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미국에서는 돈 모으려면 건강해야 된다. 이번에 이빨 하나 아파서 돈 좀 깨지게 생겼다. 예상되는 진료비가 $2,000 정도다. 고작 신경치료 받고 이빨 씌우는데 이정도 돈이 든다. 보험회사에서 얼마나 커버해줄지는 잘 모르겠는데, 살 떨리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난 아직 미국 의료보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예상치 못한 구석이 많다. 너무나 철저히 자본주의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모든게 협상에서 출발한다는 점도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100%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충 이런 식이라는 정도만 받아들이길 바란다.
일단 의료보험이 다니는 회사마다 다 다르다. 크고 좋은 회사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협상력이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buying power가 있는 것이지. 그렇다보니 좋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이 보통 더 좋다. 게다가 진료수가도 보험회사와 병원 사이에서 협상으로 정해지는 것 같다. 결국 좋은 회사 다니는 사람이 더 싸게 진료를 받으면서 보험에서 커버도 더 많이 된다. 반면 안좋은 회사를 다니면 보험료는 비싸게 내면서 실제 진료도 비싸게 받는 일이 생긴다.
만약 보험이 없다면, 비싸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건 둘째치고,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병원비를 떼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보험회사에서 내주는 것이 많으니 본인 부담금이 적다. 게다가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게 분명하니 본인 부담금이 많이 나오더라도 감당할 여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험조차 없는 사람은, 직업이 없거나 안좋은 직장에 다닐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진료비 자체도 높고 제 때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은 것이다.
다행히 난 멀쩡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진료비가 좀 높게 나오더라도 지불할 능력이 있다. 대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라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만약 잔병을 달고 사는데다 안좋은 회사에 다닌다면 어떨까? 아마 이 상황이 아주 절망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여기에 미국 의료체계의 딜레마가 있다. 좋은 회사 다니고 돈 잘 벌면, 의료비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큰 고통을 감내해야 된다. 다시 말하자면 좋은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미국의료체계에 대해서 문제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이 쯤 되면 직장이 거의 계급처럼 보일 정도다. 미국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긴 있지만, 정작 바꿀 힘이 있는 상위 계급 사람들은 문제를 크게 느끼지 못하니 계속 문제가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오바마 케어 같은 것도 생기는 걸 보니 미국이란 나라가 잘 굴러가는 것 같다.
결국엔 다 진료비가 비싸서 생기는 일이다. 이러니 건강하게 살아야 된다. 규칙적인 생활 하고, 운동 열심히 하면서 몸을 건강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회사에서 안잘리게 열심히 일도 한다. 이게 미국에서 병원비 걱정 덜하고 사는 방법이다.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잘한 짓 하나 (0) | 2015.03.12 |
---|---|
어릴 때 다닌 서예원 (0) | 2015.03.10 |
못난 내 모습 (2) | 2015.02.26 |
치주염과 함께한 발렌타인 데이 (0) | 2015.02.17 |
미국에서 약 사기 (2) | 201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