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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시카고 시장 재선 실패

참 뭐 떠들썩하게 시장이 되었던 사람인데, 속절없이 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듯이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시카고 시의 치안이 너무 안좋아졌기 때문이다. 원래 안좋아지던 중이었기 때문에 나름 억울할 수도 있겠다. 허나 이 분 치세에 화룡점정을 찍었고, 나는 이 분의 책임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시카고 위험한 거야 뭐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특히나 더 위험해졌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대충 2017년 2018년 이 정도였던 것 같다. 내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대, 대충 이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주는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단다. 현 시장이 2018년에 임기를 시작했고 주요 정책이란 건 원래 준비를 제법 하기 때문에 아마 이 분 작품은 아닐 것이다.

원래 가난한 사람들, 뭐 대충 다 흑인들인 것 같은데, 모여서 살게 임대 주택을 내주고 있었다. 뭐 주택은 어디 안 가잖아. 그냥 거기 있는 거지. 그런데 얘네들에게 집을 주기보다는 임대료로 쓸 돈을 주고 살고 싶은 데 가서 살라고 했단다. 가난하고 교육 못 받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지 말고 멀쩡한 사람들한테 가서 좀 섞이라는 거지. 사실 이 정책이 똥누다 생각난 건 아니고 나름 연구에 기초하고 있다.

대충 환경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중요한가 하는 연구다. 캘리포니아 북부, 그러니까 우리가 Bay Area라고 부르는 곳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됐단다. Well-diversified되고 견고한 중산층이 있는 동네, 샌프란시스코와 못 살고 못 배운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버클리를 비교했다.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를 생각하면 안그런데, 예전에는 그랬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 애들, 버클리에서 산 애들, 그리고 버클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간 애들을 추적해봤단다.

보니까 샌프란시스코 물을 먹은 애들이 버클리 애들보다 대학 진학률, 범죄율, 미래 소득까지 아주 큰 차이를 보이더란다. 이사라도 빨리 간 애들이 늦게 간 애들보다 더 낫단다. 그러니까 험한 동네에서 자라는 꿈나무들을 좋은 동네로 이사를 시켜야 얘네들이 건강한 시민이 된다 뭐 이런 결론이 나왔단 것이고 따라서 정책도 실행된 것이지.

그런데 난 솔직히 이 결론에 동의를 못 하겠다.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찾아서 이사를 갔다는 사실이 벌써 그 부모에 대해서 뭔가를 얘기해주고 있지 않냐. 단지 아이가 어느 동네에서 성장한다는 것보다 어떤 부모에게서 양육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건 뭐 사회학 학위가 없어도 뻔해 보이잖아. 그런데 여기서는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는 무시하고 동네만 갖고 저런 결론을 냈단 말이야. 난 이게 제대로 된 연구 같아 보이지 않았다.

뭐 하여간 저런 근거를 갖고 정책을 도입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뭐 그 중에 좀 아이 양육에 진심인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찾아가고 정성을 다해서 아이를 키우겠지. 그럼 험한 동네에 있는 것보다 아이에게 좋긴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이란 게 이렇게 아름다운 일만 일어나겠나.

지들끼리 모여서 사고치던 애들을 밖으로 풀어논 꼴이 됐단 말이야. 그런 애들이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하던 짓을 안할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거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걔네들이 저 동네를 벗어나 시카고 다른 동네로 가서는 또 거기서 사고를 치기 시작하는거다. 총격 사건 없던 동네에 총격 사건이 생기고, 강도 사건이 없던 동네에 강도 사건이 생기고 늘어나고 했다. 좁은 동네에서 그러면 대충 관리라도 되지. 애들을 다 풀어놓으니 관리도 안되고 각종 범죄만 늘어났다. 정말 즉각적으로 말이다.

일이 이렇게 돼 가면 뭔가 했어야 했다. 그런데 뭐…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상황이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 대신 악화일로를 걸었지. 거기다 하이라이트는 Geroge Floyd 사망 사건로부터 촉발된 폭동이었다. 솔직히 난 한 번이야 뭐 그러려니 했다. 근데 얘네들이 재미를 붙였는지 별 일 없어도 몰려와서는 가게들 약탈하고 지랄 똥을 싸더라고. 그래도 그 폭도들을 잡지도 않았다. 경찰이 잡아와도 곧장 다 풀어줬지. 그러니 걔네들이 어이쿠 안해야겠다 이랬겠나. 물론 걔네들을 기소하는 건 검사가 하는 일이니까 시장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장이 검사랑 쇼부를 봐서 잡아 넣는 정치력을 보였어야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게 아니라.

나도 이 즈음에 시카고 시내의 집을 찾아보지 않게 됐다. 지난 수 년 간 이사를 나간 사람들 얘기를 들어봐도 비슷하다. 다들 너무 위험해져서 여기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람 생각 별로 다르지 않더라.

뭐 흑인 여성, 성 소수자로써의 상징성 뭐 어쩌고 하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할 일을 할 때나 챙겨줄 수 있는 거지. 새로운 시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그 사람들이 더 못 할 수도 있다. 허나 현 시장은 확실히 낙제점이었고, 아닌 걸로 검증된 길을 구태여 또 갈 정도로 시카고 유권자들은 한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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