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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Affirmative Action 위헌 판결 났네

내가 한국에서 GRE 공부 할 때 Affirmative Action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뭐 내 인생 살기에 바빠서,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다인종 국가에서 자란 게 아니니 말이다. 다만 한국에서도 서울 대치동과 부산에 사는 학생은 서로 차원이 다른 사교육 기회를 갖고 있고 거기에 따라 입시의 결과가 다른 걸 보면서 뭐 그런 불평등을 좀 해소하려고 만들었나보다 뭐 이런 인상만 받았다. 사실 의도는 내가 이해한 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근데 의도라는 게 아무리 좋아도 구현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지. 난 Affirative Action 이런 거 그닥 효용을 모르겠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정원 외로 들어온 애들이 있었다. 외교관 자녀 이런 애들. 해외에 3년씩 4년 씩 옮겨다니다보면 한국의 입시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을테고 그런 애들에게 보상의 의미로 정원 외 입학을 쉽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래 그래서 입학은 한다 치자. 문제는 걔네들이 정시로 들어온 애들하고 경쟁이 안된다는 점이다. 걔네들하고 내가 친한 것도 아니고, 걔네들 머리를 쪼개 본 것도 아니니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떨어져서일 수도 있겠고, 그냥 이제 놀자 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고.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다른 학생들과 나란히 공부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되었다.

학생들이 모두 똑같은 수준에 있을 수는 없고 그 중에는 심하게 떨어지는 애들이 당연히 있겠지. 운이 좋아서 들어왔건 특례로 들어왔건 간에 말이야. 그 상황에서도 뭐 공부 열심히 하면 뭐가 되도 된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본인이 비빌 수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는 거의 예외 없이 놀아버리더라. 본인들도 뭔 생각이 있으니까 공대에 왔을텐데 그냥 놀아버리더라니깐. 공부로는 안되니까 폐인 짓으로 존재감을 내보이려는 건지… 난 사람의 캐파라는 게 딱 고등학교 3학년까지만 갈고 닦으면 그 뒤로는 다 똑같다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도 계속 노력하면 당연히 본인의 능력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걔네들은 이 기회를 포기하더라.

솔직히 한국에서는 학벌이 중요하니까 본인의 실력보다 좋은 학벌을 가지게 된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대신 자신의 캐파를 갈고 닦을 기회를 잃어버리는데 과연 득실 계산이 어떻게 될까? 그냥 적당히 취업하거나 집안 사업 물려받으려면 그냥 학벌만 갖추는 걸로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의 목표가 훌륭한 엔지니어나 학자가 되는 것이었으면 뭐… 그래 안 되는 거지. 이래서 나는 본인의 수준보다 너무 높은 데 가는 건 오히려 안 좋다고 생각한다.

Affirmative Action을 통해 좋은 학교에 간 흑인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학교에서 더 좋은 친구들과 공부하게 해준다는 건 뭐 나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특혜를 받아서 들어간 학생이 정상적인 경쟁을 이겨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거기서 도태될텐데 그게 좋은 일일 리가 없잖아. 그냥 그 제도로 흑인이 좋은 학교에 많이 입학했다는데서 뿌듯해 하면 너무 단순한 거다. 그렇게 들어간 학생이 과연 학교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내는지, 또 졸업 후에는 어떻게 풀리는지 회기분석이라도 해본다면 글쎄 그리 뿌듯해 할 일이 아닐 것 같다. 우수한 동료들과 같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그걸 감당할만한 캐파를 가진 학생에게 주는 게 훨씬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학생에게도, 그 학생의 동료들에게도, 또 학교에도 말이다.

인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참 뭐… 허망한 소리다. 우리 애들 친구들 중에서도 흑인이 있고 걔네들 부모도 가끔 만난다. 집에도 가봤는데 정말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냥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과 질을 봤을 때, 솔직한 말로 내 아이들보다 걔네들이 훨씬 나을 게다. 그럼에도 그 자녀들에게 대학교 입시에서 가산점을 던져주자는 게 Affirmative Action인데, 오히려 모욕적이지 않은가.

단지 충분한 자원을 이용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자는 게 취지라면 다른 걸 하는 게 낫다. 옛날에는 이 기회가 좋은 대학에 넣어주는 것이었던 모양인데, 뭐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지금에 와서는 효용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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