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자기애성 성격장애자 옆에 계신 분들께

내가 참… 이러고 싶어서 이래 된 건 아니고 자기애성 성격장애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싶은 것들이긴 하다.

흔히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라고 하면 잘난 척 오지게 하고 다니는 사람을 상상한다. 뭐 그리 틀린 말은 아닌데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 게 자기애성이라는 말만 붙어 있지 엄밀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것은 본인이 이상화한 자신의 이미지다. 또 다른 사람들이 마땅히 그러한 모습으로 봐줘야 하는 게 바로 이 성격장애다. 따라서 겉으로 하고 다니는 짓은 본인이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이상화했느냐에 달려 있다. 그냥 부유하고 똑똑한 사람 정도로 본인의 이미지를 정했다면 잘난 척이 엄청 나오겠지. 근데 본인이 겸손한 사람으로 이미지를 정하면 대놓고 잘난 척 하는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이 겸손한 사람이어야 하므로. 남들에게 그렇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눈에는 세상 사람이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첫번째 부류는 본인을 그 이상적인 이미지로 봐줘야 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지. 두번째는 본인이 그렇게 남들에게 보이도록 만들어줘야 하는 사람들 되시겠다.

내 주변에 이런 성격장애자가 있고 내가 첫번째 부류에 속한다면, 뭐 대단한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모진놈 옆에 있으면 벼락 맞는다는 말처럼 튄 똥을 맞는 일이야 생길 수 있지만 믿고 일을 맡기지만 않는다면 큰 손해는 보지 않는다. 어쩌다 같이 있게 되더라도 거짓말 들어주는 것 말고는 딱히 뭐 없다. 거짓말은 기가 막히게 하니까 재밌게 들어주고 맞장구만 좀 쳐줘도 귀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그를 통해 본인의 망상이 충족되니까 말이다. 하루 종일 연구하는 게 어떻게 잘 보일까 하는 것이라서 진짜 그런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는 아니겠지만 나랑 무슨 큰 상관이겠는가? 사실 이 그룹의 사람들은 그 사람이 문제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조차 모른다.

근데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에휴… 한숨부터 나온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놈의 성격장애자는 이 사람들을 도구라고 생각하지 같은 사람으로 보지도 않는다. 비극은 이 두번째 부류는 아주 가까운 가족 아니면 사회 생활에서도 최소 같은 팀 뭐 이런 사람들만이 될 수가 있다는 거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자가 아무리 무능한 인간이어도 이 사람들만은 확실하게 지옥으로 보내버린다. 혹시 여기 속하게 된다면, 그냥 쓸데 없는 희망 버리고 도망쳐라.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본인이 실제보다 과도하게 현명하고 능력 있는 모습으로 비치고 싶어한다. 그럼 어떻게 본인의 능력을 어필할 것인가? 무언가를 잘 했다고 구라를 쳐야지. 먼저 본인에 대한 거짓말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공부를 엄청 잘했었다거나 어디 가서 본인이 한 마디 했더니 다른 사람들이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경탄하더란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난 사람으로 보이면 물론 좋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고등학교 때 축구를 즐겨 했다는 걸로 내가 우리 반 축구 에이스였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근데 이 사람들한테는 이 정도는 기본이다.

비극은 다른 사람과 엮인 일에서 도드라진다. 편의상 이 사람을 A라고 하자. 만약 A와 B가 같이 일을 했는데 결과가 100점짜리라고 하자. 그럼 무조건 자기가 다 했고 B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씨부리고 다닌다. 근데 결과가 50점이었다고 하면, 자기는 100점짜리 인간인데 B가 짐짝이라 결과가 이것 밖에 안 됐다고 여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B가 얼마나 폐급인지 열과 성을 다해서 험담을 하고 다닌다. B를 깎아내리는만큼 본인이 훌륭한 사람 되는 거 아니겠나.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여야만 하기 때문에 A가 정말 진심을 다해서 하는 거라고는 B의 험담 밖에 없다. 그것도 다 거짓말이지.

이런 사람들은 거짓말을 굉장히 잘 한다. 생각하는 거라고는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상적인 이미지로 보일까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어떤 거짓말을 할까만 고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는 사실 약간 섞어서 부풀리고, 앞 뒤 다 자르는 스킬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정말 그럴듯하게 들린다. 근데 어째 이렇게 훌륭한 사람에게 하필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존나 드물게 막장인 쓰레기일까 싶고, 그런 씹새끼가 어떻게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만 골라서 초를 쳐대는가 싶은데. 뭐 자주 생기기 어려운 일이 자꾸 생긴다고 하면 구라잖아. 또 얘길 들어보면 잘 된 건 다 지 덕이고 못 된 건 다 남 탓인데, 진짜 뛰어난 사람도 이런 식으로 얘기 안 한다. 뭐 이런 패턴으로 판별해내는 수 밖에 없다. 쉽지 않다.

