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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금융 전문가의 big confession 하나 더

이 글의 원래 제목은 ‘그래 싸움은 이렇게 하는거지’였다.

습관적으로 Google finance에 들어가서 헤드라인을 보니 이게 눈에 띈다. 미국의 관세에 대응하여 중국이 내논 카드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위안화를 평가절하했고, 일부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하지 않게 했단다. 아주 묵직한 한방을 급소에 내리 꽂는 ‘아주 잘 설계된’ 반격이라 평하네. 이게 하루만에 나왔다는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미드 House of Card가 생각났다. 주인공이 남북전쟁의 어느 전쟁터에 갔던 장면이 있었다. 그 전쟁터는 바로 본인의 선조가 싸웠던 곳이었다. 뭔가 조상님이나 미국의 역사에 대한 좀 감상적인 내용이 나올 법도 한데, 주인공이 뱉은 말은 좀 의외였다.

“그는 지는 편에서 싸웠을 뿐이지.”

주인공의 비정한 면과 승부사적인 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꼭 냉철한 승부사가 아니더라도 싸움은 막 하는게 아니다. 싸움은 협상과 다르다. 싸움은 all or nothing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계산한 끝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이 되면 싸움을 걸든 받아치든 해야 하는거다. 그러니까 싸움은 이겨놓고 시작하는게 정석이다. 이순신 장군이 명장인 이유도 그렇다. 자신의 전력과 상대방의 전력을 파악한 후에, 본인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전장과 시기를 골라 붙었다. 그냥 욱하는 기분에 혹은 명분을 지킨답시고 승산도 없이 달려드는게 멋있어보이는 세상은 만화책 속에나 있다.

물론 당사자들의 계산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뭐 그러니까 싸움이 붙는 거겠지. 치열한 계산 끝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싸움을 시작했다면, 세밀하게 고안된 무브들이 무기고에 쌓여 있을거다. 그걸 순서대로 꺼내면 된다. 복싱선수가 커다란 훅을 꽂아넣기 전에 자잘한 셋업 펀치를 내는 것과 같다. 그냥 ‘나 열받았다 씨발놈아!’ 수준의 수사만 내뱉으며 헛주먹을 붕붕 지르는 꼴을 보인다면 상대방에게 얕보일 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물밑으로도 치열하게 협상이 오가고 있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봐도 얼마나 상대를 연구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지 알겠다. 한국에 IMF가 왔듯이, 언젠가는 미국이 중국을 한번 조질거고, 그 수단은 경제가 될거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은 많았다. 뭐 너무 뻔한 소리긴 하지. 그런데 세상에 뻔한 시나리오도 준비 안하고 사단이 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냐. 미국과 중국 둘 다 이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음이 틀림이 없다.

다음 무브가 뭐가 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빡세게 준비해놓고 흐지부지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금 더 있다가 주식을 사야겠다.

여기까지가 딱 지난 8/5/2019에 써놓고 발행 하려다 만 글이다. 문득 궁금하더라고, 내가 주식 시장에 대해서, 이런 저런 숫자도 좀 들춰보고 해서, 나름의 디시전을 하지 않았나.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니 딱 이렇게 적어두고, 시간 좀 지나서 어찌됐는지 보면 재밌겠다 싶었다. 자 그럼 그동안 S&P 500 지수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보자.

이거 뭐 내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 돌팔이도 이런 돌팔이가 없네. 차라리 VIX만 보고 투자를 하는게 낫겠다. 하기사 숫자 몇개 보고 감으로 저점을 잡겠다는게 뭐 되는게 아니지. 결국 난 그때 사려고 모아논 돈으로 주식을 못샀다. 좀 늦게라도 샀으면 뭐라도 됐을텐데 그놈의 무역전쟁이 더 심각해지는 타이밍을 노리다가 이리됐다.

내가 뭘 더 알았으면 이런 오단을 하지 않았을까? 블룸버그 터미널이라도 있었다면 좀 달랐을까? 다르긴 뭐가 달라. 똑같지. 파이낸스 전공하고, 여기서 뭐 몇개 더 알고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러니 투자는 인덱스, 타이밍은 그냥 자동이체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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