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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비행기 대신 로드트립을 하는 이유

미국은 땅이 넓다보니 어디 차로 가려면 두세시간 안에 닿는 곳이 드물다. 친구들을 봐도 7시간 9시간씩 운전해서 어딜 가는 일이 흔하다. 왜 비행기를 놔두고 차로 이 고생을 하는 것일까? 나도 예전에 로드트립을 해보니까 진짜 할 짓이 아니던데 말이야. 이번에 애기들을 데리고 친구 집에 다녀오면서 여기에 대한 답을 확실하게 얻은 것 같다.

먼저 비행기로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더라. 비행기로 한시간 반이 걸리는 동네, 차로는 7시간 걸린다. 5.5시간이나 짧게 걸리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공항으로 이동하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다시 공항에서 빠져 나오는 시간을 다 합쳐보면 두시간 아래이기는 쉽지 않다. 그리하여 대충 비행기로는 4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된다. 그러면 세시간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긴데 이것도 이론상으로나 나오는 숫자다. 미국 비행기는 연착되는 일이 많다. 이번에 돌아올 때도 1시간이나 비행기가 늦게 떴다. 15분 늦는다더니 아무 말 없이 한시간이 늦었다. 그러면 실제로 절약된 시간은 2시간인데… 이것도 뭐 무시못하는 시간이긴 하지만 처음에 보이는 5.5시간에 비하면 왠지 속은 기분이다.

두번째 이유는 비용이다. 4인 가족이 비행기 타면 못해도 $1,000은 써야된다. 거기다 공항 오갈 때 택시비는 덤이다. 차를 가져가면 기껏해야 기름값과 톨비 정도인데, $200이나 나올까 모르겠다. 나머지 $800으로 즐기는데 돈을 쓴다면 얼마나 재밌게 놀다 오겠냐.

다음 이유는 편의성. 애기 둘을 데리고 짐을 싼 후, 택시를 타고, 내리고, 체크인하고, 시큐리티 체크 통과하고, 먼 거리를 도보로 이동한 후, 기다렸다가, 비행기를 타고, 짐 올리고 도착 후에 이 과정을 역순으로 하는거 보통 일이 아니더라. 비행기 안에서는 애기가 울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자는 애기를 비행 내내 안고 있었더니 목이 굳은 것 같다. 차로 가면 짐도 마음대로 실을 수 있고 우리집에서 친구집으로 바로 가니까 많이 편했을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애들 데리고 로드트립을 한다. 그럼 이리 멀리 갈 때는 가까운데 갈 때보다 필요한 게 많을거다. 그래서 밴을 갖고 있는 집이 많나보다. 요즘엔 뒷좌석에서 영화도 보고하게끔 entertainment system이 갖춰진 차가 많더라. 나도 서버브로 이사가면 그런 차 하나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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