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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넷플릭스 주가 대폭락

긴 말 필요 없고, 이 그래프가 모든 걸 말해준다.


작전주도 아니고 헛발질을 대대적으로 한 것도 아닌데 이럴 수가 있나. 진짜 진지하게 사업만 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내리는 거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내가 이렇게 감탄만 하고 있을 처지는 아닌 게, 나도 넷플릭스 주주라서 말이지. 내가 인덱스 말고 주식은 진짜 몇 개 없는데, 그 중 하나가 하필 넷플릭스라니 원...

주가가 내린 이유야 언론에 잘 나오는데, 돈 나올 구석이 구독 모델이 전부인 회사에서 구독자 수가 줄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이미 불안한 구석이 있는 회사였다. 사실 대부분의 회사 그리고 그들의 주가에는 불안 요소가 있다. 모든 일이 잘 되어 갈 때에는 사람들이 '그까이꺼 잘 헤쳐가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뭐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아 씨발 이런 문제도 있는데 이게 잘 될까?' 또 이렇게 생각한다는 거지. 그러니 악재에 크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뭐 그 전에 불안 요소라고 하는 걸 내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일단 벨류에이션이 과했다. 대충 6-7년 전인데, 블룸버그에서 이런 기사를 봤다. This is why Netflix's crazy valuation actually makes sense. 기사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에도 주가가 좀 과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물론 그걸 정당화하는 논리가 이렇듯 존재했었는데, 지금 주가는 뭐 그 정도가 아니지. 리포트 읽어보면 그냥 Sales에다 멀티플 주고 뭐 그래서 주가를 도출하는데, 나는 이런 어프로치가 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DCF나 FCFF 이런 얘기 꺼내면 너무 구닥다리 취급 당하기 쉽고, 그 방법도 큰 약점이 있다는 것 다 안다. 요새 학교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지는 모르겠지만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낼지, 얼마나 성장을 할지 계산하는 게 벨류에이션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그냥 Sales에다 멀티플 줘서 계산을 한다고라. 뭐 경쟁사 멀티플하고 비교하고 그러는 게 나름대로 합리적인 면은 있다. 그런데 말이지, 만들어진 지 얼마 안된 회사에다 하는 거면, 그런 회사는 이익이 날 리가 없으니까 좀 이해가 되는데, 이미 사업이 성숙해서 굴러가고 있는 회사에다가 갖다 붙이는 게... 이 회계 문외한이 보기에는 이게 다 이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지 계산이 안되니까 하는 짓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괜히 가격에서 회사의 성장성을 계산해보라고 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아니 계산해봤는데 이상한 숫자가 나오니까 안보여주는 건가?

그리고 수익 모델이 좀 불안하다. 수익 모델이 구독자들에게서 돈 받는게 전부인데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디즈니, HBO에다가 Apple, Amazon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 중에 만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 이 사실은 내가 이 주식을 살 때도 예견되어 있던 미래다. 그래서 그 이유로 Netflix에 가장 작은 돈을 투자했다.

이 업계의 특성과 앞으로의 전망도 큰 문제다. Netflix는 누가 뭐래도 사람들에게 여흥을 제공해주는 일을 해서 돈을 번다. 그런데 여흥을 즐길 여유가 없으면 어찌될까? 가장 먼저 잘려 나가는 게 이런 애들이다. 관광, 엔터 이런 것들. 나도 사실 이 주식을 샀을 때만 해도 Netflix 멤버쉽을 갖고 있었는데, 애들이 태어나고 시간이 없어지니까 해지했고, 다시 가입할 생각도 없다. 나는 사실 돈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이긴 했는데, 지금 이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휘몰아치고 있는 판에 가계가 팍팍해진 사람들이 많을텐데 이 게 멤버쉽을 늘이는데 도움이 되진 않을 것 아닌가.

내가 좀 걱정되는 것은, 이게 베어 마켓의 전조를 나타내는 건 아닐까 싶은 거다. 오늘 CNN에서 이런 기사도 냈다. "Netflix’s collapse is a warning sign for stocks" 나는 코스닥이 코스피를 능가했던 시절을 기억한다. 진짜 그랬다. 회사가 뭐 하는지도 모르고 코스닥을 사제끼더니 시발 코스피를 추월해버리더라고. 뭐 그러다가 폭락해서 망한 사람들 많다. 그 때도 전조 증상이라고 볼 게 있었다. 코스닥 붐을 이끌던 새롬기술이라는 회사의 주가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진짜 아무것도 아닌 회사인데 이 회사는 전화 받는 직원도 부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었다. 그러다가 정신 차린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고 코스닥 붕괴로 이어졌지.

지난 10년 동안 FAANG로 대표되는 기술주의 주도로 주식 시장이 호황이었다. 그리고 이들 중에 수익 모델이 가장 불안했던 둘 Facebook과 Netflix 주가가 폴싹 주저앉았다. 물론 이들이 감히 새롬기술에 비교될 순 없다. 하지만 역시 market mood가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사건 같아 보인다. 이게 대대적인 bear market으로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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