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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 학교의 관심사는 소셜

요새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국민학교 다녔던 1980년대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 학업 말고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본인에게 불똥이 튈 만한 사고가 아닌 한, 애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없었다. 누가 누굴 괴롭히는지, 누가 누구하고 친한지 뭐 이런 거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 뭐 말해봐야 소용도 없었고. 사실 이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한 반에 애들이 60명이 넘는데 어찌 그걸 일일이 본단 말인가.

그런데 이 동네는 분위기가 좀 다르네. 백인 동네라 그런지, 선생님이 애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 관심을 많이 쏟아준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 있다. 아직 애들이 어려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쩌면 학업보다 소셜에 신경을 쓴다. 애가 괴롭힘이라도 당해서 학교 가기 싫어하면 그 순간 공부는 뭐 끝이라고 보면 되니까 이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학업에 대해서는, 애들 상태를 끊임없이 체크하다가 좀 뒤쳐진다 싶은 애들을 따로 수업 끝나고 모아서 반복 학습을 시킨다. 어떤 동네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데, 여기는 그냥 공짜다. 딱히 우리 애가 여기 들어가지는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알고보니 꽤 많은 학생들이 여기의 도움을 받고 있더라. 나는 그냥 10% 정도나 이 혜택을 받겠나 했었다. 일단 학교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잖아. 그런데 대충 절반 정도가 여기 속해 있네.

소셜에 대해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더라. 소셜 워커가 학교에 있어서, 애들한테 뭘 해주는 것 같더라. 플레이 그룹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고. 우리 애가 딱히 여기 도움을 받은 적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른다. 선생님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으라고 했는데, 나는 학교에서 뭐 추가로 어째라 하는 것에 포함되는 건 정말 사단이 났을 때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없다. 근데 역시 많은 학생들이 여기를 거쳐가는 것 같더라. 아무튼, 여기 학교는 학업과 소셜 모두에 진심으로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 말인즉, 학교 선생님과 학업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소셜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된다는 거다. 아니 당연히 하는 거라더라.

킨더가든이 끝나갈 무렵, 뭐 지난 학기 말처럼, 선생님과 줌 미팅을 했다. 우리 애 킨더가든 잘 다녔지. 학업도 그럭저럭 따라가고,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플레이 데이트도 오지게 했고.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 애에게 못되게 구는 X가 하나 있다. 주먹질을 하거나 못된 말을 뱉지는 않는다. 아니 그런 말을 들었다고는 하는데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니 대놓고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떻게 5살 밖에 안된 애가 이런 행동을 하지?’ 싶을 정도다. 처음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어서 우연인가 했는데, 이제 1년이 다 되어가니 확실해졌다. 걔 때문에 우리 애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년에 꼭 다른 반으로 배정이 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우연찮게 이 문제를 우리 이웃집 아저씨에게 얘기했더니, 선생님한테 말하란다. 그래서 이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선생님한테 제기해도 되는 이슈라 해도, 결국 우리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하는 거잖아. 부탁이란 원래 들어주기 싫은 것이고 들어주게 만들려면 설득을 해야한다. 그래서 뭐라고 말을 할지 구구절절이 준비했지. A4 한 장을 넘어가는 분량으로 말이다. 그런데 딱 몇 마디 했더니만, 선생님이 그냥 내년에 걔네들 다른 반으로 배정해준단다. 선생님이 모르던 부분도 있었지만, 대충 알고 계시더라. 그 X가 문제가 좀 있는 새끼라고 말이다. 하긴 걔가 우리 애한테만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 단순히 학생들 수가 적으니까 대충 알 수 있다 이런 게 아니라 평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한 모양이더라.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더라. 아울러 다음 학년 반 배정을 할 때 이런 걸 고려해서 해준다고 하고. 누구는 조금 내성적이니까 가장 친한 애를 붙여줘야겠다. 혹은 누가 누굴 괴롭히니까 둘을 떼놓겠다. 쌍둥이들은 킨더 때는 붙여놨지만 1학년 때는 다 떼어버린다. 누구한테서 얘가 안좋은 영향을 너무 받으니까 둘은 떼놔야 된다. 뭐 이런 것들. 애들 숫자도 많고 고려할 요인도 많아서 100% 원하는대로 된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성적 순 뺑뺑이가 아닌 게 어디냐.

옆집 이웃과 이야기를 해보니 학부모들 중에는 애들 학업보다 애가 얼마나 학교에서 인기가 있는지 신경을 쓰는 사람이 제법 있다네. 그래서 미국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화려한 생일 파티를 열고 그런단다. 나도 어릴 땐 학생이었지만, 반에서 내가 인기가 있는지 신경을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인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게 신경이 쓰인다거나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 60명 넘어가는 애들 대부분은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사실이 그랬다. 친한 친구들은 항상 있었고 더 많은 친구들을 원하지도 않았다. 난 어디서 소속감을 느껴본 적이 없는데, 내 성향도 여기 기여를 한 것 같다. 우린 아무 이유 없이 같은 반에 배정이 되었을 뿐인데 여기 일일이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게 좀 웃기게 느껴졌으니까.

학업 이야기를 하기에도, 우리 애는 너무 어리다. 이제 6년 살았는데 뭐 벌써 학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그러냐. 나중 되면 안그러고 싶어도 엑셀 밟고 살아야 되는데 말이야. 여기서 만나본 학부모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생각하더라고. 아직은 애들 학업에 신경쓰기보다는 그냥 애들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게 더 중요하다 뭐 이런 얘기다. 그리고 학교에서 행복하고 집에서 행복하고 이러면 됐다는 거지. 가끔 꼬꼬마 애들을 들들 볶는 부모들을 본 적이 있는데, 꼭 공부 못 했던 사람들이 그러더라.

교육이라는 건, 아이의 잠재 능력이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거라 생각한다. 뭘 딥따 외우게 하는 게 도움이 되는 애도 있겠지. 하지만 저 나이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을 거다. 그냥 집에서 사랑받고 학교에서 행복하고, 호기심 가는 것들 만져보고 해보면서 잠재 능력의 back bone이 만들어지는 거겠지. 나도 우리 아이가 이렇게 하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뭐 그래서 일단 애들 공부보다 소셜을 더 잘 봐주는 우리 학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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