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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Summer of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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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딩 시절 우연히 듣고 지금까지 좋아하는 브라이언 아담스 형님 노래Summer of ‘69. 그 땐 알아들은 가사가 제한적이라 인생 전성기가 아주 끝내주게 멋졌다 뭐 이런 내용인 줄만 알았다. 나중에 가사를 해석해보니까 맞긴 맞더라고. 그런데 브라이언 아담스 형님이 75년생이시니, 69년이면 고작 14살 꼬꼬마 ​중딩 때가 아니냐. 난 당연히 형님의 생애 최고의 날들은 스타가 되고 난 후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살짝 놀랐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고딩 시절에도 ‘혹시 지금이 내 삶에서 최고의 날이면 어쩌지’하고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이제 10월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가을은 이상하게 따뜻하네. 겨울 옷을 꺼내입고 다닐 때인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날도 곧 끝날테지.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참 많더라.

잠이 들었다 깼다 하는 애기를 데리고 동물원을 한바퀴 돌았다. 뭘 아는지 모르겠지만, 유모차에서 꺼내 안을 때마다 열심히 두리번거리더라. 한시간 쯤 깨어서 구경하다가 피곤한지 또 잠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직은 밥먹는 것 밖에 모르는 것 같지만, 차차 이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겠지.

내 아이를 안고 여유롭게 공원을 산책하는 내 모습, 정말 내가 항상 기다려온 바로 그 모습이다. 난 어디서 유명해지기를 바란 적도 없고 돈을 엄청나게 벌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화목한 가정과 아이만은 꼭 갖고 싶었다. 아이와 자주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아이를 안고 가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공원을 보며,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지금 이 순간을 되돌아보며 이 때가 내 최고의 날들이었지 하고 회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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