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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개그맨과 가방

며칠전, 심심해서 웹서핑을 하다가 어느 개그맨이 항상 같은 가방만 메고 나온다는 뉴스를 봤다. 그런데 이게 전 국민이 알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건가? 대한민국에 중요한 일 많을텐데 이런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도 참.. 뭐 유명인에 대해서 기사를 쓰면 어느정도 클릭수가 보장되니까 하는 짓이겠지만..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도 얼마나 자괴감을 느꼈을까 싶다.

그런데 그 식상하다는 가방이 내가 애지중지하는 가방하고 똑같았다. 색깔이 다르긴 한데.. 워낙 비싼 가방이라 함부러 메고 나가지도 못하는 가방인데 그게 한물 간 패션 아이템 취급을 받나보다. 난 원래 정장을 거의 안입는다. 그러다보니 정장을 입었을 때 딱히 들만한 가방이 없다. 서류가방도 워낙 비싸니까 일년에 몇번 입지도 않는 정장.. 거기다 가방까지 드는 일은 더욱 드문데 거기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캐쥬얼에 어울리면서 정장에도 들 수 있는 가방이 바로 그 문제의 가방이다. 그런데 워낙 비싼거라 조심조심 다루고 있다. 원래 싼 건 막 다뤄도 되는 소재로 만들고, 비싼건 조심조심 다뤄야 하는 소재로 만드는게 가방도 예외는 아니더라.

그런데 그 개그맨이 나하고 딱 2개의 링크로 연결되는 사람이더라. 예전에 길가다가 한번 본거 말고도 얘길 좀 들었다. 친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선배가 있는데,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이었단다. 그때 선배가 반장이었다네. 그래서 TV에서 유명인이랑 초등학교 친구들을 조우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는데, 거기 자기가 가진 않았지만 본인 이야기는 여러번 나왔단다. 그러면서 그 형이 참 좋아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본 그 개그맨은 TV에서처럼 사람 좋아보이지 않더라. 인상쓰면서 밑에 애들 데리고 밥먹으러 온걸 봤는데, 별로 옆에 가고 싶지 않더라고. 아무튼, 그래도 그 선배는 그 개그맨이 자신의 안부를 궁금해한다는 사실에 참 좋아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그 형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졸업하고 대학 와서 친하게 지냈다. 우리나라에서 젤 똑똑한 사람들 모인 데서도 특출날 정도로 아주 공부를 잘했고, 사람 좋아보이는 얼굴에 성품도 좋아서 인기도 참 많았었다. 그 형이 기술고시를 한다고 했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 시험이란 게 그렇다. 시험이 어려울 것 같으면 연습문제 풀고 들어가고, 쉬울 것 같으면 예제를 풀고 들어가야 되듯이 방향을 예상하고 맞춰서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에서 좀 잘 안된 것 같았다. 고시합격하고 박사 빨리 받는게 본인만 똑똑하면 될 것 같아도 안그런 점도 역시 좀 있는 것 같다.

일단 기술고시를 접고 졸업한 후에 사법시험을 본다고 했었다. 병역특례로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를 했는데 좀 지나친 자신감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될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공부가 좀 길어진다 싶었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을 잘 안하게 됐다. 그 형이랑 항상 같이 다니던 다른 형과는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연락도 하는데 그 형한테는 좀 연락하기가 그렇더라. 매년 합격자 발표 날 때마다 그 형 이름을 확인해본다. 제작년인가에는 시험 잘 본 것 같다고 해서 나도 좀 기대를 하고 확인해봤던 것 같다. 뭐 생각해보니 발표날 때마다 아는 사람 이름 찾는게 연례 행사였지.

그 형 소식을 못들은지 1년이 가까이 돼 간다. 물론 내가 미국에 있다보니 좀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 형이 뭘 하고 있는지 참 궁금하다. 내가 고스톱을 그형한테 처음 배웠는데 지금 뭐하고 있을까? 뭘 해도 기본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 잘 할 것 같아서 별로 걱정은 안된다. 그냥 한국에 돌아가면, 그 형도 만나서 예전처럼 술이나 한잔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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