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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죽어도 되는 놈

그냥 옛날 일 생각이 하나 났다. 공대생인 나와 사회대생, 의대생인 이렇게 셋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영양가는 하나도 없는 얘기들이었지. 사회대생 친구가 문득 얼마 전에 죽을 뻔 한 일이 있었다며 진지하게 각 잡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다.

어느 날 술을 퍼먹고 그 다음날 깼는데 구토가 끊이지를 않더란다. 10분마다 오바이트를 했단다. 속에 있는 걸 다 게워냈으면 이게 멈출 줄 알았는데도 계속되더라네. 이러다 진짜 죽겠다 싶어서 약국에 갔다. 가는 동안에도, 움직이니까 멀미 비슷하는 걸 하는 건지, 계속 토했다네. 가까스로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저기요 제가 어제 술을 좀 많이 먹었는데 진짜 죽겠거든요.”로 시작해서 설명을 했더란다. 약사가 웃으면서 약을 줬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20분 동안은 토하지 마랬단다. 그 자리에서 입에 약을 털어넣은 이 한심한 사회대생이 문을 열고 밖으로 한 발짝을 디딘 순간, 또 구역질이 올라 오더란다. 몸만 움직이면 그래 되더라네. 근데 약이 다 소화될 때까지 토해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20분 동안 약국 앞에 서 있었단다.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마친 사회대생은 의대생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런 환자에 대해서는 배운 게 없냐고 말이다. 의대생의 대답이 걸작이었는데,

“으음… 학교에서는 그런 거 안 가르쳐주던데. 그런 거 걸리는 놈들은 죽어도 되는갑다.”

캬… 나도 격하게 동의를 표했다.

그 때 그 죽어도 싼 놈은 아직도 잘 살아 있고, 제작년엔 가족들 데리고 우리 집에도 놀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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