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결혼율이 집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단다. 정작 난 큰 고민 없이 결혼을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결혼의 장단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보았고 결혼을 한지도 몇년 되니까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다. 사람들이 결혼을 왜 하고 왜 하지 않는지, 그리고 앞을는 어떨지에 대해서 세편의 글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련다.
아마 사람들이 결혼을 한 이유라는 게 참 다양하겠지.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만 뽑아보자면 경제적 인센티브와 사회적인 대접, 그리고 결혼생활 그 자체인 것 같다. 내가 샘플을 뜨고 factor analysis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이들이 90% 이상을 결정하는게 아닐까 싶네. 이제 하나씩 따져볼텐데, 대충 내 생각이 이렇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1. 경제적 인센티브
결론부터 말하면 경제적으로는 손해다.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 세금을 좀 적게 내기는 한데, 결혼을 함으로써 감당해야 할 비용에 비하면 소소할 뿐이다.
일단 결혼에는 목돈이 든다. 게다가 생활비도 늘어난다. 왜냐하면 혼자 살 때는 대충 원룸에 이불만 깔아놓고 살아도 되지만, 결혼을 하면 대충 갖춰놓고 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게 혼자서 난 안그럴꺼야 한다고 그럴 수 있는게 아니다. 생활비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결혼한 친구들엑 물어보면 모두 예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그런다. 에고 참 힘들다.
유일하게 결혼이 경제적인 이득인 경우가 돈 많은 배우자를 만나는 케이스다. 그런데 이것도 뒤집어보면 상대 배우자는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even 혹은 마이너스다.
금융산업에서 먹고 사는 사람으로써, 포트폴리오 운용하는 관점으로 보면 또 다른 장점이 있긴 하다. 주식과 채권을 섞은 포트폴리오처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과 소득은 높아도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만나면 분산, 최적화된 수입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근데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 닿을지 모르겠네. 일부러 만들기도 어렵고.
결론적으로, 결혼을 하면 경제적인 인센티브는 마이너스다. 특히나 배우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은 더 그렇다.
2. 사회적인 대접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혼을 하면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영화 "Departed"를 보면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비록 깡패 두목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긴 한데, 남자가 결혼을 했다는 건 돈 잘 벌고 밤일도 잘 한다는 뜻이란다.
노총각이나 노처녀는 뭔가 모자란 사람으로 여기는 풍토가 조금은 있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혼남이나 이혼녀는 더 가혹한 편견에 마주쳐야 한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 승진에서 이러한 점들이 고려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뭐 딱히 놀랍지도 않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인 대접 면에서는 결혼을 하는게 유리하다. 이건 뭐 별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
3. 결혼 생활
솔직히 이게 제일 애매하다.
결혼을 하고, 매일 배우자와 살을 맞대고 사는 건 큰 즐거움이다. 연애할 때처럼 피곤하게 눈치를 보며 밀당을 할 필요도 없고, 뭘 하고 싶으면 기본적으로 같이 할 사람이 옆에 있으니 편하다. 거기다 자기를 닮은 자식을 갖는 건 인생을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 중 가장 환상적인 일이 아닐까?
그런데 말이다. 이게 꼭 좋기만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결혼 전에는 아내를 충분히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살아보니 내가 뭘 그리 자신만만해 했나 싶다. 뭘 같이 할래도 의견이 맞고 취향이 비슷해야 하는데, 모든게 딱딱 맞기가 쉽겠나. 나만 하더라도 아내가 베트남 음식을 싫어해서 좋아하는 쌀국수집에 2년 넘게 못갔다. 혼자 가면 되지 않느냐고?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얼척없는 소린지 안다.
살면서 갈등을 겪을 잃도 많다. 모두 감정이 있다보니 합리적이지 않은 일로 부딪히기도 한다. 또 삶에 제약도 많이 생긴다. 아무리 내 친구라도 배우자가 싫어하면 만나는게 눈치보인다. 말이 안되는 이유로 그러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된다. 물론 친구와 밤새 소주를 마시고 아침에 술깨러 사우나 가는 소소한 즐거움도 포기해야 된다. 둘이만 있어도 이렇게 애매한게 많은데, 여기다가 양가 집안까지 합세하면 아주아주 복잡해진다.
공학에서 모델을 만들 때도 input이 많으면 결과의 distribution이 어떻게 되는지, 그거 설계한 놈도 잘 모른다. 마찬가지다. 워낙에 결혼 생활에 영향을 주는게 광범위하다보니 정말 각양각색이다. 앞서 정리한 두가지 요인은 결혼하기 전에도 대충 어떨지 알 수 있는데 반해서 결혼생활은 감히 예측할 수가 없다. 결과가 어찌돌지 모른다는 뜻인데, 통계학 용어로는 분산이 크다고 하고 금융에서는 "리스크가 크다"라고 표현한다. 딱 그렇다. 리스크가 정말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혼 생활이 행복에 도움이 되느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내 경우로만 한정하자면 도움이 된다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gray area에 자리하고 있는 듯 하고 나와 반대의 상황에 놓인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결론을 내려보자.
경제적 인센티브: negative
사회적인 대접: positive
결혼생활: inconclusive, 예측이 어려움
각자의 상황에서 이 요인들을 봤을 때 어느 것이 얼마나 크고 작게 느껴지는가에 따라서 결정이 내려지는 거겠지. 불행해질 것을 뻔히 보면서 결혼하는 사람은 드물거다. 앞서 내가 모델을 언급한 것처럼,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어려워서 위험부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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