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네 식구가 모였는데 다들 뭐 일은 어찌 되어가고 있냐 이런 걸 물어봤지. 코로나로 사업 환경이 바뀌었을테니 뭐 어렵진 않냐는 말이다. 그런데 이 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명만 lock down이던 시절에 조금 그랬었다고 하고, 나머지는 다 아무 영향이 없거나 더 좋아졌단다. 이들 외에 내 지인들은 어쩌고 있을까 생각해봤다. 내 친구들 중에 직접 사업 굴리는 사람이 얼마 안되어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딱 두 명 생각나더라. 사람들은 그냥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괴멸적인 타격을 본 동네도 많다. 그런데 그게 진짜 내 생각처럼 거대한 재앙이었느냐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네.
지난 2009년 금융위기도 큰 재앙이었다. 하지만 이 때는 돈을 꽂아줘야 할 대상이 명확했다. 큰 은행들 몇 개를 떠받치면 됐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휘청거리는 사람들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정밀하게 지원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그랬나보다. 그래서 그냥 무지막지하게 돈을 뿌렸다. 당장 수입이 줄었는지, 때문에 생계에 지장이 생겼는지 좀 봐가면서 뿌려야 할 것 같은데, 마이크로 타게팅이 안되니 그냥 다 뿌린거다. 심지어 나한테도 애기들 때문이라면서 $200짜리 체크게 날아오더라. 난 금전적으로 피해를 본 게 없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냥 멀쩡하게 살고 있는데, 거기다 돈을 뿌려댄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도 천문학적인 금액을. 이러니 인플레이션이 안오고 베기겠나. CPI 지수로 대충 7% 인플레이션이라는데, 사실 이것도 내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덜한 것 같다. 아마도 기름값처럼 안오른 게 있어서 이 정도지 식료품도 많이 올랐고, 하반기 되면 늘상 있던 가구점의 세일도 싹 다 없어졌다. 뭔가 큰 변화가 생긴 거다.
원래 충격 같은 게 오면, 원래 여유가 있거나 충격을 다른 데 전가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괜찮은데,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진짜 곡소리 난다. 결국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다 원래 사정이 안좋은 사람들이란 얘기다. Fed에서 이 걸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으니 급하게 테이퍼링을 끝내고, 금리도 인상하고 뭐 그런단다. 그런데 현 상태에서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것, 이런 게 다 충격이다. 시장 금리 인상도 만만치 않은 충격인 거다. 이미 잘 설계되지 않은 충격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확인했으니 어지간히 잘 알아서 하겠지만, 또 대충 하면 또 다른 그룹의 사람들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자동차 게임 해 본 사람은 다 알거다. 핸들 휙휙 꺾으면 어찌 되는지. 그거하고 똑같다. 그러고보니 고딩 시절 오락실에서 자동차 게임을 하던 날 보고 친구가 한 말이 "돈 날리기 참 쉽네."였다.
그런 일이 없을 것으로 믿지만, 진짜 올해는 정신 바짝 차리고 몸 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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