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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흑인이 살기 참 힘든 세상이다

며칠 전 뉴욕의 센트럴팍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다. Amy Cooper라는 백인 여성이 Christian Cooper라는 흑인을 경찰에 신고했다. 뭐 말도 안되는 이유로 말이다. 오히려 규칙을 어기고 있는 건 본인인데 흑인이 자기에게 뭐라했다는 이유로 그걸 목숨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경찰에 신고씩이나 한거지. 참내, 흑인이면 흉악범으로 간주되는구나.

Amy Cooper는 2009년에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그리고 Franklin Templeton이라는 투자회사에 다니고 있다. 시카고대 MBA야 금융 쪽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는 탑티어이고, 저 회사도 아주 좋은 회사다. 나를 받아준다면 두말 않고, 뉴욕 생활비를 감안해서 연봉만 맞춰주면, 옮겨갈거다. 시카고대 MBA 친구가 한둘도 아니고 졸업년도를 봤을 때 한두다리 안으로 닿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슨 무지렁이도 아니고 배울만큼 배운 사람이 이러고 있다니 참... 새삼 놀랍다.

그런데 이게 다 물거품이 된 것 같다. 당장 직장에서 잘렸다. 평생, 본인 이름을 검색해보면 제일 위에 뜨는게 이 사건일게다. 본인의 변명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그리 중요하지도 않고 난 사실도 아닐거라 생각한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면 왜 경찰에 전화도 하기 전에 African-American이 입에서 튀어나오냐. 빠져도 아무 상관도 없는 말인데. 흑인이 위험한 인종이라는 편견이 없다면 나오기 쉽지 않은 말을 뱉은거다. 반면, 본인이 백인이고 상대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걸 아주 잘 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인종에 대한 편견으로 무고한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려고 한 행위는 잘못된 거긴 하다. 아니 곤란 정도가 아니지. 그간 생긴 일을 보아하니, 비디오를 찍어두지 않았다면 그 흑인남성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 수 없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건 오히려 흑인 남성이었을거다. 그에겐 이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Amy Cooper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리는게 무슨 도움이 될까? 평생 따라붙을 증오, 익명으로 날아드는 험한 말들... 이런걸 겪는게 정당한 것 같진 않다. 다름 아닌 피해자가 될 뻔 했던 Christian Cooper의 말이다.

Christian Cooper는 하버드 출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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