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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나는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를 사기로 본다.

며칠 전 리서치펌(https://hindenburgresearch.com/)에서 리포트를 발간했다. '니콜라' 회사 자체가 사기란다. 내가 또 이런 이야기 좋아한다. 분식회계, 사기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나는 리포트를 다 읽어봤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니콜라를 사기로 확신한다. 난 이 회사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꺼림칙하게 봤다. 이름부터 그렇지 않은가? 테슬라가 주목받고 성장하니까 여기 묻어가려고 이름을 이리 붙인거겠지. 이 리서치펌은, 당연하게도, 니콜라에 숏을 쳤음을 리포트에서 밝혔다. 여기에 일반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길래 나름대로 쟁점을 정리했다.

1. 테슬라도 사기 소리 들었지 않나? 자본 모으기 위해서 허풍 좀 떨 수도 있다.
테슬라에게 묻어가려고 만든 회사답게 테슬라와 비교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허나 니콜라는 테슬라에 빗대는 건 테슬라에 대단히 실례이다.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다. 테슬라는 없는 차를 있다고 한 적이 없다. 내가 테슬라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재무제표가 워낙 엉망이라서, 쉽게 말하면 회사가 차를 팔아서 돈을 벌고 있지 못했고 언제 부도가 나도 이상하지 않아서였지 테슬라가 아예 차를 만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실제로 엘론 머스크는 2018년인가 2019년에 여러번 부도날 뻔 했다고 실토했다. 테슬라가 주목받고 주가가 뜬 것이 테슬라 모델 S를 출시한 후였다. 컨수머 리포트에서 그 차에 사상 최고의 평가를 내리면서 실제로 보통 사람들이 이 회사를 알게 되었던 것이지. 엘런 머스크가 모델 3 양산 능력에 대해서 과장했다가 몇주 후에 뽀룩나면서 사기 소리를 듣긴 했다. 나도 그걸 보며 CEO란 새끼가 저런 소리 하면 거의 허위공시급 주가조작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일반인 투자자들의 시야에 들어온 이후로 차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해 테슬라의 자동차, 그 차들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 없었던 적이 아예 없다.

2. 숏때리고 이득 볼라고 헛소리 퍼뜨린거 아니냐?
물론 이 리서치펌은 숏을 때렸음을 리포트에서 밝혔다. 법적으로 이건 무조건 밝혀야 된다. 회사를 리서치했는데 추정되는 가치가 주가보다 현저하게 높다면 롱을 하는 것이고, 리포트에는 롱 했다고 밝힌다. 근데 회사의 추정 가치가 주가보다 훨씬 낮으면 숏을 때리고 리포트에서 밝히는 것이지 이상한거 하나도 없다. 트레버 밀튼 CEO는 이 회사가 숏을 때렸으니까 지네들을 헐뜯는게 당연하다고 한다. 숏을 걸었느냐 아니냐로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다. 그런데 숏에는 아무 잘못 없다. 쟁점은 걔네들의 리포트가 헛소리냐 아니냐가 되어야 한다. 저 리포트가 헛소리라면 리서치 업체는 문닫을 각오 해야된다. 역시 너무 당연하게, SEC에서 이미 조사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이 숏 거래에서 이득을 볼 의도는 확실하나 이것이 리포트가 구라라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읽어본 바에 의하면 리포트는 사실일 확률이 높다.

3. 리포트 내용은 사실에 가까운가?
이게 사실 쟁점이 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겐 사실로 보인다. 며칠 지났는데도 니콜라는 여전히 리포트에서 제기한 50여개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했다. 별 일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물론 니콜라가 대답을 내놓을 의무는 없다. 온갖 사람들이 내놓는 질문에 모두 답할 의무는 없으니까. 그런데 리포트 때문에 이렇게 큰 파장이 나고 CEO가 분노의 트윗질을 하는 상황이라면, 트윗질 대신에 저기 답하면 된다. 그러면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원래대로, 아니 그보다 나은 상태로, 될 수 있으니까.

