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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불링에 어떻게 대처할지

킨더 첫 주였는데, 마누라가 애들을 보고 와서는 누가 우리 애한테 못되게 군다고 했다. 그 XXX를 편의상 Z라고 하자. 근데 내용이라는 게 말도 안 붙이고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는 등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거다. 그런데 마누라가 A를 봐도 얼마나 봤겠냐. 그냥 애들 학교 들어갈 때, 그리고 나와서 그 몇 분인데 그걸로 애들을 행동을 어찌 판단하냐고 생각해서 그냥 뭐 우연이겠거니 했다. 아무리 첫날부터 지속적으로 관찰되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내 눈으로 봤다. 아내가 말한 건 사실이었다. More or less. 그냥 없는 사람 취급 하더라. 처음엔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어린 애들이 의도적으로 저런 행동을 벌써 한다고? 우연이라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나 일관성 있더라. 학교 끝난 후 놀이터에서도, 축구 교실에서도. 운 없게도 걔랑 우리 애는 같은 축구 교실을 다닌다.

사실 나는 걔의 엄마를 보고 그냥 납득해버렸다. 엄마라는 사람도 우릴 모른 척 하더라고. 그 사람이 내 메일을 한 번 씹은 적이 있다고 내가 이러는 건 아니다. 나는 사람이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인사를 하려고 하는지 그냥 피하려고 하는지 그냥 느낌이 온다. 애매한 소리 할 필요 없이 눈이 마주쳤는데 재빨리 돌려버리면 뭐 인사하기 싫은거지. 말을 한 적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둘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게 됐다거나 뭐 이런 상황이 아니면 절대 나에게 혹은 내 아내에게 말을 붙이지 않고 아예 쳐다보지도 않더라. 부모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그 아이가 저러는 게 이해가 되고 말고.

A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면, 내 아이에게 저런 행동을 하는 걸 봐서 문제가 있는 새끼는 확실하다. 그런데 이 점을 제외하고 보면 인기가 많을만한 아이다. 외모도 전형적인 벽안 금발에 교실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저 나이 때는 이게 잘 하는 게 많다는 뜻이지. 성격도 활달해보이고 이러니 애들 사이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 불행히도 내 아이와 친한 아이들 전부 걔와 친하다. 이걸 뭐라 할 수도 없는 게, 나한테 못되게 해야 못된 거지 다른 애들한테는 살갑고 재밌는 친구일테니 말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같은 반에 같은 축구 교실에도 나가니 내 아이로써는 어디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먼저 하는 일은 당연히 없고, 말을 하지도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것 외에 걔가 하는 짓이라는 게 뭐 이런 식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걔가 스프레이를 들고 있었다. 그걸 다른 친구들 얼굴에 뿌리면서 놀고 있었지. 누가 “Spray on me!” 하면 뿌리고 깔깔거리고, 또 다른 누가 그러면 또 뿌리고 웃고 떠들고. 내 아이도 옆에서 “Me too, me too!” 그랬는데 그냥 무시하고 따돌린다. 그럼 애들이 많았느냐? 겨우 4명 있었는데 그 지랄이 난 것이지.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 킨더 다니는 내내 그랬다. 물론 걔가 그러는 걸 걔의 엄마도 모를 리 없다. 사람이란 게 그 정도로 멍청하기는 쉽지 않거든.

우리 아이가 저 꼴을 당하고 나면 집에 축 늘어져서 온다. 이 동네 말로 completely deflated라고 하지. 아빠로써 정말 가슴 아프다. 그러면 걔를 베프 집으로 보내서 한 시간 놀리는데 그러면 100% 회복되어서 오더라. 저 나이 애들이 바라는 게 뭐가 있겠나? 공부 1등하길 바라겠냐 싸움 1등 하길 바라겠냐? 그냥 어울리는 게 다인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A가 있으면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포기한다. 다른 아이들과 놀다가도 A가 오면 그냥 떨어져 나가는 걸 반복하다가 그냥 포기하는 것 같더라. 옆에 억지로 있어봐야 저런 꼴을 당하기나 하는데 얼마나 괴롭겠나. 생각 같아서는 그 XX를 잡아서 줘패고 싶은데 뭐 그럴 수도 없고 나도 답답했다.

A가 내 아이에게만 못되게 구느냐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학교에 인도 계열 아이가 하나 있는데 걔한테도 그런다네. 근데 걔는, 내 아이와 친한 아이인데, 아주 뭐랄까 속이 단단한 아이다. 쟤가 혼자 뭘 하든 그게 저랑 상관이나 있어요? 이런 식이란다. 그래서 무시 때리고 살더라. 듣자하니 그 XX가 저렇게 구는 애가 딱 우리 애, 그러니까 동양인과 저 인도인 뿐이다. 이 쯤에서 이게 인종차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인종차별이라는 것도 애매할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든 익숙한 것이 편하기 마련이다. 평소에 보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편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고 뭐 그런 거야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평생 백인하고만 어울려 지낸 사람이 동양인을 보면 친하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수 있다. 그런데 그냥 안 친하게 지내는 것과 적극적으로 못되게 구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고 내가 문제를 삼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A가 좀 내성적이거나 하면 그럴 수 있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반에서 저 두 아이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웃긴 것이 걔의 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주 쿨하고 좋으신 분이란다. 껄껄… 뭐 다 이해한다 이해해.

난 내 인생 살기에 바쁘다. 누가 나한테 해코지를 한다면 맞서서 싸우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나에 대해서 니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관심이 없다. 내 고객이나 인사권자가 나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는 중요하지만 그게 아니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내 아이는 다르지 않은가? 얘가 그 못된 아이와 같이 있는 걸 피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인데. 나처럼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고 살 수 있으면 상관 없겠지만 얘는 성향 자체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겨우 5년 좀 넘게 산 앤데 이걸 이겨내라고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래서 어렵게 학교 선생님께 이야기를 꺼냈다. 킨더 끝나갈 때 컨퍼런스 때 말이야. 다음 학년에 걔와 다른 반으로 배정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선생님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긴 했지만, 내 얘기를 듣고는 놀랄 정도였으니 뭐… 비슷한 일은 많이 겪어봤지만 이번이 좀 유별난 케이스인 모양이다. 그래도 1학년 되면 그 XX 얼굴을 덜 봐도 되는게 다행이다. 못 된 애들이야 또 있겠지만 저 정도 심한 애가 또 있기는 쉽지 않겠지. 미국에서 이런 일은 bullying이라고 하더라. 내가 저 단어만 안 썼다 뿐이지 뭐 대충 같은 소리 한 거나 다름 없는데 학교가 이런 일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러니 애를 분리시키겠다는 결론이 그리 빨리 나왔겠지.

그래도 걱정인 점은 내 아이에게 남았을 상처다. 친구 생일파티에 갔는데 A가 있었단다. 또 친구들과 노는 걸 포기하고 혼자 놀았단다. 그리고 어디 갔는데 또 자기에게 좀 못되게 구는 애가 있었다. 그러면 또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논다. 학교가 시작하면 recess 시간에 어쩔 수 없이 그 XX를 봐야 되는데 애가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 걱정 된다. 아무래도 소셜 워커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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