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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영어공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목표를 갖고 유학을 나온다. 그런데 적어도 제대로 된 학생이라면 목표는 보통 두가지다.

1.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전문 지식
2. 영어

1번은 공부 열심히 하면 된다. 가르치는 교수들도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는게 현실이라서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도 1번은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2번 영어다. 영어쓰는 나라에 있다고 해서 영어가 저절로 늘지는 않기 때문에 따로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학과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면 영어가 안든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MBA들로부터 미국와서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늦고, 그 전에 영어는 해놓고 와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게 사실이다. 영어가 안되면,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수업시간에 나서서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더 심하게는 교수가 수업중에 지명해서 질문을 했는데도 제대로 대답을 못하기도 한다.

오히려 영어가 되는 애는 nativie speaker들과 초반에 쉽게 친해지고 걔네들한테서 영어를 더 배워서 빨리 느는데, 영어가 안되는 애들은 영어가 더 안느는 걸 많이 본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바로 후자 쪽이다. 어디든 그러지만 초반 인맥이 중요하다. 초반에 친해진 애들과 끝까지 가진 않더라도 처음에 친해진 애들의 친구나 뭐 그런 식으로 같이 어울려 다니게 되기 때문에 빨리 native들과 친해질 수 있다면 영어 늘이기에는 정말 좋은 환경이 되는거다.

그럼 나처럼 한국에서 나고 자란데다 한국의 정규 영어교육을 충실히 따른 사람은 뭘 어찌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람은 영어가 잘 될래야 될 수가 없다. 결국 혼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 가끔 영어공부를 혼자 하다가 미국와서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데 어쩔 수 없다.

약간 사족이지만 영어 스트레스는 정말 굉장하다. 미국 애들과 말할 기회가 생겨도 자꾸 말이 안되는 나를 스스로 발견하고는 움츠러든다. 처음엔 좀 의욕적으로 나서다가 나중에는 상대 애들이 제발 나한테 말을 좀 안걸었으면 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리 미국 애들이 외국인들 많이 봐서 좀 오픈마인드라고 해도, 말 못하는 놈 사람 취급 안하기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엔 미국인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하지만, 미국애들 파티에 가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 몇번 당해보고나서는 그 스트레스를 못이기고 한국사람들 커뮤니티로 회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코리안타운을 돌아다니면서 형님 아우 하다가는 영어는 딴 세상 말이 되는거지. 이게 유학생들 중에 영어 제대로 못하는 애들이 많은 이유다.

그럼 영어공부를 어찌하나. 제일 좋은 건 영화 드라마 보고 따라하기다. 생활하다보면 어떤 상황에 뭘 말하고 싶은데 영어가 안돼서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상황을 드라마에서 만나면 머리에 쏙 들어온다. 이 반대도 있다. 드라마 보면서 따라하고 외웠던 그 상황을 실제 내가 만나면 나도 모르게 그 영어가 나온다. 이게 정말 신기한데 한번 겪어보면 "이렇게 영어공부를 해야하구나" 바로 느낌이 온다. 어느 천년에 그 많은 상황과 말을 다 익히겠나 싶지만,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노엄 촘스키에 따르면 어린 애들은 언어를 익히는 특별한 device가 뇌 속에 있어서 언어를 빨리 익힌단다. 나이가 들면 그 device가 없어지는데, 없어지는 시기는 3~5세 정도란다. 예전엔 5세였는데 요즘은 3세로 내려갔단다. 그 나이라면 완벽하게 언어를 익힐 수 있지만, 내가 뭐 그것까진 바라지 않고, 그냥 영어 좀 하는 데만도 굳어버린 머리로는 이게 안된다. 어린 아기도 말하기까지 3년이 넘게 걸리는데, 머리 굳은 성인이 영어를, 발음은 제쳐두고라도, 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최소한 3년은 훨씬 넘게 영어를 뼈빠지게 연습해야 되지 않을까.

영화나 드라마 본다고 저절로 느는 건 절대 아니고, 열심히 따라하고 성대모사를 해야하는 건 물론, 선택도 잘 해야된다. 영어공부하기 좋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도 있다.

일단 액션영화는 피해야 된다. 뭔 공부를 할 때 항상 기본을 제대로 해야하는데, 언어에서 기본은 그냥 일상생활에서의 말투, 목소리 톤 뭐 이런 것일 거다. 그런데 액션영화는 여기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항상 소리치거나, 개성이 심한 말투, 지나치게 무게 잡는 목소리 등은 영어공부에 당장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말들을 열심히 공부해봐야 내가 학교 가서 들을 일도, 사용할 일도 없다. 오히려 그런 걸 공부했다고 써먹으면 더 이상해 지는 거고.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대화가 많고, 일상생활에 대한 영화가 딱 좋다. 그리고 그런 대표적인 영화는 "American Beauty", 드라마로는 "Friends"가 있다. 그런데 영화 쪽이 아무래도 작가가 돈을 더 받아서 그런지 문장이 정제되어 있고 문장 하나하나가 중요하다보니까 공부하는 데 덜 지겹다. 또 이런 영화를 보면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하나, "American Beauty"처럼 유명한 영화를 봐 놓으면 미국 애들이랑 이걸 소재로 이야기도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난 한국 있을 때 액션영화를 너무 봐놔서 처음에는 액션 영화로 어떻게 공부를 해보려고 했다. "Bourne Series", "Terminators", "Transformers", "Bat Man" 이런 것들인데 결론적으로 도움이 안됐다. 그리고 미국 드라마 "Lost"를 보는데, 좀 정상적인 인물들, 이를테면 의사나 의사 여자친구 이런 애들 말은 안들리고 거기서 제일 악역인 "Sawyer"말만 들리는거다. 또 여자 말은 안들리더라. 하두 액션영화만 주구장창 봐놓으니, 거기 주인공들 목소리 톤에만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지.

그래도 내 문제의 심각성을 그리 깨닫고 있지 못하다가 "Lost"에서 "Saywer"의 대사 중에 "Now, somebody can tell me. Who or What this son of bitch is!" 이 문장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액션영화를, 영어공부 용도로는, 안보기로 결심하고 실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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