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뉴스 출산율이 떨어져서 큰일이란 소리가 자주 보이는데, 나에게는 이게 안좋은 소식 같지는 않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 전에 심사숙고를 한다는 뜻 아니겠나. 아이를 가짐으로써 무엇을 감당해야하고, 그걸 해낼 각오가 되어 있는지는 당연히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된다. 오히려 그냥 통과의례,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저지르면 본인도 힘들고 애도 불쌍해지는거지.
혹자는 아이를 키우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논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게 큰 고통인 이유를 열거하겠지. 뭐 어떤 방향으로든 맘껏 이유를 늘어놓을 수가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의견을 다 수집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데이터가 있을 때 무작정 평균, 분산을 계산해서 이 숫자 둘을 근거로 집단을 이해하려 한다면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 어렵다. 일단 그 데이터의 좌표를 다 찍어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에 이런 계산을 해야만 본질에 접근할 수있다. 마찬가지의 어프로치를 취해보자는거지. 육아라는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보니 이미 육아에 대한 연구를 집합적으로 모아서 다시 분석해놓은 게 있다. 여기에 따르면 행복이기보다는 고통이라고 한다. 그래 육아는 고통이다. 옆집 철수가 얼마나 공부를 잘하고 말을 잘듣는지 자랑을 들었어도, 내 육아는 고통일 확률이 크다. 아니 고통인게 현실이다.
성경에 '자식은 부모의 면류관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이게 애들 여럿 잡았을거다. 성경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냐. 그 절대적인 성경에서 자식은 마땅히 부모를 빛나게 해주는 면류관이라고 했다. 당연히 자식은 부모에게 행복을 줘야 하는거다. 그런데 본인의 현실을 보니 자식이 자기에게 행복보다 고통을 더 많이 준단 말이야. 자식에게 왜 당연한걸 안해주는 애물단지가 태어났냐고 원망하고 화를 내는 부모의 모습이 쉽게 상상이 된다. 이렇게 육아가 고통인줄 모르고, 혹은 감당할 각오도 안되어 있으면서 애를 낳아놓고는 역정을 내는일이 그리 드물까 싶다.
부모입장에서는 밥먹이고 입혀주면 당연히 나를 즐겁게 해줘야 할 자식이 짐이 된 것이 분하겠지. 마치 100만원 준다고 시작한 일 하고나니 10만원만 받게 되었을 때처럼 말이야. 애를 학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도 뭔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 싶다. 그냥 당연히 아이답게 커갈 뿐인데, 공부잘하고 말 잘듣는 가상인물에게 비교당하며 구박을 받으면, 본인이 스스로를 '잘못 태어나 빌어먹도록 운명지어진 미물'로 여기지 않으면 다행이다.
부모가 되기 위한 자격 시험 같은 건 없다. 대신 많은 사람들이 부모가 되기 전에 심사숙고를 하고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사인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준비 없이, 감당할 깜냥이 안되는데도 낳는거는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그저 아이를 낳으라고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벌어질 좋은 일들을 판타지처럼 보여주기보다는 현실을 더 냉정하게 알려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더라도 부모가 되어 한 생명의 잠재력을 일깨울기를 선택한다면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디 흔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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