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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Michael Burry의 인덱스발 위기 경고

지난 10년 전에 아주 큰 사건이 있었다. 간단히는 금융위기, 복잡하게는 Subprime Mortgage Crisis.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냐면, 워렌 버핏마저 심각한 손실을(-30%인가) 봤다. 그러나 그 와중에 위기를 예측하고 이용해서 큰 돈을 벌어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Big Short’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Michael Burry이다. 이 양반이 모기지 증권 시장이 붕괴될 것을 예측하고 골드만삭스에게 모기지 풀에 대한 보험, 즉 credit default swap을 만들게 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쓰여지지 않았겠지. 더불어 골드만삭스 사람들이 의회 청문회에 불려가는 일도 없었을거고. 마이클 버리 외의 다른 주인공들이 돈을 버는 일도 없었을거다.

며칠 전 드디어 그 마이클 버리가 구글 파이낸스에 떴다. 그가 벌써 다음 버블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버블은 내가 좋아하는 투자 방식인 인덱스 펀드에 있다고 한다. 인덱스 펀드에 돈을 다 집어넣고 사는 사람으로써 솔직히 오싹한 기분이 든다.


그의 말은 대충 다음과 같다.
“인덱스 펀드와 같은 passive investment가 주식과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건 내재 가치 분석에 기반해서 시장가가 결정되지 않고,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돈의 힘으로 가격이 부풀어 오른 것으로 10년 전에 있었던 Synthetic CDO에서 본 거품과 비슷하다.”
“수천조 달러의 자산이 S&P 500이나 Russel 2000 같은 인덱스에 연동되어 있다. 극장은 점점 들어차는데, 비상구는 그대로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에 연동되어 있다면 결과는 더 안좋을거다.”

내가 본 건 블룸버그 기사이고 거기서도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소개했을 뿐이니까 내가 마이클 버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가 10년 전 CDO 시장에서 본 것과 동일한 종류의 버블이라고 했다는 것과, synthetic CDO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가 우려하는 점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으므로, 이걸 읽은 사람이 어디 가서 아는 척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Passive 펀드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시장 참여자들이 가진 컨센서스로 보고 그냥 그 가격에 주워담는다. 그런데 인덱스 펀드가 가격을 움직일만큼 커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인덱스 펀드에 포함된 종목 가격을 끌어올리게 된다. 이미 인덱스 펀드는 마켓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인덱스 펀드로 갈아탔기 때문에 실제로 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럼 Synthetic CDO에 대한 내용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CDO에 대한 설명부터 정리를 해봤다.

1983년 월가에서 Collateral Mortgage Obligation을 만들기 시작했다. CDO가 Collateral Debt Obligation이라서 조금 더 넓은 개념이니까, CDO는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아이패드 전에도 태블릿 PC의 개념은 있었고, 제품도 있었던 것 같지만 아이패드가 태블릿 PC의 시대를 열어젖힌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튼, 월가에서 모기지를 주목한 이유는, 비슷한 리스크를 가진 채권보다 이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5%로 채권을 발행해서 돈을 모은 후에, 6% 이율을 주는 CMO에 투자를 하면 1%를 먹는다. 여기서 채권과 CMO의 위험 수준이 같다면 이건 진짜 거저 먹는거다. 이바닥에서는 이걸 arbitrage opportunity라고 한다. 한국말로 하면 무위험 수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기지 론은 대충 정형화되어 있으면서, 적당히 다양하기도 하니까 이걸 끌어모아다 채권으로 만들기 편했다. 마켓 볼륨도 거대하다. 집이 담보로 잡혀 있으니 위험도 작다. 거기다 수익도 좋았기 때문에 아주 인기 있는 투자처가 되었다. CDO, 특히 CMO에 투자하고 싶은 돈이 쏟아져 들어왔고, 은행에서는 더 많은 CDO를 만들어내야 했다. 크게 두가지 현상이 생겼다.

첫째는 은행에서 모기지 론을 쉽게 내주게 되었다. 일단 기초자산인 모기지가 있어야 CMO를 찍어낼 수 있다. 대출을 내주고 그걸 채권으로 만들어서 팔아버리기만 하면 은행은 거저 돈을 벌기 때문에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CMO에 투자하고 싶은 돈이야 넘쳐 흘렀다. 은행에서는 가능한 많은 대출을 내주려 했고, 대출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줬다. 결국 모기지 론은 부실화됐고, 집값에도 거품이 꼈다.

