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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금융 전문가의 주가 분석 실력

제조업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친구가 쓴 리포트를 받아본 적이 있다. 종목 하나하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감탄을 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하고 자료를 분석해도 결국 애널리스트는 자기가 제시한 목표 주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리포트 맨 마지막 부분은 그 애널리스트가 지금까지 전망했던 모든 종목, 목표가, 그리고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주가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 붙여놨다.

난 증권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금융을 많이 알고, 결정적으로 기업들 재무제표를 분석할 줄 안다. 보통 사람들이야 관심 있는 종목이 있어도 뉴스나 좀 보고, 재무제표를 봐도 아주 기본적인 것들만 들여다보는데 그친다. 거기다 남의 말 좀 듣고 사든지 말든지 하는거지. 그런데 난 내가 직접 현금흐름표를 보고 매출과 순이익 이면도 좀 들춰본다. 최소한 Financial Statement Analysis 책에 나와 있는 정도로는 분석을 한다. 그리고 애널리스트들한테 업계 분위기 좀 들어보고 말이지. 아무래도 내가 보통 사람들보다는 주가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분석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지금까지 내가 진지하게 분석을 해봤던 종목들이 어찌됐나 한번 돌아봤다.

FaceBook
내 전망을 아주 크게 벗어났다. 한 5년 쯤 됐나. 주가가 대충 $60 언저리에 있었다. 난 FaceBook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고, 실제로 회사가 돈을 엄청 벌고 있지도 못하고 해서 안샀다. 그런데 오늘 주가는 $220이 넘었네. FaceBook이 조금 인기를 잃었고 다른 서비스가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새로운 SNS가 인스타그램처럼 FaceBook이 미리 인수해논 서비스네. 이런 방식으로 FaceBook이 전체 이용자 수를 가파르게 늘려갔다. 회사 경영진이 참 똑똑하다고 할 수 밖에.

GoPro
5년 전, GoPro가 공매도 치기 좋은 회사라는 걸 들었다. 뭐 근데 공매도가 많이 걸려 있다고 회사 꼭 망하라는 법도 없고 해서 재무제표 구해다 봤지. 뭐 회사가 돈도 잘 벌고 성장도 빠르게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난 공매도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 $60 하던 주가가 신속하게 추락을 하더니 지금은 $5 아래다. 내 예상을 어찌 이리 빠르게, 또 크게 벗어나는지 참.

셀트리온
한 8년 전인가보다. 한국 시장 분위기 본다고 코스닥 대장주가 뭔지 살펴봤다. 코스피 대장주야 뭐 삼성전자인게 뻔하니까. 이 회사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재무제표 삼종세트(Balance Sheet, Income Statement, Cash Flow Statement)를 구해다 봤지. 난 진짜 기절초풍하는줄 알았다.

한국 주식 시장이란 데가 이리도 만만한 곳인가? 어찌 이런 회사가 저렇게 높은 시총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당시의 내 진단은 이렇다. 이건 뭐 엔론이 따로 없더라. 몇년 후 교과서에 실릴 장부 조작 사례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장부상으로는 분명 이익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들어오는 현금이 없었다. 매출은 어마어마한데, 그게 거의 100% 외상으로 나간 매출. 그러니 이익이 있다고 해도 실제 그 회사 계좌에 돈이 들어오는게 아니었다. 매출이 일어나도 현금 없이 매출채권, 외상 매출이 쌓여가는게 전형적인 장부조작 시그널이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이 어마어마한 외상을 누구한테 해주나 봤더니 오너가 같은 다른 회사더라. 형식적으로 자회사는 아니지만 어찌 이게 관계가 없는 회사겠냐. 아마도 자회사에게 매출을 떠넘겼으면 IFRS에서는 자회사까지 연결해서 보니까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이었겠지. 요약하자면, 사실은 적자가 나는데 회사를 요상하게 쪼개서 장부상 흑자로 눈속임을 하고 있더라. 아마도 거래소에 상장되기 위한 요건을 채우려고 그러지 않았나 싶다. 주가도 부풀리고 말이지.

