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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첫 10K 레이스

우리 동네에 무슨 펀드 레이징 하는 대회가 있어서 나가봤다. 여기서 모금된 돈이 동네 학교로도 가기 때문에 학교에서 독려 메일이 와서 알았다. 난 가장 긴 10K를 선택했다. 평소에도 3-4 마일 씩 뛰니까 10K에 도전한 거지. 50분 아래로 뛰는 게 목표이긴 했는데, 여차저차 트레이닝 같은 건 못했기 때문에 55분 아래로만 뛰자. 뭐 이래 마음 먹고 나갔다.

거기서 이 동네 토박이 직장 동료도 만나고, 아이 친구 엄마도 만났다. 우리 동네 골목 골목을 뛰는데 사람들이 나와서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니까 재밌더라. 사실 마이너리티로써 그냥 백인 동네에 꼽사리 껴서 산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레이스 동안 만이라도 정말 내가 이 동네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10K를 52:55에 뛰었다. 55분 아래로 뛰었으니 나름 만족한다. 사람들 정말 잘 뛰더라. 남자들 58명 중에 35등 했다. 아무리 동네 레이스라도 10K인데 평소에 전혀 조깅 같은 거 안 하다가 덜컥 나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기록도 안좋겠지. 대충 90%는 조금씩이라도 뛰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면 평소에 조깅 조금이라도 한다 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대충 52명 중에 37등이니 하위 71%에 해당한다. 좀 못 뛰는 편인 것이다.

이렇게 보니 실망스럽지만 뭐 이해는 간다. 내가 아무리 고등학교 시절 오래 달리기를 반에서 1-2등을 다퉜지만, 1K와 10K를 비슷하게 볼 수는 없으니까. 체계적인 트레이닝은 커녕 주 3-4회3-4마일을 대충 나가서 그냥 뛰는 것일 뿐이니까. 체계적으로 달리기 코칭을 받는 사람도 많고, 하다 못해서 공부를 제대로 하고 뛰는 사람도 많을텐데 그런 사람들보다 못한 건 당연한 거다.

레이스를 복기해보면, 경험 없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냥 평소에 뛰던 속도에서 약간 페이스를 올려서 출발했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 뛰는 거리는 10K의 절반 정도인 게 문제다. 결국 4마일 지점부터 페이스가 떨어지며 무수한 추월을 당했다. 뭐 내가 10K가 며칠 전에 조깅한 거리보다 길다는 걸 몰라서 이랬던 건 아니다. 조깅하는 속도로 10K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레이스가 끝났을 때 탱크에 휘발유를 남겨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 페이스를 올려서 출발했던 거다. 근데 아… 나를 과대평가했던 거지. 진짜 4마일 지나니까 퍼지더라. 오히려 처음 1마일은 웜업 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갔어야 했는데, 웜업은 레이스 전에 해둬야 된다며 거기까지 뛰어간 내가 바보지. 뭐 상황 봐서 동네 레이스는 틈틈이 나가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작은 동네의 작은 레이스지만, 여기도 1등부터 3등까지는 트로피를 주더라. 그래서 누가 상을 받아갔나 찾아봤다. 정말 놀라운 기록이더라. 셋 다 40분 이내, 1등은 35분에 끊었더라. 이 정도면 나 같은 사람이 노력한다고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감탄만 하고 있다가 이들의 프로필을 자세히 봤는데, 모두 다 우리 동네 사람이 아니더라! 음… 그냥 다른 동네 사는 준 선수급, 뭐 선수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도장깨기 하러 온 거지. 우리 동네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고. 뭐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만. 나도 내 기량이 뛰어나다면 해봄직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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