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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데이터발 혁명을 어떻게 즐길까?

내가 즐겨 듣는 podcast인 Freakonomics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들었다. 뭐 걔네가 다루는게 대충 다 흥미있긴 한데 이건 조금 더 그렇더라.

인터넷이 가져온 유통혁명 덕에 물건 사는게 참 편해졌다. 원하는 물건은 거의 언제든 살 수 있다. 그런데 공연 티켓을 살 때는 어떤가? 뭐 훌륭한 shopping experience였던 적이 드물게다. 바로 암표상 때문이다. 브루노 마스 같이 인기 있는 공연 티켓은 예매 시작 몇분만에 모두 팔려나가고 없다. 기업형 암표상이 싹쓸이해가기 때문이다. 공연 예매 일정을 꿰고 있는 사람은 그들과 싸워서 표를 쟁취할 수 있겠지. 헌데 그럴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대부분은 나처럼 가고 싶은 공연 찾아보다가, 예매하려고 보니 이미 다 팔리고 없어서, stubhub 같은 secondary market으로 발을 돌린다.

Secondary market에서 표를 사는 경험 말이야.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원래 가격보다 훨씬 비싼 돈을 줘야 하는게 근본 문제겠지. 꼭 암표상에 삥 뜯기는 느낌이라서 말이지. 브루노 마스 같은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건 문제다. 공들여서 공연을 할 때마다 수백만달러씩 암표 업계에 상납을 하는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 돈이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고, 팬들도 얻은 것 없고, 공연하고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한테 뜯기는거 아니냐. 어찌하면 암표상 없이 표를 유통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여러 사람들이 풀어보려 했지만 제대로 된 답이 없었다. 뭐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 방안은 몇개가 있다.

암표상이 돈을 못벌도록 표 값을 올리는 방법은 어떨까? 어차피 나 같은 사람은 그 가격으로 주고 사는데 이왕이면 아티스트한테서 사는게 깔끔할 것 같다. 그런데 이 방법은 아티스트들이 원하지 않는다.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것은 두가지다. 완판이 되어야 하고, 티켓 가격에 대해서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것이다. 만약 브루노 마스가 암표상들이 파는 것만큼 비싸게 티켓을 팔면 분명히 입방아에 오른다. 부자 팬만 팬이냐는 둥. 브루노 마스가 암표상보다 더한 놈이라는 둥. 아티스트들은 대중의 평판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이런 구설수를 피하려고 표값을 좀 낮게 책정한단다. 게다가 표 값을 너무 올리면 잘 팔리지 않을 위험도 있다.

다음 방안이 옥션이다. 옥션은 수요/공급 곡선을 아주 아름답게 만족시켜주니까 완벽한 해법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론만 완벽하지. 경매 참여 해본 사람들은 알거다. 비딩을 해놓고 계속 모니터해야 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가 산다는 보장도 없다. 경매라는 과정 자체가 stressful하기 때문에 쾌적한 쇼핑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사람들이 안좋아하더란다.

두둥~ 그래서 나온 다음 방안. 공연을 볼 사람에게만 표를 파는거다. 그럼 공연을 볼 사람인지 아닌지 어케 아냐. 요새 워낙 데이터가 많지 않냐. 브루노 마스 공연을 가볼 생각을 했다면, 평소에 유튜브에서 뮤비도 보고, 아마존 알렉사에게 플레이 시키기도 하고, 새 앨범 소식 페이지에 좋아요도 했을 것이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가공해서 암표상을 걸러내는게지. 이것도 이론만 그럴싸한 게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적용해본 결과 5% 미만의 표만 secondary market에서 유통되었다고 한다. Problem solved!

이건 하나의 예에 불과할거다. 물론 이 방법도 단점이 있을 수가 있고, 대중화되지 못할 수도 있다. 허나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우리가 살아가며 쌓는 데이터들이 상상도 못해본 곳에, 생각도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데 쓰일 거다. 혹자는 갑자기 인류에게 현미경이라는 도구가 생긴 것에 비유하기도 하더라. 누가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할지 들여다보는 도구가 생긴 것이지. 그럼 누가 저런 데이터를 갖고 있냐. 앞서 말한 예로 보면 Google, Amazon, Facebook 이런 회사들이다.

기업의 역사도 이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20세기의 제일 돈 잘버는 회사들은 대충 다 석유 회사였다. Microsoft만 좀 특이 케이스였고. 지금 주식 시장을 보면 그 위에 다른 회사들이 있다. Google, Apple, Facebook, Amazon, Netflix. 다 앞서 말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곳이다. 20세기가 석유면 21세기는 데이터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런 나같은 필부는 뭐해야 하나. 일단 저 회사들이 어떤 문제를 푸는지 지켜보는 것이지. 어떤 회사는 부가가치 높은 문제를 제대로 풀어서 성공할 것이고, 쓸데없는 문제를 풀어다 혼자서 좋아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이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지적 유희가 될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저 회사들 주식을 사는거다. 아직 저 데이터가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 차차 많은 곳에서 쓰이게 되겠지. 저 데이터들의 가치가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으니 분산해서 사 놓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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