난 빨리 공매도를 때릴 방법을 알아봤다. 그런데 개인투자자인 내가 공매도를 할 수는 없었다. 삼성전자도 아니고 기껏해야 코스닥 회사니까 말이다. OTC 마켓을 찾아야 했는데 미국에 있는 내가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난 진짜 눈물을 머금고 공매도를 포기했다. 큰 돈 벌 기회를 이렇게 놓치는구나…

당시에 주가가 한 4만원 했나 그랬는데 지금은 17만원이 넘었네. 공매도를 때렸으면 진짜 좆될뻔 했다. 한국의 빡센 규제에 고마워해야 할 지경이다.

메디톡스
8년 전인가, 이 주식은 내가 실제로 샀었다. 그런데 바보처럼 사고 나서 재무제표 분석을 해봤다. 이건 뭐 이익도 제대로 안나고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도 모르겠고. 하여간 주가가 심하게 부풀어 있더라고. 뭐 안그런 주식이 어딨겠냐만 뜬소문에 왔다갔다하는 모양인 것 같았다. 다행히 난 오르는 와중에 올라탔어서 추세가 바뀌기 전에 빠르게 팔아치웠다. 그래도 한달만에 10-20% 정도는 벌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지. 당시에 대충 1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 주가는 33만원이 넘네. 높을 때는 70만원도 넘겼었다. 굴러들어온 복도 차낸 내가 바보다.

Tesla
대망의 테슬라. 지금 헤지펀드 다니는 친구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다고 하길래 나도 들여다봤지. 근데 재무상태가 너무 엉망이더라. 만든지 1, 2년 된 회사도 아닌데. CEO가 어디서 돈 빌려오는 재주 하나는 있는 모양인데 언제까지 이모양으로 살건지. 진짜 이정도 엉망인 재무제표는 코스닥 개잡주에서도 드물겠다 싶더라. 당시에 $200 하던 주가가 오늘 보니까 $570이 넘었다. 내 생각에는 이것도 너무 과대계상된 주가가 아닌가 싶은데, 여전히 난 현재의 재무제표에 편향된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가 나의 ‘진지한’ 주가 분석과 거기 따른 결과다. 진짜 하나도 안빼놓고 다 나의 진지하고도 전문적인 분석에 따른 전망과 반대쪽으로 갔네. 일부러 실패 케이스만 모은게 아니고 진짜 재무제표를 꺼내놓고 씨름했던 종목을 하나도 안빼고 써놓은거다.

기본적으로 내가 능력이 없다는 소리이긴 한데, 재무제표 분석의 한계이기도 하다. 재무제표는 이 기업의 현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미래에 대해서는 별 소리 안해준다. 기껏해야 연구개발 투자비 정도일 뿐이지. 그래서 이미 성숙한 기업, 산업에는 이 분석이 대충 주가를 말해주는데, 태동기나 초기 성장기에 있는 회사는 여기에다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얹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할 능력, 혹은 전망을 위해서 여러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결론을 낼 능력이 없다면, 재무제표 분석만으로는 뚜렷한 한계가 있는거다. 그러니까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오만 자료를 다 모으고 분석하느라 씨름을 하는거지. 회계사들이 투자 못한다고 농담하는데 사실 이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회계사들은 재무제표 분석에 만랩 아닌가. 당연히 기업의 현재에 편향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결국 나처럼 되는거지.

생각해보니 성공사례가 하나 있긴 하네. 아내가 친구 누가 YG 엔터테인먼트를 샀다며 나보고 들여다보라더라. 싸이가 새 앨범을 내면 오를 것 같다며. 별로 진지하게는 아니고, 대충 봤는데 진짜 싸이 새 앨범을 앞두고 주가가 많이 올랐더라. 하도 대충 봐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너무나 터무니 없이 올라 있었기 때문에 안샀다. 앞서서 재무제표 분석의 한계만 이야기했는데, 이걸 하면 확실히 똥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니 회계사 무시하지 말고, 재무제표 무시하면 안된다.

뭐 재무제표 분석의 장단점이야 그렇다 치고. 난 내 한계를 안다. 내가 주가 분석해봐야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걸. 주식을 안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몇년간 매매를 한 적이 없다. 그냥 인덱스만 샀다. 보통 개인투자자들이라고 나보다 딱히 나을 것 같지 않다. 그러니 인덱스 펀드를 합시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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