두번째는 다양한 CDO가 생겨난 것이다. 마치 아이패드 이후로 이름모를 수많은 태블릿 PC가 시장에 쏟아져 나온 것과 비슷하다. 원래는 CDO 중에서도 단순한 종류인 Passthrough MBS에만 투자하던 IB들이 점차 다른 것도 손대기 시작했다. 다양한 자산이 채권으로 유동화되었고, 점점 더 복잡한 구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Synthetic CDO라는 놈이 나타났다. CDO의 한 종류 같아 보이는데, 겉만 그럴 뿐이고 속은 완전히 다르다. Passthrough MBS와는 달리, Synthetic CDO는 실물자산, 즉 대출을 전혀 안갖고 있다. Credit Default Swap 같은 파생상품 모아다가 cash flow만 CDO와 비슷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Synthetic CDO는 아주 골때리게 복잡한 놈이다. 내가 여기 투자했다 치자, 내 주머니에 들어온 $100가 어디서 온건지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파생상품을 조립한 놈 답게 엄청나게 레버리지를 안고 있다. 시총 100억짜리 코스닥 개잡주가 있다고 치자. 이 회사가 망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없어지는 주식 가치는 100억이다. 그런데 이 회사 주식에 걸린 선물이 이 10배라고 해보자. 그럼 이 회사 하나 망하면 시장에서 없어지는 돈은 1100억이다. 게다가 선물의 5%만 실물로 정리되어야 하는 사태가 생긴다고 쳐보자. 총 주식의 50%가 갑자기 거래되어야 하니 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난다. 이처럼 Syntetic CDO는 복잡해서 분석도 어려운데, 심하게 레버리지를 끼고 있어서 뭔가 조금만 잘못돼도 가공할 폭탄으로 변하는 놈인거다.

그럼 Synthetic CDO와 인덱스 펀드가 비슷한 점이 무엇이냐. 묘하게도 닮은 구석이 있다. 인덱스 펀드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덱스 지수를 구성하는 기초 종목들을 비율대로 다 사는거다. S&P 500 인덱스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를 만든다 치면, 펀드에 들어온 돈으로 그 500개의 종목을 비율만큼 다 사는거다. 세상의 단순 무식한 방법들이 다 그렇듯이, 확실하게 인덱스를 따라가는 펀드는 만들 수 있지만 조금 융통성이 없다. 때에 따라서 구현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500 종목을 다 살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이 방식은 Synthetic CDO보다는 오히려 Passthrough MBS를 닮았다.

그럼 두번째 방법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한지 오래돼서 가물가물하는데 대충은 기억난다. 인덱스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의 주가 움직임을 분석한다. 선형대수를 써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500개의 종목 대신, 대표성을 가진 종목을 추려낸다. 한 50개만 추려냈다 치자. 그 50개의 종목을 원래 비율대로가 아니라 인덱스 움직임을 잘 따라할 수 있는 새로운 비율로 사는거다. 원래 목표는 S&P 인덱스 따라가는 펀드를 만드는것이기 때문에 거기 꼭 S&P 500 종목만 들어갈 필요는 없다. 지수의 움직임과의 오차만 줄일 수 있다면, S&P 500 밖의 종목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꼭 주식만 넣을 필요가 있나. 인덱스 따라가는데 도움만 된다면 채권을 넣을 수도 있을거고, 옵션과 같은 파생상품이 들어가 있더라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 심하게는 S&P 500 종목 주식을 하나도 안갖고 있는 S&P 500을 따라가는 펀드도 있을 수 있다는거다.

여기서 Synthetic CDO와 닮은 점이 있다. 뭐가 들어가 있는지 잘 모른다. 내가 S&P 500 인덱스 펀드에 넣은 돈이 전혀 엉뚱한 종목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을 수도 있는거다. 거기다 반쯤 파생상품처럼 돼버린 인덱스 펀드도 있는 것 같다. 마이클 버리는 이런 현상도 보지 않았나 싶다.

2009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해서 요약하자면 이런 흐름이다.
CDO의 인기가 치솟음 => 돈이 몰려들어옴 => 집값 버블 및 모기지 부실화 => CDO 투자자들 좆됨, 와중에 Synthetic CDO 같은 애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킴.
Index 펀드의 인기가 치솟음 => 돈이 몰려들어옴 => 주가에 버블이 낌 => 인덱스 펀드 좆됨, 두번째 방식을 쓴 펀드 때문에 상황이 더 안좋아짐.

솔직히 말해서, doom’s day 시나리오가 뭔지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나중에 누구한테 물어보기라도 해야겠다. 헌데 주가라는게 아무리 미래의 예측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거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실력있데, 시장의 기대만큼 기업들이 돈을 벌어만 준다면 가격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거품이라고 할 수도 없는거고. 나같은 개인투자자들은 마이클 버리같은 사람을 고용해서 이 위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도 없다. 개인이 투자하기에는 인덱스 펀드만한 것이 없기도 하다.

지난 2009년을 돌아봐도 그렇다. 인덱스 펀드발 위기가 생긴다 해도 망하는건 인덱스 펀드만은 아닐거다. 모든 종목, 모든 펀드, 모든 에셋 클래스가 다 박살이 날텐데 여기서 개인이 뭐 딱히 대비하고 어쩌고 할게 있나 싶다. 다만 크기에 비해서 인덱스를 통한 투자 비율이 유독 높은 종목이 있다면 그건 피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런데 Synthetic CDO와 같은 방식으로 엮여 있는 종목은 나같은 사람이 비율을 알아내는게 거의 불가능하지 싶다. 니치 마켓을 공략하는 인덱스 말고 덩치 큰 인덱스에 투자하고, 몇달치 생활비는 현금으로 잘 재워놓고 있는거 말고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이클 버리의 말대로 꼭 위기가 온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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