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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왜 DLS 같은 파생상품 사면 안되는지 친절한 설명

내가 며칠 전에 써둔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조금 더 알기 쉽게 썼으면 좋았겠다 싶네. 그래서 부가 설명을 써봤다. 비록 아무도 요청한 적은 없지만, 내 글을 읽고 누가 돈 십만원이라도 아낀다면 가치가 있는 일 아니겠나.

이전 설명에서 내가 핵심적으로 거론한 내용은 바로 이익/손실에 대한 확률 분포다. 말로만 저래 써놨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그 문제의 DLS라는 상품, 또는 뭔 일만 안생기면 4% 줍니다 이런 파생상품들, 손실은 얼마나 나고 이익볼 확률은 어찌 되는지 그려보면 대충 이렇게 생겼을거다.


보이시는가. 이익볼 확률이 많긴 한데, 이익은 작다. 비록 손해를 보는 일이 흔하지는 않아도, 손해가 났다 하면 아주 작살이 난다. 이정도만 해도 골자는 파악될 것 같아서 단순하게 그렸다. 그래도 손해보는 쪽 꼬리를 더 길게 그려서 손해가 났다 하면 아주 그냥, 이익 보는것하고 비교가 안되게, 좆된다는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좀 아쉽네. 비록 확률이 좀 작다 해도, 저렇게 큰 손실이 날 수가 있는데, 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시겠습니까? 만약 아니라면 저기 투자해서는 안된다.

저렇게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싶더라도 여기 투자하면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 평균값을 찍어보겠다. 평균! 확률에서는 기대값, 이동네 말로는 expected return. 다 같은 소리다. 그걸 딱 찍어보면 이 초록색 실선이다.


그렇다. 0보다 아래다. 평균적으로는 손실을 본다. 애초에 아무리 공정하게 설계를 시작해도, 이것저것 수수료 다 떼고 나면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 통계학에 Centeral Limit Theorem이라는 게 있다. 한두번 실행했을 때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많이 실행해보면 결국 확률을 따라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 6번 던져서 모두 다 6이 나오는 일은 제법 있지만, 6000번 쯤 던져보면 대충 6이 나온 횟수는 1000번 근처다. 이건 theorem이다. 진리다 진리.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비록 평균이 0보다 살짝 아래라고 하더라도, 저거 설계해서 팔아먹는 증권사는 한두번 하고 마는게 아니다. 그래서 이 Central Limit Theorem에 의하면 결국은 이득을 본다. 저걸 10번 산 투자자가 매번 이익을 봤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계속 하다보면 크게 손실을 보는 일이 생기고, 결국 평균적으로 돈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하면 안된다.

평균적인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저 파생상품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사람을 위해서, 이게 얼마나 호구짓인지 알려주마. 저 곡선을 뒤집어보면, 보험의 분포곡선과 똑같다.


자동차 보험을 생각해보시라. 우리는 대부분의 기간동안 아무 일 없이 그냥 보험료만 바치고 끝난다. 손실을 보는거지. 그런데 가끔 사고가 크게 나면 보험사로부터 돈을 왕창 받는다. 이 때만은 이득인거다. 손실은 작지만 확률이 크고, 이익은 크지만 확률은 작다. 즉 저놈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건, 내가 누군가의 보험이 되어주는거다.

그럼 이 보험의 곡선에서 평균값을 찍어보자.


아 안타깝게도 평균적으로 우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사실 보험이란 건 내가 감당하기 버거운 리스크를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남에게 대신 맡기는거다. 우리가 내는 보험료는 기대값에 프리미엄이 얹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평균적으로는 우리는 이익을 볼 수 없다. 그러나 마냥 이걸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 기대값이 0보다 아래이긴 하지만, 우리는 사단이 나는 위험을 막지 않았는가. 다시 말해 우린 사단이 나는 위험을 보험사에게 돈을 주고 맡긴거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사단이 나는 위험을 감수해주는 쪽은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리고 그 망할 파생상품의 그래프를 다시 보자.


이게 뭔가. 사단이 나는 위험은 투자자가 지는데, 평균적으로 이익을 보는 놈은 상대방이다. 돈을 받고 감수해줘야하는 위험을 오히려 돈을 줘가면서 떠안아주고 있는거다. 이게 호구짓이 아니면 뭔가? 다시 한번 알기 쉽게 표로 정리했다.


저 파생상품 파는 쪽은 얼마나 좋냐. 돈도 벌고 위험도 떠넘기고. 여기 자발적으로 호구가 되러 기어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냐.

위험을 떠안는 쪽이 돈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이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이론인 Risk-Neutral Pricing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들어가면 너무 전문적인 얘기가 되니까 생략하겠다. 절대 내가 설명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그나저나 이걸 개인들에게 권해도 되는걸까? 내가 여기 대단한 지식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비전문가들이 이정도 생각하기는 어렵다. 일반인들에게 없는 지식이 있어야 얼마나 위험한지 파악되는 물건을 보통 사람에게 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호구가 되고 있다. 이걸 놔둬도 되는걸까? 기관을 상대로 저런거 파는건 괜찮다고 본다. 기관에서도 이런 분석을 해낼 충분한 지식, 인력, 인프라를 갖고 있다. 오히려 기관이 분석을 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지. 꾼들끼리 판 벌여서 지들끼리 승부를 보겠다는데 뭐 그러라지. 서로 다 꾼인거 아니까 밑장을 빼든, 화투장을 숨기든, 손모가지를 걸든, 난 여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데 타짜들이 일반 장례식장에 쳐들어와 속임수를 써서 돈을 쓸어가고 오함마로 손목을 끊어간다면 이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미국의 은행에서는 한번도 저런 상품을 권유받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채권이나 펀드 이야기였지. 저런 파생상품이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지를 봐서, 필요하다면 개인들에게 저런 상품 자체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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