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이 경찰에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생겼다. 나도 비디오를 봤는데, 그냥 목을 깔아뭉개서 죽여버리더만. 이건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사인에 대해서 거짓말까지 해서 그를 두번 죽인 건 덤이다. 행인들까지 그 장면을 보고 항의를 했는데 왜 꿈쩍도 하지 않았을까? 본인이 그렇게 목을 짓누르고 있으면 숨을 못쉴 수 있다는 걸 몰랐을까? 아니 모를 수가 없지. 상대방이 숨이 막혀서 고통을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건 틀림 없고, 그러다 죽어도 뭐 괜찮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미필적 고의라는게 바로 이런거지. 경찰이 어디 가서 사람 좀 패고 해도 문제 없이 넘어가지니까 그런 행동을 하면서도 잘못되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도 쓸데없이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경찰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문화에서 살다보면, 그중에 특히 좀 못된 인간이라면 저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을 것 같다.
George Floyd라는 사람이 죽은건 큰 문제다. 그런데 그걸 방아쇠로 해서 전국적인 폭동이 일어났다. 내가 사는 시카고는 물론이다. 덕분에 경찰들이 밤잠 못자고 시위대와 씨름을 하고 있다. 내가 시카고 경찰이라면 그 미니애폴리스 경찰을 존나 욕했을거다. 싸이코새끼 하나가 개지랄을 떤 덕분에 이게 무슨 고생이냐 이러면서. 아니 당장 미니애폴리스 경찰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좆같은 새끼가 조직에 있음으로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고 있나? 역시 모진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경찰도 이 상황이 좆같겠지만, 더 심한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사는 시카고에도 정말 수많은 가게가 약탈당했다. 뭐 대충 시내 안의 리테일 가게는 다 털렸지. 우리 동네도 별 수 없더라. 베스트바이도 털리고 귀금속가게도 털렸다. 이 와중에 GAP이 털리지 않은게 신기하더라. 뭐 이것도 폭동 일어난지 얼마 안됐을 때 상황이라 지금쯤은 다 털리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집은 주택가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아무런 피해가 없다. 그런데 그 많던 조깅하던 사람들이 싹 사라졌다. 하기사 이럴 때 몸 사려야지. 아내가 약을 타먹는 월그린이 털렸는데 맞은편 스타벅스가 멀쩡한게 신기하더라. 하긴 훔쳐갈 물건이 많이 없을 것 같아서 놔뒀겠지. 걔네들이 무슨 양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는 사람이 가게를 갖고 있는데, 거기도 털렸다. 시큐리티캠을 보니 어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가 들어와서 물건을 쓸어가더라네. 이걸 보면 약탈만을 위해서 거리에 나온 불한당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경찰은 불러도, 당연한 듯, 나타나지 않았다. 진열대는 물론 창고도 털었고, 심지어 가게 안에 냉장고까지 싹 긁어갔단다.
보험이 있으니까 괜찮냐고? 100% 보상해주는 보험은 드물고, 상당히 비싸다. 아는 사람은 전체 피해액이 700-800K 정도인데, 보험으로 보상이 되는 건 200K 정도라네. 널빤지로 가게를 막아놔도 그걸 뜯고 털어간 모양이더라. 나한테 갑자기 빚이 500K가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진짜 상상만 해도 숨이 턱 막힌다. 리오프닝을 앞두고 잔뜩 기대에 들떠 준비를 많이 해놨을텐데, 그게 다 물거품이 됐다. 가게 주인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수천명이 수많은 가게를 무작위로 약탈했으니 아마 찾아서 기소도 못할거다. Justice for Floyd는 그 경찰관 넷을 잡아넣는 걸로 이뤄질텐데, Justice for 가게 주인들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진짜 못된 놈들이다.
이런 상황에도 주가지수는 올랐다. 이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난 이해한다. 어찌 숫자가 돌아가는지. 내가 그걸 모를 리가 있나. 회계를 막 배워서 대충 DCF니, FCF니 뭐니 할 줄 알게 되면 걸리는 병이 있다. 회사가 그냥 숫자로 보인다. 회사라는게 cash flow라는 숫자를 찍어내는 기계로만 보이는 것이다. 그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 그걸 실행하기 위한 고민들, 일하는 사람들의 땀방울, 그들의 삶. 사실 이런 것들이 회사의 본질에 가까운데 그런건 싹 그냥 무시된다. 오로지 cash flow로만 회사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분석으로 투자를 했다가 장렬하게 망한다. 당연하지. 본질을 놓치고 하는 분석이 어찌 맞을 수가 있나? 이런 얼치기 분석으로 투자했다가 좆되는 걸 아주 가까이서 목격한 적이 있다. 2010년, 아이폰이 스마트폰을 재정의하고 점유율을 먹어가고 있는데, 누가 Blackberry를 만드는 RIM에 투자하는걸 봤다. 그 회사 재무제표는 열심히 분석했더라. 뭐 그 직전 분기까지 실적은 훌륭했지. 그걸 보면 주가가 싸 보였겠지. 비슷한 시기에 내 친구는 RIM에 숏을 때리고 Apple을 사더라고. 이게 cash flow만 보느냐, 제품까지 같이 고려하느냐의 차이다.
난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상승장이 내게 많은 이득을 주긴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얼치기 애널리스트가 생각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언제까지 주식 시장이 실제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던 중에, 그 사람들의 상처를 되돌아보기 전에, 이 모든게 회복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전까지는 계속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안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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