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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내가 경험해본 미주 한인 교회

지난 주말, 애 재워놓고 한국 뉴스를 훝어보는데 눈에 들어오는게 있네. 어느 대형 교회의 세습에 대한 내용이더라. 얘네가 뭐 이렇지. 뭐가 새삼스럽다고. 그냥 그 익숙하면서도 답답한 분위기가 그려진다. 문득 미국에서 한인 교회에 나가봤던 일이 생각나 끄적여본다.

내가 직접 나가본 한인 교회는 하나 밖에 없다. 1년도 안다녔지만, 매의 눈으로 분위기를 파악하려 했고, 뭐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파악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 있는 교회하고 별로 다를게 없더라.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한인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동네 사랑방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학교, 직장, 교회나 동호회가 나눠가진 역할을 교회가 다 맡으면서 허브로 격상까지 된 느낌이다. 다양한 한인들을 만나고 싶으면 교회로 가면 된다.

이것 하나를 빼면 모든게 당혹스러울 정도로 똑같다. 미국의 많은 한인분들은 그냥 한인 공동체 안에 머물러 계신다고 한다. 친구도 다 한인들이고, 비싸도 한인 은행에서 돈 빌리고, 심지어는 직장도 한인 관련된 곳인 사람도 많단다. 그런 분들은 교회도 한인들이 모인 곳을 간다. 한인 교회가 그런 분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단지 한인 교회에서 뭘 기대할지를 말해줄 뿐.

거기에 교회 자체도 좀 그렇다. 한국에 있는 교회와 교류가 많아서, 사람이 자주 왔다갔다 한다. 미국에 있는 교회인데 미국에 있는 다른 미국 교회와 뭘 하는건 없고 죄다 뭔 멀리 한국에 있는 교회와 일을 벌이대. 이건 나도 좀 예상치 못했다. 내가 목사님들 이력을 들춰보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신학대를 나오시지 않았을까? 그러면 미국인 동기들도 많을테고 같이 뭘 해봄직도 한데 말이다. 뭐 한국인들끼리만 몰려다니는 유학생들도 많으니까, 좀 이상하긴 해도, 이럴 수도 있겠지 하곤 넘어갔다.

미국에 떨어져 있는 작은 한국 같았다. 한국 음식도 먹을 수 있고, 한국말로 대화도 되고 말이지. 내가 도움을 받으려고 했으면 기꺼이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안좋은 사람도 있다지만,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사람만 좀 가려 만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만 나가게 되었다.

대단한 계기가 있어서 발을 끊은 건 아니었다. 그냥 즐겁지 않았고, 바쁘기도 하고 해서 뜸해지다 안나가게 된거지. 굳이 이유를 들자면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좀 건방지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목회자 수준이 별로여서다. 이것도 한국이랑 똑같다. 설교 내용 중에 헛소리의 비중이 꽤 높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실수로 봐주기 어려운 양이었다. 그 얕고 좁은 지식을 의기양양하게 드러낼 때마다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왜 교회의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듣고만 있을까 했는데, 뭐 중요한 세미나도 아니고 내용에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한국계 교회에서 목사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뭐 가만히 있는게 당연하기도 하고.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거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교회에 나와서 앉아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을테니. 하기사 나도 교회 다닐 때 그랬지.

두번째 이유는 내 문제다. 바로 순하게, 혹은 만만하게 생겨먹은 얼굴이다. 이래서 어디 교회 같은데 갈 때마다 열성적인 분들의 표적이 된다. 그쪽 기준으로는 믿음 좋은 신자지만 내 기준으로는 광신도 아닌가. 내가 “아니오”라고 하는 걸 못견디시는 분들이다. 그분들을 견뎌내면서 감정을 상하게 해드리지는 않는다는게 보통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회에서 좋은 점이 없지는 않았다. 허나 종합적으로는 즐겁지 않았다. 솔직히 좀 불편했다. 더불어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교회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안그런 교회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운이 없는건지.

예수는 참 훌륭한 말 많이 했다. 거길 따른다는 교회들은 왜 그렇지 못할까.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친구 하나가 아주 현명한 답을 주더군. 예수의 가르침이야 좋은거 많지. 문제는 그걸 따른다는 사람들의 greed다. 뭔가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었다. 내가 한인 교회에서 느꼈던 거북함의 근원이 뭔지를 알았다. 종교적인 가르침이 세속적 욕망을 포장하는 도구로 쓰이는게 문제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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