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Naturalization Interview를 마쳤다. 나를 담당한 public officer가 승인했다고 알려줬고, 앞으로 있을 절차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줬다. 간단하고 쉬울 거라고 덧붙이더라. 나는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가장 중요한 허들을 막 넘은 것이다. 건물을 빠져나가는 길에 보안 요원들을 만났다. 들어올 때는 쓸데 없이 고압적이었던 그들이 나가는 날 보고는 친절하게 인사를 건내는 걸 보고 새삼 실감했다.
인터뷰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100 civics question은, 위화를 잠시 내려놓고, 출퇴근 하는 길에 읽으면서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내 신상에 대한 질문들도 N-400에 내가 직접 채워놓은 내용들이어서,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내 인생의 여정에 대한 것들이니,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영어 능력에 대한 질문도 있었는데 간단했다. 아마 나를 심사하는 입장에서도 나는 지극히 쉬운 케이스이지 않았을까 싶다. 15년 전에 미국에 와서 학교 다니고 일하고 애 키우면서 살고 있고, 그 과정에서 불법 같은 건 없었고 세금도 성실하게 잘 냈다. 그 동안 다닌 학교도 하나에 회사도 하나만 쭉 다니고 있으니까 이보다 더 간단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단 한가지 토를 많이 달아야했던 점이 있는데 한국에서 이행했던 병역 의무였다. 그런데 한국 남자에게 병역의 의무가 있는 건 잘 알려진 사실 같아 보였다. 어디서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N-400에 자세히 기술했음에도, 설명해야 했지만 날 까다롭게 대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내가 미국 시민권을 따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따로 없다. 한국 시민권과 미국 시민권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계산해서 한 결정은 아니었다. 그냥 나는 앞으로 미국에서 살 거니까 당연히 미국 시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게 옳은 결정일 것이다. 내 삶은 여기 미국에 있고, 내 아이들도 미국인으로 자라나고 있다. 그러니 한국 시민권을 갖고 영주권을 갱신하는 건 부자연스럽다. 그 뿐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에게 좀 특별한 조건을 찾으면, 나는 한국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시민권 취득을 망설이는 사람들은 흔히 다시 한국에서 살고 싶으면 어떡하냐는 얘기를 하던데 나는 그럴 일 없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국에 있고,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도 미국에 있다. 나는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좋은 삶을 살고 있다. 미국으로 온 직후부터 그랬다. 나는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보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를 더 필요로 하고 나를 더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보다 미국이 나를 더 원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안다. 나는 여기서 2등 시민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미국의 주류라 할 수 있는 WASP 계열 사람들에게는 비빌 수 없을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느 선배가 내게 그랬지. 한국에서 2등 시민으로 사는 것보다야 미국에서 2등 시민으로 사는 게 더 낫다. 여기 100%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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