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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보통 사람들을 위한 주식투자 가이드

결론만 말하면 자동 이체로 인덱스 펀드를 해야한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1. 좋은 주식을 적정가에 골라 담는 것은 아주 어렵다.
2.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도 무지무지 어렵다.

주가는 해당 회사의 돈 버는 실력을 나타낸다. 이걸 비유로 설명해보자면 회사는 학생, 돈버는 실력은 수학실력이라고 하자. 회사의 실적발표는 학생의 수학시험 점수 발표 정도로 보면 이해가 쉽겠다.

어느 학생의 수학 실력이 어떤지 점수를 보기 전에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 학생의 과거 시험 점수를 먼저 봐야겠지. 현재 그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옆에서 잘 지켜보기도 해야겠다. 구체적으로 수업 시간에 졸지는 않는지, 문제집은 얼마나 풀었는지 관찰해야겠지. 어떤 문제에 시간을 할애했는지도 살펴봐서 최근의 시험 출제 유형과 맞춰보면 더 정확하겠다. 혹시 축구나 만화책에 빠져서 공부 시간이 줄었는지, 학생이 갑자기 감기에 걸렸는지 등등 거의 학생의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이 주식을 분석하는 것도 비슷하다. 회사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공부해야 한다. 옛날에야, 뭐 지금도 가끔, 그 회사 재무팀 다니는 사람한테 내부자 정보를 받아서 이용해먹었다지만, 지금은 안된다. 말그대로 '엄청나게' 공부한다. 그렇게 해서 회사를 가려내고 주가가 적절한지를 알아낸다. 그런데 이게 또 사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돈 내고 블룸버그 같은 터미널도 구독해야 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주식을 골라서 거래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데에는 온갖 사람과 장비를 갖춘 '팀'이 필요하다. 헤지펀드, 트레이딩펌 다들 이러고 있다. 개인이 뉴스나 Yahoo Finance 보고 이런 팀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사회과학이 대충 다 그런 것 같지만, 저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또 항상 결과가 예상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얼마 전 FaceBook 주가가 하루만에 거의 20%나 주저앉았다. 실적이 환상적이었는데도 그랬다. 사용자가 예상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덜 늘었다고 그랬다는데, 사실 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어렵다보니 소수의 헤지펀드 매니저들만이 지속적으로 인덱스보다 나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워렌 버핏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런 헤지펀드 매니저한테 돈 맡기는거 아무나 못한다. 돈이 많아야 맡아준다. 담뱃값 아껴서 재태크 하려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옵션이 아니다.

"그래 그럼 주식 고르는 건 포기하지. 근데 사고 파는 타이밍은 내가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보니까 금요일은 좀 내리는 것 같고, 월요일엔 오르는 것 같더라고. 월말에도 오르는 것 같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실제로 있다. 세상에는 사람이 아주 많아서 똥누다가 생각날법한 아이디어 정도는 이미 진지하게 분석되어 있다. Empirical study에 의하면, 요일이나 날짜에 따른 수익률 차이는 없다. 월요일이나 금요일이나 오르고 내리는거 다 똑같고, 월말이나 월초나 다 비슷하다. 만약 차이가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이미 트레이딩펌이 다 해먹었지.

굳이 따지자면 차이가 있긴 있다. 오르고 내리는 건 정해진 게 없지만, 변동률은 요일별로 다르다. 월요일에 가장 심하게 요동치고, 시간별로는 오전에 등락폭이 넓다. 이건 이동네 말로 realized volatility라고 한다. 이유는 쉽게 설명된다. 주가는 뉴스를 반영한다. 월요일은 주말동안 쌓인 뉴스가 마켓에 반영되는 날이다. 평소보다 많은 뉴스가 소화될 수 밖에 없다. 오전은 밤새 쌓인 뉴스가 마켓에 반영되는 때니까 오후보다 많이 움직이는게지.

근데 이 사실을 어디 써먹을라고? High-frequency trading system이라도 만들건가? 개인 투자자가 이걸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없다. 괜히 머리 쓰다가 평정심을 잃고 속상할 일 만들기 쉽다. 그냥 속편하게 자동이체 걸어 넣고 이런거 신경 안쓰는게 더 낫다.

아무리 구글 검색을 해도 이름도 안나오는 나같은 무지렁이의 말을 믿기는 어렵겠지. 비록 증권사 지점에 앉아있는 사람들보다는 내가 훨씬 낫겠지만 말이야. 그럼 아까 언급한 워렌 버핏의 말은 어떤가? 여기서 그 유명한 Warren Buffet One Million Dollar Challenge가 있다.

2007년 워렌 버핏이 백만불의 상금을 걸었다. 조건은 간단하다. 앞으로 10년간 S&P 500 지수 VS 헤지펀드 해서 이기면 된다. 예일 대학의 펀드를 운용했던 아주 유명한 펀드 매니저가 이걸 덥썩 받았다. 이 사람은 아주아주 유명하다. 마켓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해온 양반이다. 그런데 10년 지나고보니 뭐… S&P 500은 120%가 넘게 올랐는데, 그 헤지펀드는 40%가 채 안된다. 다만 이분이 직접 펀드를 운용한 건 아니고, 똘똘해보이는 헤지펀드를 몇개 골라서 도전을 한거다.

NPR의 Planet Money podcast에서 이 펀드매니저 인터뷰를 땄다. 그는 헤지펀드가 인덱스보다 우월하다고 했고,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아서 졌다고 했다. 적어도 인터뷰에서는 그렇게 얘기하더라. 그래서 Planet Money에서 물었다.
"당신 같은 헤지펀드 매니저를 고용할 수 없는 보통 사람들은 뭘 해야 됩니까?"
대답은 아주 간단하더라.
“인덱스 펀드를 하세요.”.

뭐 하여간 인덱스 펀드를 자동 이체로 해야된다. 이게 어제 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active management 펀드 대신 인덱스 펀드로 사람들이 무지하게 옮겨가는 중이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난 금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비슷한 학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남의 돈을 받아서 운용해주는 거대한 산업을 굴리고 있다. 그런데 그냥 인덱스 펀드 자동 이체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만든 것보다 결과물이 낫다면 과연 내가 공부한 것은 무엇인가. 내가 여기서 하는 말이 결국 '저는 그런거 다 소용 없다는 걸 배웠죠.' 아닌가. 물론 그 학위 딴 사람들이 자산운용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씁쓸한 사실이다. 학부 시절 어느 노교수님께서 언듯 얘기한 적이 있다. 공부를 하다보면 가끔 세상 학문이 뭐 제대로 된 거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의욕이 떨어질 때가 있었단다. 뭐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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