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름은 참 바쁘구나. 그 동안 손님이 두 팀이나 찾아왔다. 큰 집으로 이사하길 정말 잘 했다. 새삼 박XX에게 미안하다. 하필 내가 방 두개짜리 콘도에 살고 있는데, 네 식구를 데리고 시카고를 찾아와서 말이야. 집이 커지니까 누가 와도 부담스럽지도 않고, 상대방도 그럴거고 뭐 좋다.
엊그제 회사에서 아주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오피스로 돌아오란다. 아우 진짜... 뭐 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 그래도 매일 오피스로 나오라고 할 줄은 몰랐다. 진짜. 서버브 중에 그나마 출퇴근 좀 편한 델 찾아 왔는데... door-to-door로 한 시간 겨우 끊는데 이게 하루에 두 시간이잖아. 마누라 일하는 날에는 내가 애들 챙겨서 학교고 학원이고 다 보내는데, 출퇴근을 하면 도저히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직장 동료들도 모두 당황하고 있다. 나처럼 시카고 집을 팔고 서버브로 나온 사람이 한 둘이 아니고, 서버브 집을 팔고 더 먼 서버브로 간 사람들도 제법 있다. 걔네들 다 좆됐다 싶은거지. 뭐 나 포함해서. 일단 회사에다가 마누라가 일하는 날만이라도 집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말은 해보고 있는데, 별로 전망이 좋지 못하다.
내가 듣기로는 출퇴근이 곤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회사에다가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더라. 실제로 같은 건물에 있는 어느 회사는 직원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서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을 하는 걸로 협의를 봤단다. 뭐 그런데 지금 다니는 회사가 워낙 원격 근무에 대해서 완고했던 터라 어덯게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다. 당분간은 좀 복잡한 날들이 이어질 것 같고, 집단 퇴사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부터도 마누라가 일을 관두지 않는 이상 출근이 곤란하니까.
사실 난 그냥 마누라가 일하러 안나갔으면 좋겠다. 돈을 많이 벌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안일 하고 내가 이런 문제에 신경 안쓰게 해주는게 더 나은 것 같은데... 뭐.. 내 말이라면 무조건 반대로 하기 때문에 그럴 것 같진 않다.
어휴 하여간 이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나니 진짜 어질어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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