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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화끈하게 내린 주식

요새 폭락장이라 안내린 주식이 없다. 내가 주식 앱을 다 지워서 확인은 못해봤지만, 내 포트폴리오도 박살이 났을거다. 하지만, 군계일학이라고 하지. 이 와중에 남들보다 더 화끈하게,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 주식이 있으니 바로 홈 트레이닝의 대장주 '펠로톤'이다.

이 회사가 상장을 한 게 2019년 9월이니, 판데믹의 대표적인 수혜주였다. 더군다나 이듬해 3월에는 헬스장이 다 문을 닫아야 했으니까 수요가 어떠했으리라는 건 쉽게 짐작이 된다. 이 자전거를 사려면 몇 달 대기는 기본이었다. 따라서 주식도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올라갔다. 나도 친구와 여기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나는 개별 주식 투자를 안하기도 하고, 2020년 4월 당시만 해도 연말이면 코로나 사태가 끝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냥 주식 구경만 했지. 다만 주변에 펠로톤을 구입한 사람이 여럿이고 다들 만족해 하더라.

 


그런데 이 회사 주가는 1/5 토막 아래로 떨어졌다. 어제 오늘 좀 올라서 이정도지 그 전만 해도 공모가 ($25) 아래였다. 이런 일은 진짜 회사에 망조 들지 않으면 잘 생기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CEO를 당장 해고하고 M&A 알아보라고 난리다. 그럼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리 좀 해봤다. 그런데 내가 재무제표를 분석한 건 아니고 그냥 블룸버그 기사 뭐 이런 거 본 것 중에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정리했다.

주가가 내린 이유는 일단 두가지다.
1. 수요예측 불발
2. 점유율 유지에 회의적임

1번에 대해서 말하자면, 2020년엔 진짜 자전거가 없어서 못팔았다. 그래서 공장을 지었지. 이 수요가 계속될 줄 알고 크게 지은 모양이더라. 그런데 웬 걸, 코로나 사태가 끝난 것도 아닌데, 지친 사람들이 다시 짐을 찾기 시작한거다. 그러면서 가정용 트레이닝 기구의 수요가 줄었다. 공장은 크게 지어놨는데 말이다. 그래서 재고가 쌓여가는 바람에 제품 생산을 중단한단다. 이미 작년에  출시한 비싼 자전거는 생산을 멈춘 지 한 달이 넘었단다. 아마도 재고는 세일로 털어야 할 듯 하고, 애써 갖춘 공장 설비도 상당히 놀려야 할 모양이다.

2번 점유율. 현재 팰로톤은 홈 트레이닝 시장의 65%를 먹고 있단다. 이거 유지되기에는 너무나 높은 점유율이다. 아이폰도 이 정도 높은 점유율을 먹은 적에 별로 없는 것으로 아는데, 펠로톤이 과연 언제까지 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애플이 워낙 뛰어난 회사라 저 정도 하는 거지 펠로톤이? 뭐 여기 CEO가 스티브 잡스처럼 뛰어난 사람이라면야 가능은 하겠지만 흔하게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에이.. 설마'에 배팅하는 사람이 충분히 이해된다.

회사 경영이란 게 참 이렇게 어렵다. 고객을 확실하게 만족시켜주며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품과 코비드라는 운빨까지 갖고도 이렇게 된서리를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정말 자기 사업 굴리는 분들 진짜 존경한다.

마누라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그럼 우리는 뭘 해야 하냐고 묻더라. 펠로톤 재고떨이 싸게 나오면 사봐야지. 아니면 그냥 Apple Fitness+나 쓸란다. 아 근데 이게 남의 주식 내린 거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나도 참 한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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