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그동안 하던 게, 무역 적자로 빠져나간 달러를 국채 팔아서 다시 갖고 오는 거다. 근데 국채가 예전처럼 안 팔리니 문제인 거지. 근데 달러 다시 들여오는 데에 꼭 국채 팔고 무역 흑자 내는 것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 투자를 하게 만들면 된다. 다른 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서 $100불을 들고 와서 미국에 서버라도 하나 빌리면, 미국에 달러가 들어 온 거지. 그래서 리쇼어링 전략, 미국에서 투자해라, 다시 말해 공장을 지으라고 하는 게다. 관세를 높여서 무역 적자를 줄이고,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다 공장을 짓게 만들어서 투자금을 갖고 오게 만들겠다는 거지. 이러면 나가는 달러 줄이고, 새로 달러를 유입시킬 수 있다.
미국에 물건은 팔고 싶은데 관세를 피하려면 사실 이 방법 밖에 없다. 뭐 이런 거지. 이러면 당연히 미국에다가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일단 두가지가 있는데, 그 공장이 얼마나 유연하고 효율적일 것이냐 하는 것과, 이 관세가 수십 년 이어질거냐 하는 거다.
미국에 공장 유치해야 된다는 생각은 오바마도 했다. 오바마가 스티브 잡스 만나서 “내가 뭘 해줘야 미국에서 아이폰을 만들래?” 이렇게 물어봤다.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돌직구 그 자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참 이러다 어디 끌려 가지 않겠나 싶은데. 미국 애들이 보면 참 계급장 떼고 효율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 같다. 왜 스티브 잡스가 저래 얘기했냐면 중국에서는 갑자기 아이폰이 잘 팔려서 공장 증설하고 사람도 그만큼 늘려야겠다 하면 그냥 일주일만에 팍 늘일 수 있단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여러 규제도 많고 허가 받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해서 유연하게 대응을 할 수가 없다는 거지. 사람도 저래 빨리 못 구하고 말이야. 그러니 미국에서 공장 굴리고 싶어도 못 굴린다고 하더라고.
두번째 문제도 심각한데, 관세 피하려고 미국에다가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관세를 내려버리면 투자한 놈만 좆되는거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어디 중국이나 다른 개도국에서 생산하는 비용보다 쌀 수가 없는데다 관세 피하는 공장인데 관세가 없어지면 공장의 가치도 내려가거든. 이러니 관세 전쟁이 오래 이어질거라는 확신이 없으면 투자를 할 수가 없다. 이게 내가 테슬라 주식을 몇 주 사니 마니 하는 그런 결정이 아니라 회사의 명운을 걸고 배팅을 해야 되는 거니 얼마나 망설여지겠냐. 자국과 미국의 협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존나 주의 깊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럼 미국 정부가 앞으로 할 일도 어느 정도 명확하다. 일단 이 관세 절대 안 없어진다고 강조에 강조를 하는 거다. 그리고 공장 돌리는 데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줄일 것이다. 근데 이 규제라는 게 연방 정부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여러 주의 이해관계가 얽힌 거라 쉽게 진행은 안 되지 싶은데 뭐 그래도 연방 기금으로 협박을 하든 어떻게 하든 해서 관철시키려 하겠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 올 거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롤러 코스터 좀 탈테니 안전띠 꼭 매시고 눈 가리고 있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지도 모르겠다.
미국 정부를 믿기로 했다면 외국 회사가 해야 할 방향도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얼마 전에 공장 짓겠다고 나선 현대차가 대부분의 업계 사람들과 인식을 같이 하는 것 같다. 아무 공장이나 지으면 안 되고, 사람 덜 들어가는 공장을 지어야 한다. 로봇, 인공지능 이런 거 총동원해서 말이야.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지. 몇 해 전에 독일에 저런 식으로 공장 짓겠다고 한 회사 있었는데, 뜻대로 잘 안 풀린 모양이더라. 사람 대신 로봇이 일하는 공장이라니. 이런 거 만들어서 제대로 굴려본 데가 몇 군데 없다. 현대차야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도 데리고 있으니 시도해볼 수 있는 거고. 다른 데는 당장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리쇼어링 전략이 펼쳐진다고 하면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무슨 의의가 있을까? 뭐 기우일 수는 있지만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요즘 풍문으로 떠도는 달러 평가절하까지 이뤄진다고 하면 외국에서 자본이 미국으로 들어와서 부동산을 들쑤셔놓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뭐 이것도 달러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거니까 미국 정보의 목적에 부합하긴 한다. 대신 여기 사는 보통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겠지. 이런 저런 안전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한다고 쳐도 그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알 수 없고, 실제로 큰 일 하시는 분들이 보통 사람들의 고통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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