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ke Geneva, WI
바로 여기다. 미국의 대도시 주변에는 항상 vacation town이 있는데, 시카고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여기가 확실하다. 일단 가깝다. 차로 1시간 반이니까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동네도 아름답고 여기 저기 구경거리도 좀 있다. 위스콘신주라서 세금이 싼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나도 얼마 전에 또 다녀왔다. 첫째 학교가 spring break라고 쉬었다. 딱히 어디 갈 생각은 없었는데, 글쎄 얘가 누구 누구는 어디 간다더라 우리는 안가냐 소리를 하더라고. 분명히 학교가 다시 시작하면 애들끼리 어디 갔었다 얘기를 할텐데 우리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이 동네 리조트를 예약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 기간에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애들이 친구들에게 할 얘기가 없다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더라고. 이 짧은 방학 동안 뭘 했는지 학교에 저널을 제출하는 숙제가 있었더만. 여기라도 안 갔으면 큰 일 났겠다 싶더라. 뭐 하여간 우리는 가야만 했었고, 그래서 다녀왔다.
내가 미국 생활을 좀 해보니 느끼는 건데, 이 동네 사람들은 머리 식히러 어디 좀 간다 하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더라. 그래서 이렇게 vacation town이 많은 것 같다. 주변에 친척들이 같이 사는 경우는 예외 없이 별장을 갖고 있더라고. 멀리는 하와이나 플로리다까지 가더라. 애들 데리고 그런 데 가면 힘들고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다른 종류의 힘듦이라고 집에서 죽때리고 힘든 것 보다는 낫다네. 좀 덜 지겹게 힘들다는 뜻인 것 같은데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으이구 그나저나 예정에 없던 수백불이 또 깨졌다. 집 수리에 너무 많은 돈을 써서 좀 아껴보려는데 뜻대로 안되네. 이렇게 즉흥적으로 근처 리조트에 하루 놀러 가는 것 말이야, 물론 저 멀리 플로리다에 있는 summer house에 놀러 가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 정도 경제적 여유를 성취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얘기 해봐야 이해를 할 리가 없겠지.
갑자기 깨진 돈에 속이 쓰려도, 얻은 것도 있었다. 드디어 애들이 지들끼리 논다. floaty 끼워주면 그냥 지들끼리 풀에서 놀더라. 그리고 나는 그냥 선 배드에 앉아서 쉬고 말이야.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제 어디 갈 때는 무조건 수영장 있는 곳으로.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우리 둘째는 1년 전만 해도 물에도 안들어가려고 했다. 그동안 수영 레슨에서 쓴 돈 has finally paid off!
Lake Geneva가 좋은 vacation 타운인 건 맞는데, 레스토랑이 좀 맛이 없다. 어디 추천된 걸 보고 갔는데도 맛이 너무 없어서 실망했다. 뭐 그래도 가끔 괜찮은 곳이 있긴 하다. 아직은 Grand Geneva 리조트의 레스토랑이 여기 근처에서 가장 괜찮은 것 같다. 가격은 조금 비싼데, 뭐 관광지니 그러려니 하고 봐줄 수 있는 정도이고, 음식은 그냥 괜찮은 수준을 확실히 넘은 것 같다. 지난 번에 먹은 립아이 스테이크와 프라임 립은 조금 별로이긴 했다.
나중에 내가 은퇴하고 애들이 다 시카고 근처에 자리잡게 되면summer house 하나 사고 싶다. 그럴 돈이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 쉽진 않겠지. 뭐 누구처럼 하와이에 살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너무 과한 욕심은 정신 건강에 안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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