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제초제 만세

제초제 성능이 확실하구나. 약을 친 지 열흘 정도 지나보니 이렇게 돼 있다.

약을 안 뿌린 곳엔 아직도 이런 애들 천지다.

이렇게 보니까 제초제란 게 확실히 동작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효과를 볼 때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게 단점이긴 한데. 뭐 그냥 과장 좀 했나보지 하고 넘어갈란다. 이 결과에 고무돼서 제초제가 다 떨어질 때까지 또 뿌리고, 새로 주문도 했다.

우리집 근처를 대충 둘러보면, 우리 앞마당 잔디가 젤 엉망이다. 이게 잔디밭인지 민들레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예전 집주인 아저씨가 살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지난 여름에 집을 사놓고 가을까지 집을 비워놔서 잔디에 물을 제대로 못줬다. 그래서 여기저기 잔디가 많이 죽은 대신, 잡초는 살아남았다. 이 잡초들이 보니까 잔디보다 뿌리를 깊이 내리더라고. 게다가 근처 공원에서 민들레 씨앗이 무한대로 공급이 되고 있으니 잔디가 이 꼴이 난 게 이해는 된다. 이게 바람직하다는 건 아니고.

저 많은 민들레들을 다 캐내는 건 도저히 못하겠어서 약을 뿌렸지.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까 너무 뿌듯하다. 근데 약을 쳐도 별 효과를 못 본 부분도 있다. 여러 아마존 리뷰와 전문가들이 써 놓은 글, 그리고 이번 경험까지 더해서 대충 어떻게 약을 쳐야 효과가 있을지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봤다.

첫번째, 민들레가 아직 작을 때 뿌리는 게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그냥 민들레가 작다기보다는 열심히 성장할 때, 신진대사가 활발할 때 뿌려야 약을 제대로 흡수하는 것 같다.

두번째, 온도가 50도는 되어야 약이 먹히는 것 같다. Direction에는 45도 이상일 때 뿌리라고 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여기 날씨가 낮을 때는 30도 초반, 높을 때는 45도 살짝 넘기는 시기가 4월 말까지도 이어졌고, 그 새 비도 많이 왔다. 아무리 권장 온도가 45도래도, 45도 살짝 남기는 수준의 온도가 하루에 잠깐만 있는 상태라면 민들레의 신진대사가 낮았던 모양이다. 4월 말에 약을 뿌린 곳은 아직 민들레가 버티고 있다.

세번째, 민들레가 푹 젖을 만큼 약을 충분히 도포해야 한다. 그냥 흠뻑 젖도록 많이 친 애들한테만 효과가 있네. 살짝 뿌리고 지나간 애들은 잘 살아 있다. 민들레가 커지면 그만큼 쳐야 하는 약의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역시 작을 때 치는 게 맞는 것 같다.

종합해보자면, 4월 중에 잠시 날씨가 미쳐서 50도를 찍으면 아직 작은 민들레에게 약을 흠뻑 먹여주는 게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도 크게 차도가 없으면 한 번 더 도포해주고 말이지. 이번 주는 날씨가 많이 따뜻하다. 내일 약이 오니까 이번에는 남은 구역에 재대로 약을 뿌려야지.

아 내가 글은 이리 덤덤하게 썼는데, 진짜 너무 감명 받았다. 민들레 한 다섯 뿌리 파내다보니까 약이 얼마나 고마운 물건인지 알겠다. 잡초는 대충 7부 능선 정도는 넘은 것 같으니 슬슬 잔디를 어떻게 키울지 연구 좀 해야겠다.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쿠르터가 꼬시던 회사발 정리해고 뉴스  (0) 2022.06.15
노력, 환경, 재능  (0) 2022.06.10
The voice of Ariel  (0) 2022.04.19
대학교 신입생의 첫번째 미스테리  (2) 2022.04.14
Write your own story  (0) 202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