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전기, 수도, 가스, WIFI

대충 지금 갖고 있는 Netgear Nighthawk AC1900 이 라우터가 집 거의 전체를 커버하기 때문에 Mesh WIFI가 필요하지 않았다. 사실 사각이 있긴 했지만 그게 크게 와닿지 않았지. 근데 와이프가 Netflix에다 덜컥 가입을 했고, 그걸 또 딱 사각에 위치한 TV에서 보려고 하네. 어쩔 수가 없었다. Mesh WIFI를 들여놓을 수 밖에.

영화라는 게 현대의 아주 중요한 예술이라는 건 나도 인정을 하는데, TV는 멀리 하면 좋다고 생각해서 Netflix에 가입하진 않았다. 정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도서관에서 블루레이를 빌려봐라 뭐 이런 식으로 우리 가족의 screen time을 누르고 있었던 게지. 그런데 애들이 크면서 무작정 이걸 안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짤막한 유튜브 비디오는 그냥 뭐 시간 내버리기 위한 쓰레기나 다름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기승전결이라도 있는 애들 TV쇼가 나아 보이더라.  애들 눈에도 아이패드보다는 TV를 멀리서 보는 게 나을 것이고. 그래서 마누라도 결단을 내렸다.

급작스레 Mesh WIFI를 구하려고 하는데, 너무 공부해야 할 게 많더라. 그래서 그냥 대충 평 좋고 싼 걸 골랐다. 그래서 내가 들여놓은 건 아마존에서 나온 Eero다. 집이 점점 아마존 전자제품으로 채워지고 있다. 맨 처음엔 Alexa 스피커였지. 단지 애들이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 스스로 틀어들을 수 있게 구한 거였다. 그래서 방마다 알렉사 스피커가 하나 둘 생기다가 Xfinity security 설치하던 사람이 우리집 초인종을 날려먹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인터콤을 송두리째 망가뜨렸고 수리도 안 되기 때문에 Ring doorbell을 설치하는 것 외의 선택지가 없었다. 그나마 이게 이미 있는 Alexa 스피커를 레버리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Xfinity Home security에서 인터넷 서비스랑 번들로 하면 싸게 해줬기 때문에 이걸 했는데, 지금 다시 home security를 설치한다면 Ring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집에 아마존 관련 제품이 채워질 줄 알았다면 그랬을텐데 뭐 걔네들이 인터콤을 날려먹을 줄 상상이나 했나. 아니 애초에 보험사에서 왜 home security system을 요구해가지고 말이야. 그러지만 않았어도 인터콤을 아직 잘 쓰고 있을텐데.

Eero를 설치해보고 새삼스럽게 알 게 된 거라면, 우리집에 스마트 무슨 전자제품이 너무나 많아졌다는 거다. 이 라우터에 75개가 넘는 device와 연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걸 보고 난 너무 overkill이라고 생각했다. 기껏 나와 마누라 핸드폰, 애들 아이패드에 가끔 컴퓨터 쓰고 TV나 볼텐데 말이야. 불과 수 년 전이라면 맞는 말이다. 근데 지금은 Eero 앱을 통해서 보니까 무지막지한 숫자의 장비가 붙어 있더라. 솔직히 난 이게 다 뭔지도 모르겠다. 일단 각 방에 있는 알렉사 스피커, 그리고 그 스피커와 연동된 플러그와 전구들. Ring doorbell 두개와 thermostat, 또 로봇 청소기까지. 75개까지는 아니어도 그 반은 훌쩍 넘더라.

이말인 즉, WIFI가 먹통이 되면 아주 심한 불편을 겪을 거란 뜻이다. 수도나 가스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다음 정도 되는 주요 인프라스트럭쳐가 된 것 같다. 내가 얼리 어답터는 아닌 것 같은데도 이래 되다니 세상이 참 빨리 변하기는 변하는구나 싶다.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죽어도 되는 놈  (0) 2024.03.02
자기애성 성격장애자 옆에 계신 분들께  (2) 2024.02.17
조금 묵은 영화를 보는 재미  (0) 2024.02.02
맥도널드가 기피시설이 되는 동네  (0) 2024.01.28
Blizzard와 Sub-zero  (0)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