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시카고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4월 초면 아직 눈 오고 땅은 꽝꽝 얼어 있어야 정상인데, 꽃도 제법 폈더라. 5월도 봄이라기엔 애매하던 시절이 몇 해 전인데 4월에 봄이 오다니 봄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이 집을 사고 나서 맞는 두 번째 봄이다. 시간이 가면서 알아가는 게 참 많다. 이 번에 또 알게 된 것은 정원이 돈을 엄청 먹는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냥 잔디 관리가 문제였지 나무들은 뭐 딱히 신경을 안 썼다. 나무에 뭘 한단 말인가. 헌데 나무가 뭐 잔디만큼은 아니어도 돈을 제법 먹는다.
작년에도 했던 일에 더해서 올해는 tree fertilizer와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먼저 가지치기부터 했지. 친구집에서 hedge trimmer를 빌려다가 box woods를 정리했다.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Father’s day 이럴 때 세일을 한다니 나도 똑같은 걸로 들여놔야지. 하필 Father’s day라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도다. 작은 나무야 내가 했지만, 큰 나무는 난이도가 있더라. 이게 뭐 좀 해보긴 했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부분도 많네. 불행히도 우리집에 이런 나무가 한 두그루가 아니다. 그래서 뭐 사람을 쓰기로 했다. $1,000은 가뿐히 넘을 걸로 예상된다.
거름도 잊지 말아야지. 우리집 front yard에 주인공 격인 나무가 하나 있는데, 이상하게 작년에 잎이 별로 안 나더라. 그 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왜 이런지 이유를 몰랐다. 알고보니 거름을 안 줘서 그랬단다. 계속 안 주면 나무가 죽어버린다네. 이렇게 큰 나무가 죽으면 그거 치우는 것도 일이고 비슷한 나무를 어디서 구해오는 것도 일이다. 무조건 살려야지. 이리저리 리서치를 해서 말뚝처럼 생긴 fertilizer를 샀다. 이놈의 말뚝은 봄과 가을에 한 번씩 줘야 된단다. 박기 전에 물 주라는데, 이번 주에 비 온다 했으니까 그 때 해봐야지.
아까 box woods 가지 치면서 전기선을 하나 잘라먹었다. 아 진짜 뭐 하나 망가질 때마다 돈 들고 시간 들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진짜 뒷골이 다 땡기더라. 이걸 통째로 갈아버려야 하나 했는데, 이 긴 걸 다 파내고 다시 묻으려니 아… 진짜 뭐 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심하지 않나 싶더라. 뭐 이래 된 걸 기회삼아 이런 저런 장비 사다가 혼자서 해봤다. 어찌어찌 하긴 했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다. 아무래도 기량이 떨어지니 그런 모양인데, 이번에 말뚝 박으면서는 뭘 안깨먹게 조심해야겠다. 친구는 마당에 fence 박다가 lawn sprinkler 파이프를 깨먹어서 낭패를 봤다는데 뭐 남 일이 아니네. 이래저래 집에 농기구와 각종 장비가 들어차고 있는데, 여기서 몇 년 더 살면 핸디맨이 되든지 농부가 되든지 뭐가 되도 되겠지.
시카고에 콘도를 사기 전에는 멋진 집을 봐도 집 값 비싸겠다 생각이나 들었지 얼마나 유지비가 드는지 상상도 못했다. 정원도 똑같네. 세상의 멋져 보이는 것은 뭐 진짜 다 이런 모양이다. 넘버 쓰리에서 한석규가 그러지 않나.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가 물 아래서는 존나 발을 젓고 있다고. 아이들과 마누라의 행복을 위해서 이래 매일매일 머리를 싸매고 몸을 갈아대는 나도 비슷하다고 하면 오버한다고 하려나. 어쨋거나 일리노이 사는 중년 아재는 돌아오는 주말에도 뺑이를 칠 예정이다. 아휴 Easter 계란 줍는 이벤트에는 마누라 혼자서 좀 애들 데리고 갔으면 좋겠는데 내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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