A야 그렇다 치고, B에게는 지옥이 펼쳐진다. A와 B는 가까운 사람일 수 밖에 없는데, B가 아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존나 개막장 험담을 끊임없이 퍼뜨리기 때문이다. 나도 안좋은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편견 없이 대하지 못한다. 뭐… 그냥 A와 B의 인맥 중에 겹치는 사람들, 아주 많을텐데, 그 중에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람들하고는 다 끊어지고 대충 알던 사람들한테서는 평판이 매우 낮아지게 된다. A의 목적은 이간질해서 B를 고립시키는 게 아니지만, 결국 그리된다.

B는 이 상황이 행복할 리가 없고, 귀가 달려 있는 이상 A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알게 된다. 웃기게는 A가 B한테 가서 C험담을 했고, C에게 가서는 B 험담을 했다. 아주 징하게. 그러다 B가 C를 만났는데 C는 B더러 “내가 니가 얼마나 쓰레긴지 다 들었다!” 이러면서 사실도 아닌 걸, 굳이 따지자면 1%의 진실이 있긴 했지만, 갖고 폭언을 하더란다. B는 그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다 이해했다. 당하는 자기도 불쌍하지만 똥오줌 못가리는 C도 불쌍한 인간이구나 싶었단다. 에휴…

회사에 이런 새끼 하나 있으면 진짜 그 팀 박살난다. 가정에 있으면 가정이 박살나고. 특히나 A가 B에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진짜 B에게는 지옥이 펼쳐진다. 남에게 험담 할 게 뭐가 있겠나. 그냥 B에게 바로 지랄하면 되는데. 지랄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그러니까 B를 깍아내리면 내릴수록, A는 자신이 그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브레이크 없는 폭주라는 건 실생활에서는 거의 없는데 여기 가면 볼 수 있다. 이래서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는 정신과를 안 가고, 그 옆에서 괴롭힘 당한 사람이 미치겠다면서 의사를 찾는단다.

그래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실 관계를 따져주고 잘못을 일깨워주면 A가 정신을 차릴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래 생각할 수 있다. 아니 순진한 게 아니라 이게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보통 사람들에게 하는 거잖아. 이런 걸 겪고 받아들이고 이러면서 성장을 하는 거고. 그런데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의 잘못을 들추는 거다. 왜냐하면 본인은 그 이상적인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데 잘못을 들추면 거기에 기스를 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그 이미지가 깨지는 건 죽는 것과 같다. 따라서 사실 관계를 따지고자 하는 것은 본인을 죽이려 하는 것과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며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악마. 쳐죽일 악마가 된다. 당장은 잘 듣고 있는 척을 할 수 있는데, 그건 다른 사람들의 눈 때문에 그런 것이고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참 어이 없게도 남을 짓밟는 건 그렇게 즐겨 하면서 본인의 면에 조그마한 스크래치라도 생기는 상황은 결단코 용납하지 않는다니. 그래서 이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간혹 사과와 반성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알맹이 없이 두루뭉술하게 그냥 내가 옛날에 너한테 좀 못되게 군 적이 있지 뭐 이런 것이고 여기서 구체적으로 따지려고 들면 그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니까 사실은 니 잘못이다 이렇게 이어진다. 아니면 겸손하고 자기 잘못을 잘 인정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혹은 우쭈쭈를 받고 싶어서 그런 척을 하는 것일 뿐이니 속으면 안 된다. 애초에 본인을 이상적인 그 이미지로 믿고 있기 때문에 본인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자기의 그 망상 안에서 말이다. 뭔가 시도하고,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지만 거기서 배워나간다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성장 공식을 절대 굴릴 수 없는 게 이 사람들이다. 그러니 헛된 기대는 금물.

그럼 정신과로 보내서 치료를 해야 하느냐? 사실 듣기 좋은 선택지는 이것 밖에 없어 보이긴 한다. 헌데 안 된다. 일단 본인이 저런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정신과 의사도 환자의 말에 따라 진료를 해줄 수 밖에 없지 않냐. 진단을 해봐야 우울증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짜 우울하긴 하거든. 본인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느낄 일은 많고 그걸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진심으로 남 때문에 저렇다고 생각하니까. 우울증 약이라도 먹이면 지랄은 좀 덜 한다. 다른 짓은 그대로 다 하고. 제대로 치료하려고 용을 써봐야 돈만 실컷 쓰고 안 된단다.

떨어져 나와야 된다. 본인이 싼 똥도 남의 잘못이라고 믿는 사람들, 옆에서 그렇게 희생해줘도 고마워한다거나 뉘우치고 뭐 이런 거 없다. 계속 옆에서 괴롭힘 당해봐야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냥 떨여져 나오는 것만이 최선이다. 근데 그러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니까 차마 못 그러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래도 그게 최선이다. 어차피 인맥의 교집합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멀어지게 되어 있다. 빨리 떨어져 나와서 새로운 사람들로 그 빈 자리를 채워라. 그러면 너무나 행복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