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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좆문가들

인터넷의 폐해인지, 어설픈 자칭 전문가들이 참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이들을 “좆문가”라고 부르더라.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가끔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좆문가들이 풀어논 썰을 볼 때가 있는데, 그 얇디 얇은 지식의 깊이에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많다. 특히나, 핵심하고는 아무런 상관없는 소리를 한 수 가르쳐준다는 듯 던지고는 우쭐하는 꼴을 보면 세상에 참 미친 놈들 많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리 미친 놈들이 많을까? 여기에 대해서 난 몇가지 가설을 생각해봤다.

1. 뭔가를 잘해본 적이 없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뭘 잘하기는 참 어렵다. 난 내가 밥먹고 사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아직 어디 가서 아는척 나서는게 조심스럽다. 내 분야가 이런데 다른 분야라고 뭐 다르겠나. 뭔가 제대로 된 그림이 턱 떠오르는 수준에 도달하기는 무쟈게 어려울거다. 그래서 어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A4지 한두장 분량 줏어듣고 전문가가 된 양 떠드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

인생 살다보니 좆문가들 여럿 좀 만나봤는데, 그들은 진짜 자기가 많이 안다고 생각하더라.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뭔가 제대로 하나를 잘 해본 적이 없는 중생들이다. 뭘 잘 해본 적이 없으니 자기가 떠드는 사안에 대해서도 잘 알려면 얼마나 공부가 필요한지 모른다. 게다가, 아는 게 없다보니 뭐가 핵심이고 곁가지인지를 모른다. 그래 놓으니 고작 인터넷에서 출처불명의 글 몇줄 읽어놓고 뭘 좀 알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참 가련한 인생들이다.

2. 헛소리로 문외한을 낚아본 적이 있다.
겨우 하는 거라곤 문외한에게 화려해보이는 소리 뿐인데, 가끔 그렇게 초보자를 낚아 본 적이 있는 경우도 있다. 더러는 평생 받아볼 일이 없었던 고수 대접을 받기도 한다. 이런 경험이 쌓아면 자신감도 생기고 자기가 정말 많이 아는 것 같이 착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뭐 또 어디 가서 다른 소리 줏어듣고 똑같은 짓 또 하게 되겠지.

가끔 좆문가 주제에 자신감 충만해서 전문가에게 덤비기도 한다. 심지어 나도 겪어본 적이 있다.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다. 비록 제도권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는 소리를 늘어놨지만 나는 걔가 뭘 좀 알고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니 본인이 꺼낸 핵심 전문용어를 실제로는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수준 이하의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다보니 정신이 대략 멍했다. 이걸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줄까 혼자 고민하다 그냥 말았다. 만약 진지하게 전문가의 말을 경청할 줄 아는 애라면, 그 얇디 얇은 지식으로 이 난장을 피우지도 않았겠지.

3.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의 특성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는 대부분 짧은 호흡으로 보는 것들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공부를 할 때, 500페이지짜리 책을 읽는 것과 그걸 A4 한두장으로 추린 것을 읽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요약본을 본다면 대충의 아이디어를 빨리 캐치할 수는 있겠지만 이해의 폭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된 책을 읽었다면 그 아이디어의 배경과 예상되는 영향을 비롯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많은 내용을 전체적으로 다루면서 하나의 주제로 나아가는 방향을 따라가게 되는데, 이러면 생각하는 훈련도 된다.

이래서 1, 2분 투자해서 읽은 것만으로 세상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좆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안되어 있더라. 더불에 맨날 추린 것만 보다보니 주제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무엇이 곁가지고 무엇이 핵심인지를 판단하는 능력도 떨어지더라. 물론 지네들은 모르겠지. 이래서 사람이 줏어들으려고 하지말고 책을 봐야 된다.

4.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가 좆문가들에게 멍석을 깔아줬다고 본다. 좆문가들이 낚을 사람들을 만나기도 쉽고, 헛소리를 늘어놓을 공간도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특성상 긴 호흡으로 이야기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냥 짧게 짧게 강력해보이는 말을 던져넣어야 하는데 이러기에는 책읽고 공부한사람보다는 누가 문외한에게 어필할 수 있는 내용만 추린 것을 본 사람이 더 민첩하게 반응한다. 그러면서 가끔 우쭐하게 느낄 일도 생긴다.

다른 말로 좆문가라는 자체가 인터넷에서 놀기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자꾸 거기에 빠져들고, 좆문가적인 양식이 행동에 베여들며 그게 급기야 실 생활에서도 나오는거지. 어찌 보면 불쌍한거다. 그런 애들이 책을 좀 읽어야 철도 들고 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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