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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목표가 생겼다

3월 중순부터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회사 짐에서 했었는데 거기가 닫혀버려서 운동을 제대로 못한지 어느덧 몇달이 지났다. 먹을게 여기저기 널려 있는 집에서 하루종일 있는데 운동도 안하다보니 생애 최고 몸무게를 찍은게 어느덧 한달 전이다. 그 전 기록보다 무려 5파운드도 더 나갔다. 움직이는데 느낌이 어색할 정도로 살이 쪄서 몸무게나 한번 달아보자 했더니 이런 기록이 나오더라.

예전에 다니던 집 근처 짐이 다시 열긴 했는데 좀 꺼려졌다. 따로 시간 내서 가고 하는 것도 좀 번거롭고 말이지. 그래서 그냥 동네 공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5키로 정도 그러니까 3마일 정도를 달리는 건 한국에서도 거의 매일 해왔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하고 달렸는데 아뿔싸... 무릎이 아픈거였다. 근육통에 그쳐서 다행이긴 했다. 서너달 안달리다가 그래서 아픈가 했는데, 뭐 이런 적이 처음도 아닌데 이런걸 보니, 몸무게가 너무 늘어서 이러지 않을까 싶다. 뭐 한달 정도 쉬니 나아졌지만서도.

아무리 달리기가 운동화 한켤레만 있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래지만, 그래도 좀 필요한 게 있더라. 짐에서 운동할 땐 반바지에 반팔 티 하나면 충분했는데 말이야.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운동복을 좀 사모았다.
쌀쌀한 날씨에 뛰려고 긴팔 상의 하나
그간 입던 옷이 낡아서 반팔 상의 하나
그동안 입던 반바지가 낡아서 반바지도 하나 샀고
얇은 러닝 자켓 하나 사고
좀 더 두꺼운 러닝 자켓도 하나 샀다.
핸드폰을 손에 들고 뛰기가 뭣해서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waist pack도 샀네.
이러고 보니 참 많이 산 것 같은데, 다 이월상품 사장이 미쳤어요 이런거라서 합쳐서 $200 안쪽이다.

코로나가 창궐하다보니 온라인으로 운동복을 사는게 참 불편하더만. 직접 물건을 받아보고는 이게 아닌데 싶었던 것들도 좀 있다. 뭐 그래도 워낙 싸게 샀고 리테일 매장에 가지 않음으로써 이런 위험을 감수한 거긴 하지만... 뭐 그냥 그럭저럭 아쉬운 것 없이 쓰고는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뭘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이 봐왔는데, 난 그런 장비병 같은건 없다. 정답이 딱 정해져 있다면 그리 하겠는데,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냐. 그런 경우 거의 없다. 내가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난 내일 실행할 완벽한 계획보다는 조금 설익어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걸 하는게 낫다고 믿는다. 당장 해보면 안다. 방구석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 해봐야, 1년이 지나도 모를 것들을 당장 몸을 움직여보면 1분만에도 안다. 그래서 난 당장 시작한다. 당장 해보고 아쉬운 점이 생기면 그걸 해결하기 위한 장비를 구한다. 단지 그 뿐이다. 꼭 유명 트라이애슬론 선수 누가 쓰는걸 풀세트로 갖추고 시작할 이유는 없다. 그냥 필요한거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쓰면 된다.

목표를 하나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일단은 5마일을 40분 안에 뛰는게 목표다.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걸 이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몸무게를 원래대로 되돌리겠다. 이것도 내년 초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마라톤에 도전해보고 싶다. 5마일을 40분 안쪽에 뛰는 속도로도 마라톤 풀코스는 3시간 20분이 걸린다. 친구 중에는 3시간 안쪽으로 이걸 달려내는 애도 있는데, 내가 이걸 목표로 삼기에는 좀 현실적이지 못하다. 난 미니멀리스트답게 목표도 좀 미니멀하게 잡는다. 오랜 시간의 인고 끝에 이룰 수 있는 대단한 목표보다는 조금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있는 소소한 목표를 잡아놓고, 진행상황을 봐서 그걸 수정한다.

5마일을 40분 안에 뛰는 것을 먼저 하겠다. 궁극적으로는 2-3년 내에 마라톤 도전. 가능하면 3시간 20분 정도를 기록하는게 목표다. 충분히 준비가 되면 3시간 안쪽으로 뛰는 친구를 꼬셔서 서부 해안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겠다. 휴가 겸 가서 가족들은 놀고, 난 마라톤 뛰고, 그 친구랑 또 놀면 정말 멋진 휴가가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예전에 3마일보다 조금 더 뛰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내 한계를 미리 정해두고 딱 거기서 안주했던 것이 말이다. 물론 3마일만 뛰어도 땀이 쏙 빠지고 숨이 헐떡거리기는 하는데, 조금만 더 내 한계를 늘여놨으면 어땠을까 싶다. 뭐.. 그래도 3마일이라도 뛰어왔으니 지금 5마일을 이 속도로 뛸 수 있는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또 다행이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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