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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배우 A의 배임혐의

사실 이 카테고리는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에 대한 생각이나 이쪽 분야 뉴스를 다뤄볼 요량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참 쓰기 좀 애매한 것들이 많다. 적다보니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영어로 정리한 것을 그냥 붙여놓을 수도 없고 그래도 지금 하고 있는 트레이딩 전략에 대해서는 한번 해봐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너무 좋은 떡밥이 있네. 바로 유명한 배우 A가 배임혐의로 고소될 예정이란다. 그래서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대충 봤는데, 와 이거 진짜 A라는 애가 뭘 믿고 일을 이렇게 저지르나 싶네.

복잡하게 들어가면 재미없으니 아주 단순화시켜서 설명해보겠다. 일단 사업이란 자기 돈으로 하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미국에서 top MBA를 나오고 골드만이나 JP 모건 같은 데를 두루 거치다가 사업 아이템을 발견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사업을 한다고 치자. 그래서 그 사람이 투자자를 모았다. 그럼 투자자들은 그 사람의 지금까지 이력과 앞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고 투자를 하지. 그래서 투자금을 200억 받았다면 그걸 사업하는데 써야된다. 그런데 이 나쁜 놈이 200억 중에 190억을 각종 명목으로 자기 계좌에다가 넣어버리고 나머지 10억으로 어찌하다가 사업 말아먹고 손 떼고 모른 척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돈을 다 날렸지만 그 사람은 190억을 등쳐먹벌었다. 이건 애초에 사기다. 그리고 A가 한게 이걸 좀 복잡하게 한거다.

복잡하게 잘 해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서 합법으로 위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 사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짓은 사기꾼이랑 사채업자 손잡고 벌이는 짓인데 걔네들도 지네이름 걸고는 못한다. 워낙 파렴치한 사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A 얘는 어떻게 대놓고 이렇게 할 수가 있는지 참 대단하다 싶다.

약간만 더 복잡하게 들어가보자.

업종도 다른 코스닥 상장회사 지분을 산 건, 상장회사가 투자금을 모을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라든가 채권발행이 그렇다. 애초에 목표가 그거였으니 업종따윈 상관없었겠지. 그리고 굳이 망해가는 회사를 고른 건 적은 돈으로 쉽게 대주주의 지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분을 인수한 것도 현금 주고 한 것도 아니고 계약금을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는게 사실이라면, 이 방법으로 A는 자기돈 한푼 들이지 않고 상장회사의 대주주 위치를 차지 한게 된다. 얼씨구. 그리고는 회사의 현금을 자기 계좌로 이체하는 것을 시작했다. 그 전에 이 일을 도와줄 애들로 사장이고 뭐고 다 갈아치웠겠지. 대주주라는 지위는 사실상 회사 주인이란 뜻이다. 다른 소액주주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면 그냥 대주주가 맘대로 다 할 수 있다. 대주주 되고나서 계약을 했는지, 계약 후에 대주주가 됐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어차피 짜고치는 고스톱이니 이 순서가 중요하진 않겠지. 계약금에 주식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계약금만 150억이나 되는 돈을 받은 게 걔가 대주주 지위가 되면서 회사를 쥐고 흔들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상장회사 대주주가 되면서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을 하고 투자금을 모아서 각종 급여 비슷한 것들로 그냥 회사 돈을 싹싹 긁어다 빼돌려버렸다. 그리고 회사는 개털됐다. 이것도 자기가 대주주라서 가능한 일이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대주주가 아니었다면 가능했을까? 지위를 이용해서 돈 빼돌렸으니 이건 뭐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배임이네.

이론적으로 들어가보면, 회사의 capital structure는 share와 debt로 구성된다. 100% debt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총 장부상 주식가치가 100억이라고 하자. 그럼 주식 100억 + 빚 100억이 회사의 자산이 된다. 따라서 최대 50억을 들이면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서 50억 들여서 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차지한 후, 회사 자산 200억을 자기 계좌로 빼돌리면 회사는 망한다.

주식만 보면 50억 투자해서 0원 되었으니 주식투자 실패이지만, 이 사람은 배임이라는 수단으로 200억을 챙겼으므로 전체 수익은 150억이 된다. 아주 악질적인 사기행위다.

다시 한번 A가 한 것을 정리해보자면, 그는 적은 비용으로 대주주가 될 수 있는 망해가는 상장기업을 골랐다. 대주주가 된 후에 유증, 채권발행 등으로 투자금을 모은 다음에 회사 현금을 다 빼먹었다. 그리고 주식을 지금 와서 팔았는데, 주식을 팔고 말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좀 일을 fancy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기 아버지 이름으로 자회사도 만드는 등 이 단순한 사기를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서 약간의 노력은 한 것 같다. 그리고 자회사 만든 이유는 회사의 현금 뿐 아니라 다른 무형자산, 이를테면 우수인력 등을 빼돌리기 위한게 아닐까 싶네. 아주 그냥 탈탈 털어갔다. 뭐 어떻게 법망은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너무 대놓고 해놔서 피해갈 수 있을지 없을지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사기를 친 것보니 앞으로 연예인 오래 할 생각은 없나보다.

A가 인수한 회사 히스토리를 보니 불의를 향한 분노 뭐 이런게 생기지 않고 그냥 어이가 없다. 아무리 우리나라 대통령이 전과가 10개가 넘는다고 해도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유명 연예인이 대놓고 이런 짓을 벌이나. 우리나라 자본시장과 감독기관 수준이 정녕 이정도인가 개탄스럽다. 내가 이 케이스에 대해서 읽은 것들, 그리고 지금 내 생각이 부디 틀린 것이었으면 좋겠다.

더 생각해보니 IMF 직후에 헐값으로 우리나라의 우량 회사 대주주 지위를 차지한 외국 핫머니들이 벌인 짓도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다. A의 경우가 훨씬 더 악질적이긴 하지만. 시간 나는 사람은 만도기계라는 회사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한번 찾아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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