4. 리콜라의 해명은 그럴듯한가?
아니, 전혀 그렇지 않다. 니콜라에서 인정한 의혹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네가 만든 트럭을 언덕에서 굴려놓고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트럭이 자체적 동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아무 문제 없단다. 게다가 투자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단다. 전형적인 '거짓말은 한 적이 없다' 식의 변명이다. 그런데 저렇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하는 애들은 거짓말도 많이 한다. 그런 말 하는 새끼는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말이다. 어느 자동차 회사가 지네 차 달리는 동영상에 '자체추진 중입니다' 따위 소리를 붙여놓는가? 자동차라는게 뭔가? 뭔가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 무슨 말이라도 붙여야 되는거지. 자동차가 자체추진하는게 당연하지 않은 상황인가? 오히려 '언덕에서 굴렸습니다' 하고 설명을 붙이는게 자연스럽다. 또한 문제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니콜라는 분명 "in motion"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외에도 지금 보면 어이 없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그 설명들이 동영상 안의 트럭이 자체추진 중이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대놓고 오해하라고 붙인 것임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또 어이가 없는게, 투자자들이 이미 저 트럭이 달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왜 트럭을 언덕에서 굴렸나? 이미 투자자들이 알고 있었다며? 트럭이 내리막길에서 무동력으로 굴러가는 걸 보여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많이 양보해서 얼마나 잘 굴러가나 보여주고 싶었다면 언덕 지형임이 분명한 곳에서 저짓을 해야 옳다. 그런데 내리막길임을 알기 어려운 곳을 조심스럽게 골라서 저짓을 했는데 의도가 뭔지는 뻔한 것 아닌가?

5. 니콜라가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트럭만 실제로 만들어내면 아무 문제 없는거 아니냐?
문제가 있지 왜 없냐? 투자자들은 현재의 기술 수준이나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 벤처의 성공 확률, 미래 가치 등을 예상하고 그로부터 현재 적절한 가치를 추정해낸다. 그렇게 해서 투자 금액이 결정되는거지. 그런데 저걸 다 속였는데 이게 어떻게 문제가 없는 행동이냐. 사기지. 다시 말해 테슬라는 사례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테슬라는 모델 3의 양산 타임라인에 대해서 과장을 하긴 했지만 니콜라가 벌인 일은 그 정도가 아니잖은가. 아예 회사 자체가 사기인데.
백번 양보해서 이 회사가 트럭을 실제로 출시해서 돈을 벌면 속아서 투자한 사람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긴 하다. 그런데 전혀 그럴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게 문제다. 개인적으로 리포트 내용 중에 가장 놀라웠던 점은 수소 책임자가 트레버 밀튼의 동생이고, 그 동생은 주차장 drive way나 깔던 건설 노동자였다는 사실이다. 수소가 미래의 에너지로 각광받은지 이미 20년이 되어가고 아직 여러 난제들이 남아있다. 이걸 오랫동안 연구한 사람들이 정말 많고 그들조차 해결하지 못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어려운 분야의 책임자가 건설 노동자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하는게 합리적인가? 더군다나 생산 책임자는 골프장 매니저였다. 이 인력들 모아서 현대 자동차 업계의 최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가?

6. GM도 실사를 하고 파트너쉽을 맺었는데 설마 깡통 회사일까?
글쎄 대기업이 파트너쉽 잘못 맺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얼마 전 월그린도 '테라노스'와 파트너쉽을 맺었다가 데인 적이 있다. 그리고 GM이 니콜라와 파트너쉽을 맺으면서 지분을 11%를 취득했는데, 계약 내용을 보면 GM이 니콜라에 주는 돈이 하나도 없다. 그냥 니콜라가 트럭을 생산하게 되면 그걸 자기네 공장에서 돈받고 해주기로 했을 뿐이다. GM이 잃는게 아무것도 없는 계약인데 뭣하러 니콜라의 기술과 모든 것들을 세세히 들여다봤겠나. 그냥 계약서에 지네들이 코꿸 조항이 있는지 없는지만 팠겠지. 물론 GM과 뭔 계약서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이 니콜라에게는 빅뉴스지. 그렇기 때문에 니콜라가 이걸 한것이고, 홍보도 그렇게 열심히 했겠지. 이걸 간판으로 다른 회사와 파트너쉽, 혹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겠지. 트레버 밀튼이 평생 해온게 다 이런 식이었더라고.

야호 신난다. 이제 불구경만 남았구나. 난 테슬라로 불구경할 줄 알았는데 엘론 머스크의 경이적인 돈빌려오는 능력으로 그 위기를 다 헤쳐나가서 조금 아쉬었다. 그런데 훨씬 더 대단한 놈이 등장했네. 적어도 테라노스는 상장사는 아니었는데. 하긴 우회상장할 때부터 낌새가 이상했지. 우회상장하는 회사가 다 사기는 아니지만, 사기꾼들이 애용하는 코스임에는 틀림 없다. 제발 여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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