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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첫째의 첫 생일 파티

우리 아이가 1학년이 끝나면서 처음으로 친구들을 대대적으로 초대해서 파티를 치뤘다. 장소는 trempolin park 한 곳으로 했다. 한국 말로 하자면 퐁퐁이지. 아주 어릴 때는 뭐 이런 거 할 생각도 못 했고, 약간 더 컸을 때는 코비드 때문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코비드 끝나고 킨더 갔을 때는 생일날 이태리에 있었지. 근데 다른 애들은 어지간하면 크게 생일 잔치를 하다보니까 우리 애도 하고 싶어했고, 뭐 드디어 올해에는 판을 벌였다.

먼저 장소부터 정해야 했는데, 우리 애한테 특별한 취미가 있다거나, 내가 다른 사람들 잘 모르는 어떤 좋은 장소를 알고 있는게 아니라서, 우리 첫째에게 다른 애들이 파티 한 곳, 그러니까 우리가 가본 무난한 곳 중에서 고르게 했다. 헌데, 이 장소가 매번 바뀌는 게 문제였다. 여기서 파티하고 나면 여기가 좋다하고, 저기 가보면 또 저기가 좋다고 하고. 이래서 한 번은 상당히 비싼 곳을 찍었다가, 또 여기 trempolin park을 가보더니 또 여기서 하고 싶어하대.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예약을 했다.

그리고 생일 파티에 테마가 있어야 한다. 누구는 Enchanto로 했고, Pepa pig로 했던 아이도 있었는데, 우리도 얘가 얼마 전에 만화 영화에서 본 무슨 캐릭터를 테마로 잡고 거기 맞춰서 풍선, 장식, 케익을 다 맞춰서 준비했다. 더불어 애들에게 줄 구디백도 준비해야 했는데, 구디백… 이거 참 문제지. 어느 날 생일 파티에 가서 다른 아빠랑 이런 얘기를 했다.

“나는 구디백 좀 안 줬으면 좋겠는데. 그거 받아봐야 뭐 다 쓰레기고, 슬라임이나 플레이도우 같은 거있으면 집안 어지르기 밖에 더 하냐.”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애들에게 다 하나씩 안겨줄 구디백을 준비하다보니 비싼 건 못 하고, 그렇다고 너무 허전하면 안 되니까 장난감 여러개를 넣어주는데 다 싸구려라 그냥 대충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차라리 제대로 쓸 수 있는 거 하나만 들어 있는게 훨씬 낫다. 헌데 그냥 다들 남들 하는대로 하는 거지. 우리는 좀 다르게 하자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학용품 하나만 구디백에 넣었다. 어느 생일 파티에서는 물통을 하나씩만 나눠줬는데 거기서 용기를 얻었다.

반드시 와줬으면 하는 친구들 일정을 파악한 후에 예약을 했고, 초대장을 발송했다. 대충 같은 반 여자 아이들 전부 + 알파. 방학 때다 보니 어디 여행 다닌다고 못 오는 사람이 셋 있었고. 그냥 안 온다는 사람 둘. 막판에 취소한 사람 하나에, 그냥 온다 해놓고 안 나타난 사람 하나. 이렇게 빼고도 열 명이 넘는 꼬마들이 왔다. 거기다 동생, 오빠도 오고 그날 플레이데이트 하다가 얼떨결에 껴서 온 애들, 뭐 다들 아는 애들이긴 하다, 이렇게 다 오니까 북적북적했다.

여기 온 애들을 내가 다 잘 알지는 못한다. 대충 얼굴만 알던 애들도 좀 있었다. 그 중에 재미난 아이가 하나 있더라. 얘가 우리한테 와서는 현금을 달라고 하더라고. 자기가 뭐 해야 된다고. 거기 자판기나 게임기 같은 게 몇 개 있긴 했다. 사실 얘들 돈이 뭔지도 잘 모르는 애들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Trempolin park이 참 범용성이 좋은 것 같다. 누구나 다 좋아하니까. 놀다가 파티룸 와서 간식 음료수 알아서 꺼내먹고 또 놀고. 그냥 놀리면 한 시간이면 지치고 지겨워 하는데, 이런 식이다보니까 참 오래 놀대. 케잌 자르는데도 노느라 안 나타나는 아이도 여럿이었다. 내가 애들 잘 살펴봤는데, 대충 다 즐겁게 잘 놀더라. 그리고 애들 엄마들도 오랜만에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다들 quality time을 가지고 돌아간 것 같다.

우린 집에 돌아와서 선물을 개봉했다. 다른 애들은 집에 가서 구디백을 개봉했겠지. 내가 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 선물을 열어볼 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된다. $10짜리도 있더라. 근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들 대충 $30 선에 맞춰서 선물을 줬더라. 그냥 이 동네의 기준인 것 같다. 물론 우리 아이도 선물을 열어보고는 너무나 좋아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들 대충 다 불러다가 재밌게 놀고 축하도 받았고 선물도 이렇게나 많이 받았으니 어찌 좋지 아니하겠나. 대신 둘째의 질투가 폭발해서 좀 힘들었다.

대충 $1,000 쓴 것 같다. 장소 대관하는 데 $500 좀 덜 썼지만, 구디백에다 케잌, 따로 음식도 좀 준비했고 이런 저런 장식들까지 하다보니 이래 됐다. 처음 해보는 거라 쓸데 없는 지출이 좀 있었다. 다음번에는 약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애들 생일에 이렇게까지나 돈을 쓰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긴 하다. 뭐 이 동네에서 norm이 그런 모양이니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난 안 좋은 쪽으로 튀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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