. 그런데 자꾸 불편한 일이 생기니 페이스북을 덜하게 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 이게 페이스북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묘한 역설이다. 엄청난 개인정보를 쌓아두고, 공유하게 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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