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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Farewell but not goodbye

학교를 졸업한지 1년이 되었고, 지금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출근은 했는데 매니저가 휴가중이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한국에서도 첫출근을 하면 막막한데 미국에서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내 옆자리를 쓰던 동료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 잘 회사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 다닐 때에도 미국인 친구들은 있었고 가끔 바에도 갔지만, 이렇게 하루종일 같이 일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건 전혀 다른 레벨이다. 그리고 얘도 영어 안되는 동양인이 컬쳐쇼크를 겪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는게 처음인 것 같았다. 서로 많이 재미있어했고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인간적으로 얘가 좋았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얘가 회사를 떠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회사가 비어버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슬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고 그래서 축하해줬다. Finance를 공부한 내게 시카고가 기회의 땅이듯 Computer Science를 공부한 걔에게는 캘리포니아 산호세가 바로 그러하니까 말이다. 사실 직장을 나도 여러번 옮겼고, 같이 일하다가 떠나는 동료들도 많이 봐왔다. 하지만 내가 미국에서 헤맬 때 의지가 되었던 동료라 더 아쉽고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비록 얘를 평가할 수준은 안되지만, 얘는 앞으로도 정말 잘 해낼거라 믿는다. 한국에 있을 때 정말 대단한 사람들과 많이 일했다. 난 얘와 일하면서 그 중에 한 사람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단순히 집중력이 좋고 스마트한 것은 물론이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까지도 아주 높은 수준인, 한마디로 대단한 인재다. 실리콘벨리에서도 아주 핫한 회사. 하지만 그보다 난 앞으로 얘가 어떤 일을 해낼지 기대가 된다.

어제 환송회 자리에서 늦게까지 술을 먹었다. 미국 와서 이렇게 술을 많이 먹은게 처음이다. 헤어지고 들어오는 길에 월요일날 출근하면 비어있을 걔 자리를 생각했다. 얘가 정말 그리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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