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신이 없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싼 와인이 더 높은 점수를 받더라 뭐 이게 카더라이긴 한데 이런 소리가 도시 전설처럼 떠돌아다니고 있고, 아예 근거가 없는 소리는 아닐 것 같다. 그래서 집에 사람들이 모인 김에 비교 시음을 해봤다. 진지하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라벨 다 까놓고 맛이 어떤가 봤지. 결론적으로 맛이 많이 다르더라. 무엇을 선호할지는 그냥 개인 취향일 수 있겠다.
원래는 집에 있는 10불짜리 Cabernet와 100불짜리 Cabernet를 갖고 할랬는데, 어느 손님이 20불짜리 Cabernet를 갖고 왔네. 그래서 이 셋을 비교해봤다. 첫 잔으로 10불짜리를 마셨다. 놀라울만큼 맛이 괜찮았다. 향긋한 과일향이 올라오는 게, 진짜 우리의 우려, 그러니까 가장 싼 와인이 일등 먹는 게 아니냐는,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것 같았다.
다음으로 20불짜리를 마셨다. 이 와인은 아주 유명하고 비싼 와이너리의 세컨 브랜드인데, 이런 세컨 브랜드 와인은 맛이 간판 와인과 거의 똑같은 경우가 많단다. 그러니까 이것도 훌륭한 와인이어야 하는 것이지. 실제로 맛을 보니 괜찮았다. 허나 10불 짜리 와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향이 미묘하게 다르더라. 충분히 20불의 값어치는 하는데, 그렇다고 먼저 맛 본 와인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을 주고 살 것인가 하고 묻는다면 난 그냥 10불짜리 먹을란다.
마지막으로 100불짜리다. 유명 와이너리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것인데 충분히 맛이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다. 그리고 실제 뚜껑을 따보니, 앞의 둘과 확연히 맛이 다르더라. 라벨에 Reserve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오크통 숙성을 좀 오래 한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오크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그런데 무식하게 책상 냄새 같은 게 아니고 부드러운 오크향이 퍼지는데 이게 또 과일향과 어우러지니 맛이 일품이었다.
손님 하나는 세번째 와인을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맛도 그렇고 향도 그렇고 가장 비싼 와인이 돋보였다. 허나 취향을 좀 탈 것 같다. 오크 향이 부담스러운 수준은 분명 아니었는데, 보다 과일향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앞의 두 와인이 더 좋을 것이다. 게다가 이 와인이 첫번째 와인보다 열 배나 비싸다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건 이 10불짜리 와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10불짜리 와인도 충분히 즐길만하다. 아니 그런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걸 새삼 확인했다. 비싼 와인은 오크 숙성이라든지 뭐 이런 까다로운 과정을 더 추가한 것이라 보다 복합적인 맛이 난다. 허나 취향을 탈 수도 있다는 건 유념해야겠고. 그렇다고 어디 초대받아 갔는데 8불, 10불 이런 걸 사가기에는 이 나이에 좀 그러니까 20불짜리 와인이라는 게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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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oy Cabernet Sauvignon Sonoma County
3. Stags Leap Cabernet Sauvignon Limited Edition Reserve Napa Ve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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