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land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Traverse City로 향했다. 이 도시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National Cherry Capital이라 불리기도 하고 Cherry Festival이 곧 있을 거라고 하니 cherry farm은 많은 것 알겠고. 예전에 친구 결혼식에서 만난 신랑의 고등학교 친구가 여기 산다고 했지. 먼저 코스트코가 있는 걸 보면 알겠지만 미시건에서는 제법 큰 도시다. 우리에게는 오아시스나 마찬가지였는데 기름을 싸게 넣은 것은 둘째 치고 햇반과 김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약해둔 호텔이 충격적으로 후졌다. 가격은 이번 여정에서 비싼 축에 드는데 말이다. 사진은 멀쩡하더니 아휴 진짜.
호텔에서 대단한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 밖에는 너무나 좋은 도시였다. 적당히 커서 아시아 음식도 다 있고. Pho 레스토랑에 들어가 주인장한테서 동네 정보를 좀 얻어보려 했으나 그 아저씨는 고작 6개월 전에 여기 와서 아무 것도 모르더라고. 다운타운도 아담하니 걸어다닐만 했고, 호숫가의 공원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른 물 빛이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호숫가를 따라 줄지어진 별장들. 도시 밖은 또 어떤가. Sleeping Bear Dunes, Leeanau Peninsula와 Old Mission Peninsula에 꽉꽉 들어찬 와이너리와 어촌들. 주변에는 또 아름답기로 소문난 호수들이 있고.
Sleeping Bear Dunes는 경관도 아름답지만 모래 언덕을 기어서 내려가고 오르는 걸 애들이, 우리 둘째가, 좋아했다. 역시 애들은 그냥 눈으로 구경하고 귀로 듣는 것보다는 몸으로 직접 구르면서 느끼는 게 더 재밌는 모양이다. 하기사 나도 어릴 땐 그랬지. 지금은 그럴 체력도 없고 호기심도 없고. 저렇게 왕성하게 호기심이 발동할 때 경험하게 해줘야 더 깊은 인상도 남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거겠지. 그러고 보면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자꾸 아빠를 데려다가 같이 하자는 게 문제이긴 한데, 저 애들은 저러고 놀 때인 것이지. 진짜 아빠가 몸과 마음을 갈아서 놀아주는 건데 뭐가 그렇게 불만인 것이냐! 하긴 나도 끌려가서 애한테 불평을 많이 했는데, 아빠가 할 짓은 아닌 것 같다. 미안하다 아들아!
역시 ‘State’이 아니라 ‘National’이 붙으니까 격이 높아지는 것 같다. 친구가 추천해준 포인트인 Empire Beach에 갔지. 애들 데리고 가라고 한 이유가 있더군. 애들 풀어놓고 고기 구워먹으면 하루 종일 있어도 되겠더라. Beach에서 놀고, 모래 언덕에서 하루 종일 구르고. 애들은 예상대로 차에서 뻗었다. 마누라도 피곤하다며 한 숨 때리고. 마침 와이너리도 여기저기 있겠다. 자는 식구들을 차에 두고 나는 잠시 와인 시음을 하러 갔다. 간 김에 생선 요리 음식점도 하나 추천 받아서 왔고. 비싼 와인을 맛보는 것보다는 여러 와인을 두고 그 차이를 느끼는 게 난 더 재미가 있다. 그래서 와인 시음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놓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허나 이게 이번 여행에서 유일한 시음이 될 줄은 진짜 몰랐다.
이날은 진짜 Leland에서 먹은 생선 요리까지 완벽했다. 가는 곳마다 경관이 아름답고 더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겨우 2박만 하는 처지에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반드시 돌아오기로 약속했다. 다음엔 좀 멀쩡한 호텔에다 자리를 잡아야지. 요새 아무리 호텔이 비싸졌기로서 $300 가까이 주고 왔는데 $100도 아까울 정도였다. 그리고 호텔 프런트에 일하는 사람들이 자메이카에서 온 소년들이었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닌데 얘네들은 이 동네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더라. 아침 식사도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 한 수준이었고. 그 와중에 전화로 고객에게 영업을 치는 걸 들었는데 어휴 진짜 수화기를 뺐어다가 진실을 얘기해주고픈 충동이 일더라니까.
아무튼 호텔 하나 빼놓고는 다 좋았다. 우리 이웃 중에는 매년 이 곳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납득이 되더라. 알고보니 그 사람은 여기 100에이커짜리 농장을 갖고 있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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