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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에서 애 아프면 더 고생이네

그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놓고 살았다. 가족 일 때문에 회사도 자주 빠졌는데 마누라는 이러다가 잘리는거 아니냔다. 뭐 보스에게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미국에서는 가족이 무엇보다 우선이니까 이런게 허용되는거겠지. 한숨 돌리고 밀린 회사일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또 애가 아팠다. 진짜 디지게 고생했다.

첫째 아이가 며칠 연속으로 새벽마다 울어제끼더라고. 재워놓으면 한 삼십분 있다가 또 울면서 깨고 하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원래 잠을 잘 못자는 애고 새벽에 울면서 억지를 쓰는게 뭐 일상다반사라 또 그러나 싶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얘가 수족구병에 걸렸네. 평소보다 유독 심하다 싶었는데 그게 아파서 그랬던거였다. 밥도 잘 못먹고 아프다고 울기만 하고, 잠을 당연히 잘 못자고. 어휴 진짜 디질뻔 했는데, 그래도 제일 고생한건 애지.

미국에서는 아픈 아이는 학교도 보낼 수 없다. 유치원이야 뭐 얄짤없지. 완전히 나을 때까지 집에서 돌봐야 해서, 나도 회사를 빠졌다. 의사는 전염성이 강한 병이니 둘째를 조심하라더라. 이 비좁은 집에 애 둘을 돌보면서 동시에 떨어뜨려 놓는다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낮에는 씩씩하게 잘 놀고, 졸리면 안아달라고 하는걸 보니 대견스럽더라. 본인 나름대로 병을 견디고 있는거다. 맨날 땡깡만 쓰는 애긴줄 알았는데, 나도 모른 새 성장하고 있다.

그렇게 나흘을 집에서 돌보고 나니 많이좋아졌다. 데이케어에다 문의해보니 이제 보내도 된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그런데 둘째 손에서 물집이 발견됐네. 허허… 하늘도 무심하지. 그렇게 조심했는데 옮아버리다니... 애 둘 키우는게 애 하나키우는 것보다 몇배로 더 힘드네. 우리 첫째가 너무 어려운 애기라 더 그렇기도 하지만, 내가 이렇게 일찍 퇴근을 하고 애를 보는데도 이리 힘들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을 보면, 와이프가 널널한 직장에 다니는 애들 빼고는 다들 하나만 낳던데 그게 백번 이해가 된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야 그렇다 치고. 내게는 당장 닥친 현실이 있다. 아픈 애들을 어떻게 돌보느냐. 뭐 별 수 있나. 내가 잠을 줄여야지. 덕분에 입안도 다 헐고 난리다.

내가 한국에 살았더라면 친척들을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혼자 미국에 떨어져 나와 살고 있으니 그런걸 바랄 수 없다. 어려울 때 기댈 언덕이 없다는게 미국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문제가 생기면 돈을 써서 도움을 얻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럴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일 열심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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